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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헬스앤뷰티 시장의 '1강 2약'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

올리브영 점유율 64%…'롭스', '랄라블라' 2위 다툼

2018.04.05(Thu) 18:33:30

[비즈한국] 헬스앤뷰티(H&B) 스토어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 강자로 꼽힌다.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공룡들이 부진을 겪는 사이 편의점 못지않은 상승세를 보인다.

 

H&B 시장규모는 크지 않지만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500억 원, 2013년 6320억 원이었던 H&B 시장규모는 2017년 1조 7000억 원 수준으로 커졌다. 성장률만 보면 연평균 15% 성장을 기록한 편의점을 뛰어넘는다. 증권가에선 H&B 시장규모가 올해 2조 원을 돌파하고, 5년 내 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허민호 CJ올리브영 대표(왼쪽), 선우영 롭스 대표(오른쪽). 사진=사진=CJ올리브네트웍스​, 롭스

 

2000년대 초반 화장품 유통 채널의 ‘대세’가 로드숍이었다면, 이제는 H&B스토어가 ‘여자들의 놀이터’로서 그 자리를 꿰찼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수년 새 중국 사드 여파로 로드숍들이 사업을 축소했지만 H&B 업계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켜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스토어는 화장품과 건강식품, 식음료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며 일종의 종합생활유통채널로 각광받고 있다”며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하나의 브랜드를 봐야 하는 백화점과 달리, 한 곳에서 다양하고 질 좋은 중저가 제품을 접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편리하고 합리적인 것을 찾는 최근 소비 패턴에 맞는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H&B스토어 시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의 독주체제다. 올리브영의 매장 수와 매출은 다른 경쟁업체들의 매장,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구 왓슨스)’는 오랜 기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발주자인 롯데쇼핑의 ‘롭스’가 빠른 속도로 격차를 줄이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2위 다툼이 전망된다. 

 

# 압도적 1위 ‘CJ올리브영​ 허민호 대표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CJ올리브영은 국내 최초 H&B스토어다. 1999년 CJ제일제당의 한 사업부로 시작했다. 1990년 대 유럽과 미국 등에서 ‘드러그스토어’의 성공사례를 보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전폭적인 투자를 강행하며 들여왔다. 국내 의약품 판매규제로 의약품은 제외하고 화장품에 집중하면서 지금의 H&B 모델이 만들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드러그스토어 개념이 생소해 실패를 예측하는 시각이 많았다. 왓슨스가 5년 뒤인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올리브영과 왓슨스의 전국 매장은 모두 합쳐 100여 개에 불과할 정도로 성장세가 더뎠다. 

 

올리브영의 본격적인 성장은 사업 시작 10여 년 후인 2008년부터다. 허민호 올리브영 대표가 영입된 직후다. 허 대표 체제 이후 올리브영은 매장 늘리기에 주력했다. 2008년 전국 57개였던 올리브영 매장은 2011년 152개, 2015년 552개, 2017년 1000여 개(추산)로 가파르게 늘었다. 

 

한 CJ그룹 관계자는 “2011년 올리브영이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허 대표가 직접 모든 가맹점주들과 예비 가맹점주들을 만났다”며 “점주들과의 만남은 단순한 소통에 머물지 않았다. 허 대표는 상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기회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허민호 CJ올리브영 대표. 사진=CJ올리브네트웍스


짧은 시기에 강행한 공격적 출점전략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영업이익이 2011년 69억 원, 2012년 8억 원으로 곤두박질치다 2013년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CJ그룹 내부에선 올리브영을 ‘계륵’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변화는 2014년부터다. 해외 드러그스토어가 국내에 알려지고, 고품질‧저가제품을 중시하는 ‘가성비(가격대비성능)’ 소비패턴이 대두되면서 다양한 제품을 갖춘 H&B스토어가 전통적인 화장품 로드숍을 앞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CJ그룹 측에 따르면, 이때 허 대표가 선택한 전략은 중소기업 중심의 차별화된 상품 발굴이었다. 허 대표의 과거 MD(상품기획) 경력에서 나온 전략이라는 후문이다. 중소기업 아이디어 상품 발굴과 시장 반응이 좋았던 해외직구 아이템을 선택했다. 올리브영의 협력업체 가운데 국내 중소업체 비중은 70%에 달했다. 올리브영 매출은 2014년 5800억, 2015년 7603억, 2016년 1조 1270억까지 수직상승했다. 

 

증권가에선 올리브영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5년 내에 올리브영은 순이익 측면에서 CJ제일제당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다만 올리브영과 경쟁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후발 주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H&B스토어는 블루오션이 아니다”라며 “제품군 확장 과정에서 편의점 업계는 물론, 지역 상인들과 취급 품목이 겹치면서 벌어지는 갈등 등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1989년 신세계백화점 영업담당을 시작으로 2001년 동화면세점 영업·구매 담당을 거쳐 2008년 상무 직급으로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2013년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다.

