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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야간·주말 이용 불가' 서울 시내 수소충전소 2곳 직접 가보니

양재·상암, 상용 수소차 한 번도 안 와…노후화된 상암은 압력 낮아 절반만 충전 가능

2018.04.13(Fri) 19:12:07

[비즈한국] 지난 3월 19일부터 예약판매 중인 수소연료전지차(FCEV, 수소차) ‘넥쏘(현대자동차)’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수소차는 5분 내외의 충전시간, 1회 충전에 600km 이상 장거리 운행이 가능해 기존 전기차의 단점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미세먼지 제거 효과도 탁월해 친환경 차량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의 인프라 구축은 이런 관심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특히 수소차를 이용할 때 필수적인 수소차 충전소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수소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충전소는 11곳. 그마저도 광주, 울산, 창원 등 지방이거나 수소생산·연구시설 인근에 설치돼 있다. 서울에는 양재동, 상암동 2곳에 충전소가 운영된다. ‘비즈한국’이 서울에 있는 2곳의 수소차 충전소를 찾아 실태를 점검해봤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재시민의숲 부근에 위치한 수소차 충전소 그린에너지스테이션. 주변에 충전소를 의미하는 표시나 안내는 찾을 수 없었다. 사진=김상훈 기자


# 양재시민의 숲 ‘그린에너지스테이션

 

먼저 찾은 곳은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양재시민의숲 부근 그린에너지스테이션. 현대자동차가 연구 목적으로 설립한 곳이다. 한국수소산업협회 자료에 나온 주소지를 검색해 이곳을 찾아갈 때까지 수소차 충전소가 있다는 표식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충전소가 나무에 가려진 탓에 건물에 부착된 현대자동차 표식을 찾기 전까진 수소차 충전소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충전소 부지에 들어서자 1대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장치가 보였다. 충전장치는 효성이 만든 것으로 350바(bar)와 700바급 차량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충전장치 옆에는 충전 과정이 설명된 표지판이 있었다. 주차면은 흰색 도색으로 위치를 표시해 놨지만 수소차를 뜻하는 표시는 없었다. 충전소 옆에는 현장 관리자가 머무르는 사무실이 마련돼 있었다. 

 

양재 충전소에는 수소차량 1대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기가 마련돼 있다. 사진=김상훈 기자


운영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로 야간과 주말엔 운영하지 않는다. 충전을 위해선 이 시간대에 맞춰 방문해야 하고 현장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곳 직원은 “일반 주유소랑 굳이 비교를 하자면 LPG 충전 방식과 비슷하다”면서 “사무실에 있다가 고객이 오면 직원들이 나가 직접 충전을 해준다”고 말했다. 

 

당초 양재 스테이션은 민간용이 아닌 연구용으로 설립돼 민간인에게는 개방하지 않았다가 지난 9일부터 무료 개방되었다. 앞서의 직원은 “연구 목적으로 설립된 시설이라 일반인에게 돈 받고 판매하면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당분간은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재 충전소에선 350바 충전과 700바 충전 모두 가능하다. 사진=김상훈 기자


아직 이곳을 찾은 수소차 이용객은 없다. 직원은 “전화 문의는 많은데 아직 충전하러 온 사람은 없었다”며 “지금까지는 주로 외국인들이나 학생들이 견학 목적으로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 월드컵공원 ‘상암 수소스테이션

 

다음으로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에 위치한 상암 수소스테이션을 찾았다. 한국수소산업협회 자료에 나온 주소지를 검색해 찾아갔는데, 공원 정문에서 차로 5분 정도 걸렸다. 양재 충전소처럼 입구에서 스테이션까지 가는 길에 안내표시를 찾을 수 없었다. 스테이션에 도착했을 즈음 수소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2011년 문을 연 상암 수소스테이션은 재생 에너지기업 에코바이오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다. 이곳은 충전소와 관리사무소, 생산 설비 장소로 구분된다. 충전장치는 미국의 산업용가스 전문 업체 에어프로덕츠 제품으로 일반 수소차 주입기와 수소버스용 주입기가 마련돼 있다. 주차면에는 따로 구역 표시가 없었다.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위치한 상암 수소스테이션. 공원 입구에 마련된 위성지도 안내 표지판에 조그맣게 수소스테이션이라고 표시돼 있다. 사진=김상훈 기자


서울시가 67억 원을 들여 설치한 이곳은 연간 운영비로 2억 원가량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창기 현대자동차의 시험용 차량이나 수소버스가 충전장소로 사용했고 평소에는 학생들의 견학 장소로 이용돼 왔다. 양재 충전소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민간 수소차가 충전하기 위해 들른 경우는 없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며 역시 야간과 주말에는 이용할 수 없다. 무료이며, 이용객이 오면 현장 관리 직원이 직접 수소를 주입해준다. 이 직원은 “보통 가격은 kg으로 계산하는데 1kg​이 6000원 내외고 가득 채우면 3만~4만 원 된다”며 “현재는 시 운영이다 보니 무료로 제공하는데, 어느 정도 상용화가 되면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상암 충전소는 양재와 달리 난지도에서 나오는 매립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공급까지 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사진=김상훈 기자


상암 충전소가 양재와 다른 점은 수소를 직접 생산하고, 압축하는 설비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직원은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공급까지 한다”며 “반면 양재 충전소는 일반 주유소와 같이 이미 생산된 수소를 저장하고 압축하는 시스템만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서울시에서 수소차 보조금은 단 4대에 배정됐다. 현대차 ‘넥쏘’가 시중 판매되면 이 4대의 수소차를 서울 시내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수소차는 모두 양재 충전소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상암 충전소는 350바의 압력으로 수소를 탱크에 채우지만 넥쏘의 수소탱크는 700바 압력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소를 넣어봤자 반밖에 넣지 못한다. 사실상 넥쏘를 원활하게 충전할 수 있는 수소 충전소는 서울시내에서 양재 한 곳뿐이다.

 

상암 충전소에서는 350바 충전만 가능하다. 넥쏘 등 수소차는 대부분 700바용으로 출시돼 상암 충전소에서 충전하면 절반밖에 수소를 채우지 못한다. 사진=김상훈 기자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출시될 차량이나 지어질 충전소들도 700바 기준으로 맞춰질 텐데 이곳은 너무 오래전에 지어져 350바에 머물러 있다”며 “상용화가 되기 위해선 설비교체가 이뤄져야 하는데 예산이 많이 들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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