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중국으로 향했던 국내 유통 기업들이 하나둘 국내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의 경쟁 심화와 중국 내 기업들의 선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2월 26일 이사회에서 북경오뚜기의 청산작업을 마무리했다. 2010년 6월 설립 후 8년 만의 철수다. 북경오뚜기는 국내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수입해 중국에서 판매하는 회사다. 케첩과 카레, 라면 등 300여 종의 오뚜기 주력 품목을 베이징과 텐진, 상하이 등의 수입 대리상에 납품해왔다.
오뚜기는 15억 중국시장의 구매력 증대에 발맞춰 고품질의 식자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북경오뚜기는 법인 설립 후 적자가 이어지며 8년간 5억 621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문을 닫았다.
오뚜기만이 아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사업 매각 작업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불매 운동이 이어지며 경영이 어려워졌다. 중국 롯데마트는 슈퍼마켓 13개 등 총 11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소방법 위반 등으로 74곳이 강제 영업정지 중이며, 자율적으로 운영을 중지한 13곳 등 총 87곳이 셔터를 내린 상태다.
롯데는 중국 롯데마트 운영을 위해 현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두 번에 걸쳐 6900억 원가량의 자금을 수혈할 정도로 재정난이 심각했다. 매달 1000억 원의 운전자금이 필요해, 이 자금도 적지 않게 소진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롯데마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롯데지주 이익 개선 규모는 연 200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
현재 중국 유통기업인 ‘리췬그룹’ 등이 중국 롯데마트 실사에 나섰지만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본 현지 기업들이 소극적이라 매각은 지지부진하다. 중국 롯데마트의 실적 부진과 매각 난항은 롯데 주가 부진에도 영향을 끼쳐 호텔롯데 상장에도 차질을 주고 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비서장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중국 단체관광 정상화와 롯데마트 매각 등과 관련해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며, 이를 믿어 달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 이후에도 중국의 한국 기업 규제는 완화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치권의 약속에 큰 기대를 걸진 않는 분위기다.
가파른 경제성장과 당국의 내수 강화 정책으로 희망의 땅으로 여겨졌던 중국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연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진출의 실패 이유로 현지 시장의 특수성을 꼽는다.
중국은 중형마트와 재래시장이 곳곳에 있어 대형마트가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외국 기업에 임차료가 높고 유통 규제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제품 조달과 물류 등에 있어 제조업자들이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한다.
국내 최대 커피점 프랜차이즈인 카페베네도 2012년 중국 중치투자그룹과 50 대 50으로 공동출자해 중국에 진출했지만 가맹점 분쟁과 합작회사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 통제권을 잃고 말았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 제조사 관계자는 “중간 유통업자들의 권한이 막강해 삼성전자조차 스마트폰 도매업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1997년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도 두 손 들고 지난해 철수를 결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산업의 경우 전체 예금액의 80%도 대출에 못 쓰는 등 예대율 규제가 심해 현지 은행들과 경쟁이 어려운 등 온갖 규제에 묶인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진출 국가의 문화, 식습관, 유행을 제때 쫓지 못한 점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통은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산업으로, 유행에 민감해 현지인들에게 이질감을 줘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도토루나 아지노모도 등 일본계 유통회사들도 한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식료품 제조사인 하인츠 역시 아시아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세인트존피셔대학 최정호 경영학부 교수는 “스타벅스가 남미에 진출하며 커피농장을 직접 운영하는 등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취했다. 사회공헌 등 현지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문화적 이질성을 낮추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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