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설날의 까치와 추석의 송편보다 반가운 체육대회가 하나 있다. 바로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아육대)다. 체육관을 빌려 대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팬들에겐 그 어디보다 아이돌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자리다. 시청자에겐 명절의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타임킬링용 예능이다. 아이돌로서도 훌륭한 홍보 기회이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증오라고 했던가. 아육대는 반가운 동시에 애증의 대상이다. 수많은 아이돌이 아육대를 치르는 와중에 넘어지고, 다치기 때문이다. 인피니트의 우현, 빅스의 레오, AOA의 설현 모두 아육대 때문에 몇 주간의 부상을 얻고 그룹 활동을 멈춰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몇몇 아이돌 팬덤은 아육대의 폐지를 청원하기도 했다.
아육대만의 잘못은 아니다. 컴백을 앞두고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고 컴백 이후 약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방송 활동을 하고, 행사 무대를 뛰는 직업 특성상 아이돌은 몸을 혹사할 수밖에 없다. 러블리즈의 예인은 작년 2월, 신곡 안무 연습 도중 발목 부상을 입어 쇼케이스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엑소 멤버 레이도 지난 2016년 일본 공연을 앞두고 실신하는 소동을 빚었다. 행사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하다 생기는 교통사고도 빈번하다.
마음도 아프다. 대중에게 삶을 노출하는 직업 특성상 아이돌은 육체적 피로와 함께 정신적 피로를 겪기 마련이다. 소위 ‘센 누나’ 캐릭터를 연기하며 카리스마를 뽐낸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혔다. 공황장애는 높은 스트레스와 불안 때문에 호흡 곤란 등이 생기는 질병이다. 정신 피로 때문이다. 결국, 데뷔 12년 차에 자아도 강한 가인도 버티기 어려운 게 아이돌로서 삶이다.
문제는 아무도 이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행사 주최측, 소속사 모두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 걸그룹 여자친구는 한 라디오 공개방송 행사에서 격한 안무를 소화하는 도중 무려 8번이나 넘어졌다. 비 때문에 미끄러운 무대 위에서 행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걸그룹 우주소녀 역시 이번 달 초 케이블 채널 음악프로그램 리허설 도중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비가 와 무대 바닥이 미끄러워 생긴 사고다. 오프라인 무대에 대한 노하우가 쌓인 방송사가 진행하는 행사도 안전 수준이 저 모양이니 다른 행사는 두말하면 입 아플 테다.
안전불감증이다. 노동자의 건강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소속사와 방송사는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한다. 내일보다 오늘이 급한 아이돌 역시 안전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정신과 신체 건강에 대한 소홀은 미래를 갉아 먹는다. 부실한 구조와 개인의 절박함이 만나 생기는 문제다.
아이돌은 누구보다 빛나지만, 누구보다 보호받지 못한다. 위험한 무대를 무릅쓰고 춤을 추며,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행사를 진행한다. 목숨 걸고 하는 노동이다. 흔히 아이돌을 상품이라고 부르지만, 아이돌도 사람이고 노동자다. 노동자로서 보호하지 않는다면, 훌륭한 ‘상품 가치’ 역시 나오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엄숙한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아이돌을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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