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를 추진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류와 케이뷰티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이어 온 중견기업 한국콜마그룹도 계열사 에치엔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총수 2세들이 승계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2004년 설립된 에치엔지는 한국콜마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화장품과 제약 제품을 매입해 판매를 하면서 이른바 ‘통행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회사다. 에치엔지는 윤동한 한국콜마그룹 회장의 아들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사장과 딸 윤여원 한국콜마 전무 남매가 지분을 대거 확보한 시점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2017년 8월 한국콜마그룹은 윤동한 회장의 입장을 담아 “내부거래 문제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윤상현 사장이 에치엔지 보유지분을 전량을 매각한 것과 관련한 그룹의 입장이었다. 이와는 별개로 윤여원 전무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에치엔지 대표를 겸임하고 있으며 여전히 40%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에치엔지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도 여전히 높아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콜마그룹 관계자는 “윤상현 사장이 에치엔지 지분 매각을 통해 내부거래 문제를 해소했다”며 “윤여원 전무는 에치엔지 대표를 맡고 있어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그룹 총수 일가 계열사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대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 또는 200억 원 이상일 경우다. 그간 한국콜마그룹은 자산 5조 원에 미치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정부 방침대로 중견그룹으로 확대될 경우 규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상에서 에치엔지 경영실적은 2012년부터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이 회사 매출은 273억 원에 그쳤으나 2017년 연결기준 1677억 원을 달성하며 5년 새 6배 넘게 급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17년 67억 원을 거둬 같은 기간 5배 이상 늘었다.
에치엔지 고속 성장 배경은 무엇보다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에 있었다. 2012년 에치엔지의 매출 중 내부거래를 통한 비중은 70%에 달했다. 회사의 외형성장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은 줄었지만 에치엔지는 2016년 500억 원, 2017년에도 471억 원 등 여전히 30% 안팎의 매출을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공시에서 에치엔지 배당 여부가 확인되는 것은 2013년부터다. 이 해 에치엔지는 10억 원을 주주에게 배당했고 2017년(8억 원)까지 5년간 총 44억 원을 배당했다. 총수 남매 역시 쏠쏠한 배당금을 수령했음은 물론이다.
주목할 점은 총수 남매의 지분 추이다. 2014년 3월 기준 윤상현 사장과 윤여원 전무의 에치엔지 보유 지분은 각각 11%, 18.50%에 그쳤다. 그런데 불과 9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윤 사장은 18.64%까지 지분을 늘렸고 윤 전무는 41.36%로 2배 이상 늘렸다.
윤상현 사장은 2017년 8월까지 보유하던 지분 전량을 코스닥 상장 계열사인 콜마비앤에이치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분 60.96%를 보유한 에치엔지를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윤 사장이 에치엔지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최소 200억 원을 넘는 증여세 확보를 위해서였다. 윤동한 회장이 2016년 말 자신이 보유하던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41.18% 가운데 10%를 윤상현 사장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한국콜마홀딩스 지분율을 8.67%에서 18.67%로 2배 가까이 늘려 경영권 승계에 한 발 앞으로 다가서게 됐다.
콜마비앤에이치가 에치엔지 최대주주가 되면서 그룹 후계구도에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될지도 주목된다. 한국콜마홀딩스가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지만 콜마비앤에이치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윤상현 사장이 에치엔지의 손을 떼면서 기존 근오농림 등을 종속회사로 거느렸던 콜마비앤에이치는 에치엔지와 자회사인 케이비랩까지 종속회사로 거느리게 됐다. 업계 일각에선 한국콜마그룹 후계구도에서 콜마비앤에이치와 종속회사들을 윤여원 전무가 승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한국콜마그룹 관계자는 “에치엔지는 계열사 판매와 함께 물류 업무까지 담당한다. 한류 열풍에 따라 중국 화장품 수입이 크게 늘면서 그룹이 성장해 에치엔지의 매출도 늘었다. 아직 그룹 후계구도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라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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