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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제약 3·4위 대웅 전승호 vs 한미 우종수·권세창

43세 젊은 전문경영인 내세운 대웅제약…한미약품은 공동 대표이사 전환

2018.04.11(Wed) 20:38:41

[비즈한국] 제약업계 상위 4개 기업마다 시장점유율을 산정하는 방식이 다르다. 유한양행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와 각 사의 연결재무재표 실적 자료를 종합해서, 녹십자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사의 연결재무재표 상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대웅제약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추정한다. 한미약품은 지난 2일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면서 2017년 시장점유율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직전 연도까지는 녹십자와 마찬가지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집계했다. 

 

녹십자와 대웅제약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16~2017년) 제약업계의 시장점유율 순위는 유한양행·녹십자·대웅제약·한미약품 순으로 변동이 없었다. 2015년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한미약품은 2016년부터 매출 하락으로 대웅제약에 밀려 업계 4위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된 제약업계 상위 4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유한양행 1조 4622억 원, 녹십자 1조 2879억 원, 대웅제약 9603억 원, 한미약품 9165억 원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의 지난해 매출액도 유한양행(1조 4519억 원), 녹십자(1조 984억 원), 대웅제약(8667억 원), 한미약품(7026억 원) 순이다. 

 

지속적인 경기 불황에도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성장 산업으로 분류된다. 소득 증대, 생활 패턴 변화로 의료비 지출이 늘고, 고령화의 가속화와 성인질환(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 증가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유한양행은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녹십자는 기존 3가 독감백신에서 4가 독감백신으로의 전환을 통해 전 세계 백신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관련기사 [CEO 라이벌 열전] ‘연륜이냐, 패기냐’ 유한양행 이정희 vs 녹십자 허은철).

 

43세의 젊은 나이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2017년 3월 한미약품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된 우종수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위), 권세창 신약개발부문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아래). 사진=대웅제약, 한미약품

 

반면 업계 3위 대웅제약의 전승호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자체개발 신약 제품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15년까지 제약업계 시장점유율 1위였던 한미약품의 우종수·권세창 공동 대표이사 사장은 수출을 확대하고 원료혈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국 내 자체 혈액원을 향후 30개 이상 확보할 예정이다. 

 

# 대웅제약 전승호 대표이사, 2020년까지 글로벌 50위권 진입 목표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은 2020년까지 대웅제약을 글로벌 50위권 진입을 목표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제공

 

3월 23일 개최된 대웅제약 주주총회에서 전승호 전 대웅제약 글로벌사업본부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과 친인척 관계로 알려준 윤재춘 전 한올바이오파마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대웅제약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된 전 대표는 1975년생으로 43세의 젊은 나이에 전문경영인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녹십자 허은철 대표이사 사장도 2015년 1월, 전 대표와 같은 43세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허 대표는 3세 경영인인데 반해 전 대표는 글로벌 역량 능력을 인정받아 전문경영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12월 대웅제약에 입사해 2009년 라이센싱팀장, 2010년 글로벌전략팀장, 2013년 글로벌마케팅TF팀장, 2015년 글로벌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전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과 주요 전략 제품군의 수출 증대를 이뤄냈다. 특히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지낸 3년 동안 10억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해 대웅제약의 해외 매출을 2013년 400억 원에서 2017년 1200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를 미국·유럽 파트너 제약회사인 알페온(Alphaeon)사를 비롯해 70여 개국과의 수출계약을 지휘했다. 적혈구생성인자(EPO)제제 에포디온의 인도네시아 발매에도 일조했다. 

 

전 대표는 취임사에서 “지난 10여 년간 추진해왔던 글로벌사업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전체 글로벌 제약시장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며 “대웅제약의 글로벌 비전 2020을 달성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회사와 직원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웅제약은 오는 2020년까지 100여 개국과 글로벌 연구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제약사 5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 ‘글로벌 비전 2020’을 선포한 바 있다. 

 

전 대표는 “나이가 젊은 것이 아니라 젊은 문화, 역동적인 조직으로 젊은 스타트업 기업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대웅제약에서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탄생하고 육성될 것이며 이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개인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도 밝혔다.