 

# 왓슨스에서 이름 바꾼 ‘랄라블라​ 김시엽 대표

 

‘왓슨스’로 H&B스토어 사업을 해오던 업계 2위 GS리테일은 최근 ‘랄라블라’로 상호를 변경했다. 3월 말까지 전국 모든 매장 간판이 ‘랄라블라’로 바뀌었고, 인테리어도 달라졌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이제 왓슨스에 비용을 지불하고 브랜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체 브랜드로 이미지를 바꾸고 차별화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2월 ‘A.S왓슨그룹’과 결별했다. 2005년 ‘A.S왓슨그룹’과 50 대 50으로 합작해 H&B스토어 시장에 진출한 GS리테일은 국내 왓슨스 운영사인 왓슨스코리아를 흡수합병했다. 랄라블라는 사내 공모와 외부 컨설팅을 거쳐 탄생한 새 이름이다. 흡수합병과 이후 하태승 왓슨스코리아 대표 체제에서 올해 1월 김시엽 랄라블라 대표(GS리테일 H&B사업부문장, 전무) 체제로 변화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대외활동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왓슨스는 전 세계 왓슨스 히트상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던 반면, 편의점 사업에 집중한 GS리테일의 전략과 외국기업과 공동으로 소유한 지분구조 탓에 빠른 의사결정이 어려웠다. 한국 진출 11년 만에 공식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을 오픈한 게 단적인 사례다. 온라인 유통망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던 시점에서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뒤늦은 대응이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왓슨스코리아를 편입하고 랄라블라(구 왓슨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랄라블라 측은 김시엽 대표 취임 이후 아직까지 촬영한 사진이 없다고 전해왔다. 사진=랄라블라


랄라블라는 최근까지도 1위 업체 올리브영과의 격차는 좁히지 못하고 있다. 매장수는 올리브영 980여 개(2017년 추산), 랄라블라는 191개(2018년 1월)다. 업계에 따르면 H&B스토어 시장점유율도 올리브영이 64.8%, 랄라블라 15% 순이다. 영업이익도 적자다. 왓슨스의 2017년 2월부터 12월까지의 손익이 반영된 GS리테일의 ‘기타부문’ 영업적자는 135억 원이다. 증권가에선 ‘랄라블라 출점에 따른 비용 증가’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같은 기간 업계 1위 올리브영의 매출은 1조 5260억 원, 영업이익 840억 원을 기록했다.

 

랄라블라는 매장수를 올해 안에 3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매장의 2배에 가깝다. 공격적 출점 전략은 3년 간 20% 이상 성장하는 최근의 H&B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랄라블라는 모든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 중인데, GS25 편의점 사업 방식을 도입해 가맹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GS리테일은 편의점 시장에서 점포 수에서 업계 1위다.   

 

랄라블라는 동시에 H&B스토어 최초로 택배 서비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즉시 환급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편의점 등 GS리테일의 사업부와의 협력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2위 유지는 물론 올리브영과의 격차도 줄이겠다는 의지가 섞여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지난해에 이어 연속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관점을 어디로 두냐에 따라 다르다. 미래 가능성을 분석하고 확인한 뒤 진행하는 투자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롯데 '유리천장' 깬 선우영 롭스​ 대표

 

롭스는 2013년 서울 홍익대 인근에 1호 H&B스토어를 열며 시장에 진입한 후발 주자다.  롯데쇼핑 내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6월부터 별도의 사업본부로 독립했다. 경쟁 업체들과의 업력 차이가 10여 년이지만, 롭스는 업계 2위 랄라블라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시장에 뛰어든지 5년 만인 지난 3월 서울 이태원에 100호점을 개점했다. 올해 매장을 50여 개 더 늘릴 예정이다. 

 

롭스는 올 1월 취임한 선우영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선우 대표는 취임 직후 롯데그룹 최초로 유리천장을 깬 여성 CEO로 주목받았다. 1989년 대우전자에 입사한 뒤 1998년 롯데하이마트에서 상품관리와 온라인부문 등을 거쳤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에선 선우 대표가 하이마트 시절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CEO 발탁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선우영 롭스 대표. 사진=롭스


그룹 관계자들이 꼽은 선우 대표의 대표적 성과는 2013년 60만 대를 판매한 ‘한국형 제습기’다. 선우 대표가 동남아시아와 같은 덥고 습한 국내 여름 날씨를 보고 2012년 국내 중견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뒤 생산한 제습기는 폭발적 반응을 얻었고,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뒤따라 제습기 시장에 뛰어들 정도였다. 하이마트 온라인부문장을 맡은 뒤엔 온라인몰을 정비하고 모바일 앱을 도입했다.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옴니존’을 도입해 매출을 연 6000억 원 규모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스타상품 개발 등 풍부한 상품기획 경험과 온라인판매 경험은 롭스 경영전략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선우 대표가 가진 강점은 실생활에 밀접하고 소비자 반응이 중요한 H&B스토어에 적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롭스는 지난해 7월 모바일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의 멤버십 혜택을 통합한 옴니 앱 ‘롭스몰’을 론칭했다.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매장수가 적지만 신규 출점을 확대하고 속도를 내며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내실을 채우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다. 앞서의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선우 대표 입장에선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의 대규모 유통망도 선우 대표의 무기 가운데 하나다. 롯데쇼핑 유통계열사에 입점하거나 제휴를 늘리는 전략이 나올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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