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983년 창설 이래 테러 예방과 진압을 담당해온 경찰특공대. 일반 순경공채보다 탁월한 신체능력을 요구하며 분야별로 자격조건이 까다로워 매년 20명 내외의 적은 수만 선발된다. 이런 가운데 경찰청이 갑작스레 경찰특공대 지원자격을 바꿔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유예기간도 없이 내년부터 적용돼 일부 수험생들은 시험 기회마저 박탈될 위기에 놓였다.
경찰특공대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던 지난 13일 수험생들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유예기간 없이 내년부터 즉시 지원자격이 변경된다는 것. 경찰청 측은 “실전에 즉시 투입 가능한 우수인재 선발을 위해 전술요원 지원자격을 특수부대 부사관 이상 계급 1년 포함, 총 3년 이상으로 변경해 2019년부터 적용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경찰특공대는 전술요원 모집에서 국가가 인정한 경·군 특수부대(경찰특공대, 육군 정보사·특전사·특공여단·군단특공연대·7가읍대대·8특공대·35특공대·헌병특경대, 해군 정보부대 UDU·특수전여단 UDT·해난구조대 SSU·해병대, 공군 탐색구조전대, 공군헌병특임반, 수색대대) 18개월 이상 근무자에 한해 지원자격을 부여해왔다.
해병대 수색대 출신 이 아무개 씨(29)도 이런 지원자격에 맞춰 3년간 경찰특공대를 준비해 왔다. 이 씨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다른 수험생들도 비슷하겠지만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방값, 교재값, 실기에 필요한 운동용품 등을 감당하며 몇 년을 준비했다”며 “하루 아침에 목표가 사라지고 꿈이 날아갔다”고 말했다. 일반병 출신의 이 씨가 다시 경찰특공대에 지원하기 위해선 특수부대 부사관에 지원해 3년 이상의 경력을 채우는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납득할 수 없는 경찰청의 일처리 방식이다. 특수부대 일반 병사와 부사관의 차이가 하루아침에 지원자격을 바꿀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수험생 및 학원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2년차 수험생 A 씨는 “해병대 수색대의 경우 병사로 이뤄진 특수부대지만 다른 특전사나 UDT 등 부사관 체제로 된 부대와 다를 바 없이 교육받고 훈련해왔다”며 “실전 투입 가능한 우수인재 선발을 위해서라는데 병 출신이라고 해서 우수한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부사관이라고 해서 우수한 인재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입시학원 관계자도 “경찰특공대에 합격해도 바로 실전에 투입되지 않는다. 중앙경찰학교에서 6개월여 동안 일반 순경과 같이 교육을 받고 1년 동안 지구대 생활을 거친 뒤 각 청에 배치돼 특공대 교육을 다시 받는다”며 “이 과정이 바뀌지 않고 ‘실전투입을 위해서’라고 하는 경찰청의 설명은 맞지 않다. 병 출신이 특정한 사건·사고를 일으켰다면 수긍이 가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데 부사관만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부사관으로 지원자격이 바뀐 건 그간 경찰특공대가 지원자격 없는 사람들로 이뤄졌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씨는 “지금까지 들어간 사람들도 병 출신이 많은데 부사관으로 지원자격을 한정한다는 건 경찰특공대가 그간 자격 없는 사람들로 운영됐다는 말 아닌가”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앞서의 학원 관계자는 “이 학원만 봐도 합격자의 약 85%는 병사 출신, 나머지 15% 정도가 장교 및 부사관 출신”이라며 “더군다나 경찰특공대는 일반경찰에서도 전입사례가 많다. 애초 부사관 출신들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청의 대응도 수험생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3년차 수험생 이 아무개 씨는 “경찰청 인재선발계에 문의를 하니 ‘지금이라도 빨리 진로를 바꿔라’, ‘재입대를 하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공무원 시험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수험생은 “유예기간 없이 이런 식으로 통보하는 건 ‘갑질’이다. 재입대 하면 4년 걸린다. 내년에 입대한다고 가정하면 전역했을 때 31세인데 재입대하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하나”라고 토로했다.
다른 경찰입시학원 관계자는 “주말 내내 제자들 달래느라 고생했다”며 “4~5년째 준비 중인 친구들도 있는데 시험을 못 보게 되니까 억울해한다”며 “유예기간을 두면 수험생들이 판단할 여지가 있는데, 그런 기회조차 없이 내년부터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험생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지만 경찰청 측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에 변경 사항을 공지한 경찰청 인사선발계 관계자는 “우리는 전달 받은 것만 공지할 뿐”이라며 “결정사항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비즈한국’은 정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경찰청 경비국에 문자와 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확인해보겠다”라는 말 외에 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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