[비즈한국] 4년간 90여 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후원한 혐의를 받는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오전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당초 황창규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30분 정도 이른 9시 30분쯤 경찰청에 도착했다. 황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짤막한 답변을 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에 따르면 KT는 ‘상품권깡’으로 마련한 현금을 전·현직 임원들을 통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의원 90여 명 후원회에 4억 3000만여 원을 불법 후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후원 대상은 KT가 주요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입법과 예산을 담당한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집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또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되어 있다. 경찰은 KT가 법망을 피해 자금 출처를 감추고자 여러 전·현직 임원들 명의로 후원했고 황창규 회장의 지시로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황 회장이 어느 수준까지 관여했는지, 후원금을 낸 목적이 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황창규 회장 조사 후 그의 진술내용에 따라 추가 소환조사 가능성을 열어뒀고 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KT로부터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자금의 불법성 여부 등을 확인하고 수령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편 KT 직원과 시민·노동단체들로 구성된 KT민주화연대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경찰청 앞에서 황창규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박철우 KT 민주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간 낙하산으로 투입된 KT 회장들이 불법 경영과 노조 탄압으로 회사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며 “황창규 회장의 구속수사와 퇴진이 이루어져 KT가 정상화되고 국민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주헌 KT 새노조 위원장은 “KT 구성원들은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우리에게 로비스트 회장은 필요 없으며, 적폐경영 청산 없이 KT에 미래는 없다”며 “황창규 회장은 KT를 위해, 국민을 위해 사퇴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에도 전면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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