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운전면허를 취득한 대학생 김영미 씨(23·가명)는 하루빨리 운전대를 잡고 싶은 마음에 카셰어링 앱(애플리케이션)부터 깔았다. 주위 사람들이 간편하게 이용하던 모습을 봤던 터라 김 씨도 자연스레 회원가입과 결제만 하면 차량을 손쉽게 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김 씨의 운전면허 정보를 심사한 업체가 이용 불가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회원가입 후 대여를 시도했으나 ‘면허증 발급일 기준 1년이 지난 후부터 이용이 가능하다’는 고지가 떴다. 대신 렌터카 대여를 시도했지만, 이 역시 ‘면허 취득 1년 이상’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완연한 봄 날씨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보편화된 차량공유(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운전면허가 있어도 김 씨처럼 이용 불가능한 이들도 있다. ‘만 21세, 운전경력 1년 이상’ 규정 때문이다.
카셰어링 업계는 2011년 국내 도입 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쏘카는 현재 국내 3200여 개의 쏘카존(대여장소)에서 8500여 대의 차량을 운영 중이다. 회원수는 360만 명에 이른다. 그린카도 그린존(대여장소) 2800여 개와 6000여 대의 차량을 운영하며, 회원수는 250만 명에 달한다.
카셰어링의 최대 장점은 24시간 단위로 대여해야 하는 렌터카와 달리 10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다는 점이다. 렌터카는 주요 거점에만 지점을 두지만, 카셰어링은 직원이 필요하지 않아 요소요소에 차량이 준비돼 있다. 그러나 편리한 카셰어링 서비스라 해도 서비스 제한이 존재한다. 이용자가 만 21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과 1년 이상의 운전경력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카셰어링 업계를 양분하는 쏘카와 그린카의 이용약관을 보면, 공통적으로 이용자격 기준을 만 21세 이상 운전면허 취득 후 1년 이상 경과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카셰어링 업체 관계자 A 씨는 “운전경력이 낮은 경우 사고위험이 높기 때문에 면허 취득 1년 후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보통 3월에서 5월 사이 날씨가 풀릴 때쯤 카셰어링 운전자 사고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도입 8년째인 카셰어링 업계는 대부분의 규정을 렌터카 업계에서 차용해 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 씨는 “카셰어링 서비스가 도입된 2011년엔 참고할 만한 업태가 렌터카뿐이었다. 이후 필요할 때마다 세부 조항을 조율해 관련 법안을 내놓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198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국내 도입된 렌터카 업계 역시 비슷한 이유로 만 21세, 1년 이상 경력자에 한해 차량을 대여한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안 된 미성년자도 필요하면 언제든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빌릴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렌터카 업체들은 안전관리 등을 위해 ‘만 21세 이상, 1년 이상 운전경력’ 등을 자체규정으로 정해 대여를 제한한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 C 씨는 “운전이 미숙한 사람은 사고 위험이 그만큼 크다”며 “최소 1년 이상 경력이 돼야 사고율이 적기 때문에 1년 이상 경력자로 한정해 빌려준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측도 “현행법상 1년 이상 운전자에 한해 대여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며 “아직 운전이 미숙한 사람에게 대여를 해주는 경우 종종 교통사고로 이어지거나 보험처리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을 우려해 업체들이 최소 1년 이상을 업체 자체 내규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영세 렌터카 업체들에선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나이, 경력과 상관없이 대여 가능한 ‘전연령 렌터카’ 상품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전연령 렌터카를 이용하다 사고를 낼 경우, 자차보험이 들어있지 않아 사고 시 이용자가 신차구입비와 폐차료, 휴차료 등을 물어야 한다.
실제 통계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면허 경과 연수별 교통사고 수에서 5년 미만, 10년 미만, 15년 미만 운전자의 사고건수를 비교한 결과, 5년 미만 경력의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 건수가 3만 3652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5년 미만 경력(2만 7641건), 10년 미만 경력(2만 7387건)이 뒤를 이었다. 특히 5년 미만 경력의 운전자 사고건수 가운데 1년 미만 운전자의 사고건수가 8412건으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법규 지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당연히 면허 적격 여부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1년 이상 경력을 자격으로 하는 내용을 법규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C 씨도 “현행법은 렌터카 사고의 책임이 사업자에 전적으로 부과되고 있어 이용자들의 안전운전을 위한 유인 동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법규로 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셰어링 업체들은 안전관리를 위해 지난해 9월 1일부터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이용자의 운전면허 종류나 정지, 취소 여부 등 운전자격을 확인하고 부적격자에게 대여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과 협업해 운전면허정보 조회시스템도 구축했다. 자격을 확인하지 않거나 부적격자에게 대여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이는 청소년들이 무인 대여방식인 카셰어링의 특성을 악용해 부모의 명의 도용, 무면허 운전 등의 사례가 발생한 데에 따른 조치다.
그렇다면 기존 운전경력이 있지만 면허취소 후 재취득의 경우는 어떨까. 먼저 운전면허 미갱신 등 이유로 운전면허가 취소됐을 경우 자신의 운전경력이 1년 이상이라는 점만 입증하면 차량 대여가 가능하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은 적성검사 만료기간 내 갱신을 하지 않으면 1년 뒤 면허가 취소된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재취득 전의 면허를 포함해 운전경력 1년 이상일 경우 운전면허 경력증명서와 재취득 면허증을 입증하면 차량을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셰어링 업계에서는 음주운전 등 범법행위로 인한 면허 취소 시 이용을 제한한다. A 씨는 “경찰청과 실시간으로 운전자 정보조회 시스템을 공유한다”며 “음주운전 등 이력에 문제가 있는 분들은 아예 회원가입이 제한되고 기존 회원이더라도 차량 대여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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