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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더 K9'을 지금 당장 사야 할 이유 셋, 그 반대 셋

'가성비'는 훌륭하지만 전작의 판매 부진은 우려

2018.04.10(Tue) 15:01:03

[비즈한국] 지난 3일 기아자동차는 2세대 ‘더 K9’을 출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2012년 첫선을 보인 1세대 K9은 기아차가 2000년 이후 최초로 선보이는 후륜구동 대형세단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1976년 양산된 국내 최초의 독자개발 모델인 포니는 후륜구동(FR)이었으나 1985년 현대자동차 포니엑셀·프레스토 이후 전륜구동(FF)이 대세가 됐다. 차량 앞쪽에 위치한 엔진으로 앞바퀴를 굴리는 전륜구동은 제작비가 저렴하고 실내공간이 넓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륜구동 중심의 프리미엄 수입차들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도 후륜구동 대형세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쌍용자동차가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술 제휴로 개발한 체어맨이 1997년 판매되면서 국내에 후륜구동 세단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현대자동차는 이보다 11년 뒤인 2008년 후륜구동 세단 제네시스를 선보였다. 이어 제네시스 플랫폼을 이용한 2세대 에쿠스가 2009년 후륜구동으로 재탄생했다. 기아차 역시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사용한 후륜구동 플랫폼으로 대형세단 개발에 나서 2012년 K9을 출시했다.

 

신형 2세대 더 K9(위)과 1세대 K9(아래). 사진=기아자동차


애초 체어맨, 에쿠스와 같은 초대형 세단으로 개발을 시작한 K9이었지만, 현대차와의 판매 간섭을 피하기 위해 제네시스의 파워트레인과 동일한 3.3리터, 3.8리터 배기량으로만 출시된 것은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에쿠스는 3.8리터, 4.6리터 배기량으로 판매되었다. 판매부진을 겪던 K9은 2015년 페이스리프트 때 5리터 배기량을 추가했지만,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늘진 않았다. 

 

이번에 출시된 2세대 K9은 처음부터 3.8리터, 3.3리터 터보, 5리터 배기량으로 출시됐다. 사이즈는 G80(제네시스 후속)를 능가하고 EQ900(에쿠스 후속)에 근접한다. 디자인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수입 대형 세단에 견줘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다. G80·EQ900가 아닌 K9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소비자 입장에서 K9을 사야 할 이유,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꼽아본다.

 

# K9을 사고 싶은 이유 셋

 

① G80급 가격에 EQ900급 공간

 

전장(앞뒤 길이)과 축거(두 바퀴 중심 사이 거리)는 자동차의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주요 스펙이다. K9의 전장과 축거는 5120mm, 3105mm로, 5m와 3m를 넘어 초대형 세단으로 불릴 만하다. ‘대형 세단’과 ‘초대형 세단’의 세그먼트 구분은 공식 카테고리에 없지만 G80급과 EQ900급을 구분할 때 관용적으로 사용된다. 

 

G80의 전장과 축거는 4990mm, 3010mm고, EQ900의 전장과 축거는 5205mm, 3160mm다. 전장에서 K9은 G80보다 130mm 길고, EQ900보다 85mm 짧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축거에서 K9은 G80보다 95mm 길고, EQ900보다 55mm 작다. G80과 EQ900의 중간이라기보다는 EQ900 쪽에 조금 더 근접해 있다. 

 

 

엔진 라인업은 K9과 EQ900이 동일하다. 3.8리터, 3.3리터 터보, 5.0리터 엔진이다. G80은 3.3리터, 3.8리터, 3.3리터 터보 엔진으로 한 단계 아래급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가격 포지션에서는 G80에 더 가깝다. 가격 비교를 위해 3.8리터 엔진, 4륜구동, 주행보조 시스템을 적용한 가격은 G80 6640만 원(3.8 프레스티지 6390만 원+4륜구동 250만 원), K9 6890만 원(플래티넘 3, 사륜구동 기본 포함), EQ900 9100만 원(프리미엄 럭셔리)이다. 

 

비슷한 조건에서 3.8리터 최고급형을 비교하면 G80 7440만 원(파이니스트 7190만 원+4륜구동 250만 원), K9 8000만 원(그랜드 플래티넘 7750만 원+뒷좌석 듀얼 모니터 250만 원), EQ900 1억 900만 원(프레스티지)이다. 

 


다만 K9은 EQ900의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300만 원)’ 옵션처럼 항공기 1등석 같은 시트 조절은 불가능하다. G80처럼 슬라이딩과 등받이 각도만 조절 가능하다. 대신 G80에는 없는 ‘파워도어 시스템’이 있다. 도어를 ‘쾅’ 닫을 필요 없이 차체에 붙여 놓으면 모터가 알아서 도어를 닫아주는 기능이다. 밖에서 문을 닫아줄 때, 운전기사가 탑승 후 도어를 닫을 때 기분 나쁜 울림이 없다.

 

② G80에 없는 신기술들

 

자동차도 IT제품처럼 최신의 제품은 이전 버전에 없는 신기술들이 대거 적용된다. 제네시스 G80의 경우 △고속도로 주행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 경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 △서라운드 뷰 모니터 △주차 보조(평행&직각 후진)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초보적인 반자율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2세대 K9은 진일보한 기능이 추가됐다. △차로 유지 보조(LFA)는 G80의 △고속도로 주행 보조와 △차로 이탈방지 보조를 통합한 기능으로,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시내도로까지 사용 가능해졌고 스티어링 휠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차로유지 및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기능이 훨씬 스마트해졌다. 

