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여러 곳에서 경제전망 세미나를 진행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하나 있다.
“경기가 좋아졌다는데, 왜 내수경기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요?”
1985년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과 민간소비의 관계를 살펴보면,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률보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낮게 형성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한 해의 예외도 없이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수출이 잘 되어 경제성장률이 오르면 내수경기가 함께 좋아졌었는데, 왜 최근에는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려울까?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간된 보고서 ‘해외소비 변동 요인 및 경제적 영향’은 이 의문을 상당 부분 해소해준다. 보고서 2쪽의 ‘표 1’은 한국 전체 소비 중에서 해외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준다. 해외소비란, 한국의 각 가정이 해외여행과 유학·연수에 사용한 지출을 의미한다.
해외소비는 2016년 28조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 1~3분기에 전년 대비 9.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계소비 중 해외소비의 비중은 4.4%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1990년대에는 이 비중이 2.0%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20년도 안 되는 시간에 두 배 이상 비중이 늘어난 셈이다.
해외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소득이 증가하면 좋겠지만, 연 9% 이상의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해외소비가 늘어날수록 내수경기는 위축될 여지가 높은 셈이다.
# 왜 해외소비가 급증했나?
해외소비는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인의 해외여행과 소비는 그들의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를 돌파한 2011년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9745달러로 2018년에는 꿈에 그리던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의문이 말끔히 풀리지는 않는다. 위 ‘표 1’을 보면, 2001~2007년에도 전체 소비에서 해외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3%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붐을 이룬 해외소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되었다가 최근 다시 역사적 최고 수준을 갱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 2015년 이후 해외소비가 급격히 증가했을까? 제일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유학생 수의 급증이지만, 아래 ‘표 2’는 이 가설을 부인한다. 한국의 유학생 수는 2010년이 역사적인 정점이었으며, 유학·연수 관련 지급액 역시 2010년 44.9억 달러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는 한국의 사교육비 통계와 일치된다. 통계청이 발간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2018.3.15.)’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10년 월 24만 원에서 2017년 27만 원으로 늘어났지만, 어학연수 참여율은 2010년 0.7%에서 2017년 0.5%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를 강화시키는 요인은 ‘학령인구 감소’다. 통계청·여성가족부가 발간한 ‘2017 청소년 통계’를 보면, 2017년 학령인구(6~21세 인구)는 846만 1000명인데, 이는 2000년의 1138만 명에 비해 거의 300만 명 가까이 준 것이다. 2020년에는 학령인구가 782만 명으로 감소하니, 유학·연수 관련 지급액은 지속적으로 줄 가능성이 크다.
# 해외 여행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유학·연수비용이 감소하는 만큼, 최근의 해외소비를 주도하는 것은 해외여행으로 보인다. 왜 최근 해외여행 인구가 증가했을까?
한국은행은 두 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하나는 2016년을 고비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떨어진 것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해외에서의 구매력이 높아지기에, 해외여행 및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저가항공의 폭발적 성장이다. 아래 ‘그림 8’은 저가항공사를 이용한 승객의 비중 변화를 보여주는데, 2010년 단 3%의 승객이 저가항공사를 이용했지만, 2017년에는 38%로 급증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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