 

대웅제약은 글로벌 제약시장이 매년 4~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 대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제약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보다 경기 침체로 제약산업의 성장이 더딘 아시아, 중남미 등을 공략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연내 대웅제약 주력 상품에 대한 할랄(HALAL) 인증을 받아 이슬람 국가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에 설립한 인니바이오연구소와 대웅인피온공장을 적극 활용해 바이오의약품을 연구·개발·생산하고, 선진국으로 역수출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 전략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미약품 우종수·권세창 공동 대표이사, 경영 관리 부실 회복 과제

 

한미약품의 공동 대표이사 사장인 우종수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권세창 신약개발부문 대표이사 사장에게는 경영 관리 부실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제공


2016년 항암신약 ‘올리타정’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늑장 공시, 미공개정보 관리 미흡, 사노피와의 일부 기술수출 계약 반환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점유율 1위에서 4위로 밀려난 한미약품은 총체적 관리 부실을 회복하기 위해 2017년 3월 우종수 전 부사장 겸 팔탄공단 공장장과 권세창 전 부사장을 신임 공동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우종수 대표는 경영관리부문을, 권세창 대표는 신약개발부문을 총괄한다. 2010년 11월부터 단독 대표이사를 지낸 이관순 전 대표이사는 상근고문으로 물러났다. 

 

당시 한미약품은 우종수·권세창 공동 대표이사를 선임한 데 대해 “글로벌 신약개발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자 각 분야 전문가를 전진 배치했다”며 “두 사람이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빠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통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적극 대응해 국내 및 글로벌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7년생인 우종수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영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를 지내며 통상산업부 기술대상(1997년), 과학기술처 이달의과학기술자상(1997년), 과학기술처 장영실상(1998년)을 수상했으며, 2004년 한미약품에 영입됐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한미약품 중앙연구소에서 제제연구팀장(이사 대우)을 맡았던 그는 상무이사로 승진한 후 한미약품 팔탄공단 공장장을 지내며 전무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무이사 시절인 2010년에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의 대한민국신약개발상과 우수신약개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 대표는 한미약품의 시장점유율 1위 회복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3월 16일 열린 한미약품 주주총회에서 그는 “창조, 도전, 혁신을 통해 한미약품의 행보 하나하나를 한국 제약산업 발전사의 이정표로 남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미약품 팔탄공장 내 의약품 스마트공장이 완공됐는데, 우 대표는 스마트공장의 추가적인 설비 도입으로 의약품 생산 가동률을 대폭 늘려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우 대표는 지난 3월 “스마트공장에서 본격화될 글로벌 CDMO(위탁생산+수탁개발) 사업은 한미약품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팔탄공장 스마트공장에는 의약품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PAT(Process Analytical Technology)와 무인운전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 두 가지 이상의 약 성분을 하나의 캡슐 안에 나눠 채울 수 있는 폴리캡 기술이 도입돼 있다.   

 

1963년생인 권세창 신약개발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199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의 연구위원으로 입사했다. 2010년 연구센터 부소장(상무이사), 2012년 연구센터 소장(전무이사)를 거친 그는 2016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3월 신약개발부문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연세대학교 생화학 학사, 연세대학교대학원 생화학 석사, 서울대학교대학원 동물자원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2010년 으뜸기술상 우수상, 2011년 대한민국기술대상 산업기술진흥유공자 지식경제부장관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취임 후 가진 ‘뉴스1’ 인터뷰에서 권 대표는 “3년 내 한미약품 기술로 만든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 나올 것이다. 바이오 신약 개발자로 꿈꿔온 일생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지난 2월 의학전문지 ‘메디파나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매년 같은 일을 해본 적이 없다. 항상 새로운 일을 했고, 직원들에게 ‘내년에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면 그건 발전하지 않는 것’이라 조언하고 있다”라며 한미약품의 2018년 비전인 ‘제약강국(製藥强國)을 위한 한미 혁신행정(革新經營)’에 발맞춰 나갈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비만, 당뇨,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등의 신약 개발에 주력해 한미약품을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목표도 내세웠다. 

 

한편 두 사람이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업계 3위인 대웅제약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2016년에는 0.14%포인트(p) 차이에 불과했는데, 2017년에는 4.8%p로 크게 벌어졌다. ​우종수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2019년 3월 18일, 권세창 신약개발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2020년 3월 10일 임기가 종료된다. ​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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