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발표된 3월 고용동향은 큰 충격을 주었다. 취업자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단 11.2만 명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실업률이 4.5%로 0.4%포인트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의 실업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만 명이 늘어나, 실업률은 11.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최저임금이 지난해에 비해 1060원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되고,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463만 명에 이르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의 고용구조가 기존 자영업 위주에서 ‘상용근로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이런 흐름을 더욱 강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8년 3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임금 근로자는 1991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6만 명이나 증가했으며 특히 상용근로자는 무려 30.8만 명 늘어나 전체 일자리의 증가를 주도했다. 반면 자영업자와 무급가족 종사자의 고용은 각각 4.1만 명과 4.3만 명 줄어들어, 3월 고용 부진의 원인은 바로 자영업자에 있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상과 같은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물가의 변화 방향은 전혀 달랐다. 2018년 3월 소비자물가는 전월에 비해 0.1% 하락했으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1.3% 상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는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가 안정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수입물가의 안정에 있다. 아래의 그림은 한국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최근의 물가 안정이 수입물가 흐름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한·미 그리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연이어 체결되면서, 한국의 수입시장이 대폭 개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이전까지는 수입물가의 영향력이 제약되었지만, 2008년 이후 한국 물가와 수입물가의 관계가 매우 밀접해지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낮고, 또 환율이 하향 안정될 때에는 한국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환율마저 상승하기 시작하면, 한국 경제는 역으로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환율 상승 영향으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때마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이 단행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리가 인상되었던 2011년이나 2008년 모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시기이자, 경기가 정점을 지나 악화되고 있던 때였다. 예를 들어, 2008년 8월 정책금리가 5.00%에서 5.25%로 인상될 때 한국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단 2.1% 늘어났을 뿐이었다. 참고로 2008년 1월 광공업생산 증가율이 12.0%였던 것을 감안할 때, 이미 한국 경기는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었던 셈이다.
정책금리가 3.00%에서 3.25%로 인상되었던 2011년 6월도 마찬가지다.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었으며, 급기야 2012년 1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감소했다.
결국 한국 경제는 호황에는 물가가 안정되는 반면 불황에는 물가가 불안한 기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수출이 잘 되고 해외 자금이 국내에 유입될 때에는 수입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수출이 부진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을 이탈할 때에는 수입물가가 불안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를 감안할 때,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칠 영향은 수입물가가 상승할 때 더 집약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수입되는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또 원가가 안정될 때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얼마든지 흡수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수입물가가 상승하며 또 경제 전반에 인플레 기대가 높아질 때에는 최저임금 상승을 바로 제품 및 서비스가격에 반영할 동기를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바뀐 환경 때문에,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결정은 매우 심각한 난관에 봉착한다. 경기가 좋아져 금리를 올려야 할 시점에는 물가가 안정되며, 반대로 경기가 악화되어 금리를 인하해야 할 시점에는 물가가 불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과 같은 ‘물가안정 목표제’를 앞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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