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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랑 몇천 원?' 통신장애에 뿔난 피해자들과 SK텔레콤의 다른 셈법

대리기사·퀵서비스 업종 "피해 대비 보상 적어"…2014년 '집단소송' 땐 SK텔레콤 승소

2018.04.10(Tue) 17:37:04

[비즈한국] 지난 6일 오후 벌어진 SK텔레콤 통신장애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SK텔레콤은 통신장애 피해를 겪은 고객들에게 이틀치 요금을 보상해주기로 했지만, 일부 고객들 사이에선 보상 금액과 대상을 일괄적으로 정한 것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집단소비자분쟁 등 추가 대응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은 이번 통신장애로 단 한 번이라도 통화나 문자메시지에 불편을 겪은 고객 730만 명을 대상으로 5월 요금에서 실납부 월정액의 이틀 치를 감면해줄 계획이다. 요금제별로 인당 보상액은 600원에서 7300원 사이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의 전체 보상액을 200억~300억 원으로 추산한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통신 3사가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약관상 기준인 ‘​3시간 이상’ 서비스 장애에는 미치지 않지만 SK텔레콤은 이번 장애로 인한 모든 피해자들에게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장애 시간은 6일 오후 3시 17분부터 5시 48분까지 2시간 31분간이다.  

 

일부 고객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택배기사, 대리기사 등 휴대전화를 매개로 사업을 하거나 생계를 유지하는 업종은 업무 관련 피해가 막대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개인 사업자 양 아무개 씨(31)는 “거래처만 수백 명 되는데 몇 시간 통신 장애로 겪은 사업장 손해가 막대하다”며 “그나마 카카오톡 무료통화가 됐으니 망정이지 그것마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물류배송을 하는 김 아무개 씨(48)는 “몇백 원, 몇천 원 보상으로 끝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조사 과정이 어떻게 됐고, 계산법이 어떻게 된 건지 충분한 설명도 없이 ‘약관상 피해시간이 적어 보상할 필요 없지만 피해 입은 고객 전원에게 얼마 치 보상해준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

 

퀵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요일 오후 3시에서 오후 6시 사이가 가장 바쁜 시간대이다 보니 피해 입은 기사들이 많다”며 “15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 손해를 주장하는 분들도 있고 평균적으론 10만 원 정도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일 SK텔레콤의 뒤늦은 대처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한 가입자는 “신용카드 분실신고를 급히 해야 했는데 카드사 연결이 되지 않아 곤혹스러웠다”며 “제때 안내 문자라도 왔다면 공중전화나 대체수단을 찾았겠지만 사과 문자는 당일 저녁 8시쯤에야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객들의 불만에도 SK텔레콤은 통신서비스 특성상 개별 고객의 특별한 사정에 따른 피해까지 보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대리기사나 퀵서비스 기사들 모두 일반 가입자와 같다는 게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SK텔레콤 측은 다만 “​개인이 아닌 소속 회사(법인) 차원에서 피해가 명확하게 확인될 경우 해당 업체와 피해 산정을 거쳐 보상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개별 사정을 감안하지 않는 보상은 지난해 LG유플러스 사고와 대비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부산, 경남 지역에서 1시간가량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약관상 기준인 3시간에 미치지 못했지만 개별 고객들의 신청을 받아 보상에 나선 바 있다.  

 

SK텔레콤 T월드 홈페이지에 게재된 박정호 사장의 사과문. 사진=T월드 홈페이지 캡처


일각에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집단 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보상안이 충분하지 않고, 이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분쟁조정 등 추가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번 사태가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참여연대 측은 “SK텔레콤은 즉시 구체적인 피해 현황과 규모 등을 파악해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피해보상안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에 적극적인 피해보상 중재를 촉진하고, 나아가 소비자집단분쟁조정신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해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의 통신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3월에도 저녁 시간 때 6시간가량 통신장애가 발생해 560만 명의 고객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보상액은 한 사람당 평균 7678원이었다. 그때는 저녁 시간에 통신장애가 발생해 대리운전기사들의 피해 호소가 강했고 이는 집단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SK텔레콤이 약관에 따른 반환과 배상을 이행했음이 인정된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 같은 과거 소송 사례도 SK텔레콤이 추가 보상 불가 결정을 내린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2014년 고객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며 “그 결과가 이번 SK텔레콤의 추가 보상 관련 방침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참여연대와 함께 집단소송에 참여한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 관계자도 “아직 적극적인 집단소송 움직임은 없지만 지금도 피해를 호소하는 기사들은 개별적으로 SK텔레콤에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안다”며 “규모에 따라 2014년과 같이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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