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 23일 구속돼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차명보유한 다스를 통한 350억 원 횡령 및 31억 원 탈세, 다스의 경영상 현안에 국가기관을 동원한 직권남용 등 14개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 수사라는 부담 속에 적지 않은 범죄혐의를 밝힌 검찰에 대해 ‘정의를 실현했다’는 찬사도 쏟아지지만, 혐의 중 상당수는 10년 전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됐고, 검찰은 수차례 면죄부를 주었기에 마냥 박수만 칠 일은 아니다.
검찰은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에, 10년 전에는 “이명박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이제 와서 “이명박 것이다”라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당시에는 이 전 대통령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였기에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항변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형사법이 검사에게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을 주고, 신분을 보장하면서 단독체의 관청으로서 준사법기관의 지위를 인정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다.
사정이 이렇기에 검찰개혁은 시대적 사명이 되었고, 최근 보도된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수사종결권 일부 부여, 검사의 직접수사를 공직자 부패와 경제·금융 및 선거 등 특수사건에 한정하는 것 등을 담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에 대해 검찰을 배제한 조정안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검찰개혁이 시대적 사명인만큼 정부 조정안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지적을 하고자 한다. 검경 관계는 지휘 받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협력하는 수평적 관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지난 시절 검찰권 오남용에 비판이 컸던 만큼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공소제기여부를 결정하는 수사종결권을 경찰에게 부여하는 것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경찰 댓글 공작 의혹, 민간인 사찰 정보 청와대 보고 의혹 등이 쏟아지고 경찰개혁위원회에서 정보국 폐지를 경찰에 권고하는 상황에서, 과거 국정원에 필적할 만한 정보망을 구축한 경찰에게 검찰의 사법통제 없는 수사권을 준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검사제도가 대륙의 국가소추주의의 역사적 산물이고 경찰에 대한 법치국가적 통제로 기능하는 제도적 연혁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까. 작년 12월 발족한 법무부·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1차로 선정한 사건들이 해답이 될 수 있다. 김근태 고문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PD수첩 사건,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사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사건 등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사건, 김학의 차관 사건 등 검찰 구성원이 문제가 된 사건 등이 지금 당장 눈앞에 다가왔을 때 검찰이 공명정대하게 수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것이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와 같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할 뿐만 아니라, 검찰구성원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 신설을 통해 맡기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이 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인사의 중립성 및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 및 독립성 확보를 위한 관련 제도 정비, 법무부 탈검찰화 및 검사의 법무부 등 외부기관 근무 축소 등이 국정과제로 되어 있고, 일부는 시행 중이다.
여기에 검찰총장의 임기제는 반드시 지키고, 검찰에게 지나친 권력을 부여한 듯 보이는 검사장에 대한 차관급 예우를 폐지하며, 검사장급 이상은 퇴직 후 법무부장관 내지 청와대 근무를 금지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수십 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개혁은 주요 국정과제였고 그때마다 실패해 국민의 피로감도 극에 달했다. 모쪼록 검찰개혁이 국민의 권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권력이 아닌 국민의 검찰이 될 수 있도록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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