 

더 K9의 차로 유지 보조(LFA) 기능은 제네시스 G80에 없는 기능이다. 사진=기아자동차


내비게이션과 차량 운행이 기능적으로 통합된 것도 새롭다. 내비게이션으로 정보를 받아 길이 50m 이상의 터널 앞에선 열려 있는 창문을 자동으로 닫고 공조 시스템을 ‘내기 순환 모드’로 변경한다. 내비게이션 상에서 곡선구간이 감지되면 속도를 자동으로 감속한다. 과속으로 달리다가도 내비게이션 정보에서 과속위험구간이 감지되면 필요한 만큼 속도를 줄인다. 

 

이 외에도 △안전하차 보조 △후방 교차 충돌 경고·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주행 중 후방 영상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③ 보증 및 프리케어

 

기아차의 플래그십(메이커를 대표하는 최고급 제품) 차량인 만큼 보증 및 프리케어도 현대차 G80보다 미세하게 ‘플러스알파’를 추구했다. G80의 경우 차체, 일반부품 및 엔진, 동력 전달 계통 주요 부품의 무상보증 기간은 5년 10만km지만, K9은 5년 12만km로 EQ900과 동일하다.

 

3.8리터 배기량 기준으로 엔진오일, 오일필터, 에어컨필터 교환의 경우, G80은 4회지만 K9은 5회다. 브레이크 패드(앞)와 브레이크 오일 교환은 각 1회로 동일하다. 와이퍼 블레이드(2회), 내비게이션 업데이트(4회)는 G80과 K9의 회수가 동일하다. 

 

G80에 없는 K9만의 고객서비스도 있다. K9 구매고객은 프리미엄 메이크업 또는 프리미엄 골프 레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프리미엄 메이크업’은 헤드램프, 도어컵, 도어엣지, 주유구 등 생활 스크래치가 많은 부위에 보호필름을 부착하는 것이다. 추가로 연간 1회, 총 3년 3회 사용 가능한 ‘프리미엄 쇼퍼 서비스’는 1일 8시간 전문기사가 차를 운전해 주는 것이다. 

 

# K9 구매가 꺼려지는 이유 셋

 

① 1년 반 뒤 G80 후속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G80은 2013년 말 제네시스(DH)로 출시됐다. 올해 말이면 5년째가 된다. 현대차는 G80 후속 모델을 2019년 말 출시할 계획이다. 아직 1년 6개월 남았다. 법인구매 비중이 높은 대형세단인 만큼 리스·렌트로 신형 K9을 타다 1년 6개월 뒤 신형 G80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 구매 고객이라면 구매를 주저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흐름을 보면 신기술 적용 속도가 빠르다. 스마트폰 시장만큼은 아니지만, 자동차도 1년마다 스마트한 기능들이 속속 추가된다. 

 

기아차는 신형 K9 출시 미디어행사에서 올해 1만 5000대, 내년부터 연간 2만 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했다. 올해는 신차효과가 있어 목표한 수치를 달성하더라도 내년 말 G80 후속의 도전을 이겨내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② ‘기아’ 엠블럼

 

1세대 K9이 빛을 보지 못하면서 기아자동차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함대 선단의 중심을 차지하는 기함(깃발을 단 전함)을 뜻하는 ‘플래그십’ 모델의 존재감은 브랜드의 자존심이다. 이 포지션의 K9이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기아차의 브랜드도 한 단계 상승할 기회를 놓쳤다.

 

2세대 K9이 ‘기아(KIA)’ 엠블럼을 달지, 현대차 ‘제네시스’처럼 별도의 엠블럼을 달지가 한때 자동차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관심사였다. 기아차는 자사 최초의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인 스팅어 때 별도의 엠블럼을 달았다. 

 

기아자동차는 스팅어에 별도 엠블럼을 단 것과 달리 더 K9에 기아 엠블럼을 달았다. 사진=기아자동차


결론적으로 신형 K9은 ‘기아’ 엠블럼을 달았다. 기아차로선 브랜드의 자존심이 걸렸고, K9을 통해 ‘기아’ 이미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만큼 엠블럼에 공을 들였다. 기존의 것처럼 어두운 바탕에 알파벳 ‘KIA’를 새겼지만, 자세히 보면 검은색 바탕이 아니라, 검붉은 바탕 속에 라디에이터 그릴에 쓰인 격자무늬가 보인다. K9에 담긴 기아차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③ 중고차 가격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말이 있다. 특정 차량이 잘 팔리는 경우 최초엔 신차 자체의 매력이 판매량을 주도하겠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판매량 자체가 판매를 견인하기도 한다. 차량을 소유해본 사람이라면 유지보수 비용과 중고차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이 팔린 차는 어디서든 수리가 가능하다. 판매량이 한정적인 수입차는 고장 시 며칠 동안 운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차는 부품가격과 수리비도 비싸다. 반면 판매량이 많은 차는 부품 수급도 원활하다. 단종 이후 10~20년이 지나도 하루 이내에 부품을 구할 수 있다. 

 

판매량이 많은 차종은 중고차 가격도 높게 형성될 뿐만 아니라, 처분 시 빨리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다. ‘모두가 타고 다니는 차’가 싫어 ‘개성 넘치는 차’를 사면 탈 때는 좋지만 차를 바꿀 때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있다. 많이 찾는 차종은 중고차 딜러가 매물 확보를 위해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2세대 K9은 기아차가 자존심을 걸고 완성도를 높여 시장에 내놓았다. K9이 마음에 드는 소비자라면 당장 구매를 결정하고 신차에 쏟아지는 시선을 즐길 것이다. 그러나 주저하는 소비자들은 불확실성이 사라지길 기다릴지 모른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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