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에 이사했습니다. 짐 정리 중 ‘마지막으로 CD를 만져본 게 언제인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음악을 열심히 듣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반 CD를 모으던 저도 언젠가부터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듣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Spotify)’는 스트리밍을 대표하는 회사입니다. 음악은 당장 돈을 벌기는 어려워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대부분의 IT 대기업이 음원 사이트에 인력을 집중하는데요.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는 최고 음원 사이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뭘까요?
2006년, 스타돌(Stardoll)의 최고기술경영자(CTO)였던 다니엘 엑(Daniel Ek)과 트레이드더블러(TradeDoubler)라는 서비스를 만든 마틴 로렌쏜(Martin Lorentzon)은 새로운 음악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스포트(spot)’과 ‘아이덴티파이(identify)’를 합친 스포티파이(Spotify)라는 이름의 서비스였지요. 이들의 팀은 연구 끝에 2008년 10월, 스웨덴에서 스포티파이 앱을 공개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지인 초대’를 통해 무료 계정을 배포했습니다. 유료 계정은 모두에게 공개했죠. 나중에 스포티파이는 무료로 광고와 함께 핵심 기능을 공개하되 유료 유저에게는 프리미엄(Freemium)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프리미엄은 이후 스포티파이를 상징하는 비즈니스 모델(BM)이 됩니다.
스포티파이는 빠르게 세계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2009년 스포티파이는 영국에 진출합니다. 2011년엔 미국으로 갔죠. 2012년까지는 무료체험기간을 두면서 홍보에 주력했습니다. 스웨덴, 영국, 미국, 이 세 국가는 팝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입니다. 아바 시절부터 팝 음악의 메카로 불리는 스웨덴. 비틀스부터 아델까지 끊임없이 최고의 팝스타의 요람인 영국. 그리고 팝 음악 그 자체인 미국까지. 스포티파이는 팝 음악의 핵심 국가를 접수해 갑니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음악시장을 지배하는 음원 사이트 중 하나입니다. 스포티파이에 있는 곡만 해도 3000만 곡에 이릅니다. 유저 수는 2017년 기준 1억 4000만 명입니다. 그중 유료 유저는 2018년 1월 기준 7000만 명이 되었지요.
스포티파이는 음악시장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대다수의 유저는 무료로 광고를 들으며 음악을 듣습니다. 좀 더 좋은 음질로, 끊기지 않게 음악을 들으려면 돈을 내야 합니다. 사용자가 내는 유료음원 이용료와 광고비, 즉 매출의 70%는 저작권자에게 갑니다. 저작권자는 총 음악감상 시간 중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저작권료를 받지요.
스포티파이는 음악산업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아티스트의 수입을 천문학적으로 줄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전선에 있으니 당연한 결과겠지요.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와 테일러 스위프트는 음원 수입 비율에 문제를 제기하며 잠시 스포티파이에서 음원을 빼기도 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CD, MP3 등과 달리 음원을 재생하면 재생할수록 지속적으로 아티스트에게 수입이 나오고,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는 등 아티스트에게 이득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음악시장에 기여한다는 겁니다. 최대 2주간 아티스트가 스포티파이에 음악을 독점 공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좋은 조건에 제공하는 등 많은 아티스트를 보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보급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의 BM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과거에 뮤지션은 공연과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홍보하고, CD 등 음원으로 수익을 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성기 시절 전혀 투어를 하지 않던 비틀스가 있지요. 음원이 무료나 마찬가지인 지금은 다릅니다. 음원을 통해 본인을 알리고 공연으로 수익을 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공연에 돈을 내고 있습니다. 공연 가격도 비싸지고 있죠. 팝 음악 CD는 팔리지 않지만, 팝스타의 대형 공연은 끊임없이 열리는 한국이 대표적입니다.
음악시장을 바꿀 정도로 성공적이었던 스포티파이에 엄청난 경쟁상대들이 바로 나타났습니다. 대형 IT 회사들입니다. 아이튠스가 음악시장을 뒤집어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IT 시장을 정복했던 애플은 ‘애플 뮤직’을 만들었습니다. 아마존과 구글도 곧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참전했죠.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를 비교한 영상. 두 서비스는 현재 음원 시장의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다. 아직까지는 스포티파이의 우위다.
특히 애플과 스포티파이의 신경전이 거셌습니다. 앱스토어는 구매 비용의 30%를 세금처럼 거두고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스포티파이가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싼 이유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애플뮤직을 위해 경쟁사의 경쟁력을 낮추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애플은 ‘다른 모든 앱스토어의 앱과 똑같은 가이드를 적용하고 있다’고 맞섰지요. 스포티파이는 내부에서 애플뮤직에서 독점 음원을 공개하는 아티스트의 노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애플에 대항했습니다. 또한 EU와 연합해 애플과 구글이 ‘자신의 플랫폼으로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유리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항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2016년, 공개편지를 통해 스웨덴 정치인에게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대형 IT 회사와 대항하려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를 위해 유연한 주택 정책, 좀 더 나은 코딩 교육, 스톡옵션에 정책 재고를 주문했습니다. 지금 상태로라면 스포티파이는 이 모두를 가진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죠.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뉴욕 지사의 인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IT 회사는 결국 인재가 모이는 미국에 있어야 한다는 증거인 걸까요?
한술 더 떠 스포티파이는 뉴욕증시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IPO 없이, 기존 투자자와 직원이 보유한 주식을 그대로 증권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거래를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공개한 바에 따르면 작년 스포티파이는 매출 50억 달러, 영업손실은 4억 6100만 달러의 성적을 냈습니다. 당장 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향후 가능성을 보고 상장을 시도한 거지요.
스포티파이는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현재 음성비서 서비스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라는 대형 IT 회사의 음성 플랫폼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지요. 나아가 자신만의 스마트 스피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음악시장, 나아가 콘텐츠 유통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스포티파이가 뒤바꿔버린 음악산업의 단면이 또 있습니다. 플레이리스트 공유입니다.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과거 개인이 직접 녹음해 공유했던 카세트테이프의 낭만을 인터넷에 옮긴 거지요.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음악을 소개하고 또 발견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오바마는 2013년, ‘취임 기념 파티’용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2015년에는 여름 휴가용 플레이리스트 등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해 흑인문화, 흑인인권운동과 자신의 연결고리를 보여줬지요. 알앤비, 펑크, 힙합, 재즈 등 흑인음악을 중심으로 록, 팝까지 아우르는 플레이리스트 자체가 홍보이면서 정치 활동이었습니다.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스포티파이는 2017년, 퇴임을 앞둔 오바마에게 ‘스포티파이 대통령이 되달라’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플레이리스트 공유가 쓰기에 따라 엄청난 파급력의 마케팅이 된 셈입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돈이 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모두가 좋아합니다. 덕분에 음악은 콘텐츠 소비의 시작이 될 수 있지요. 아이튠스, 아이팟으로 음악사업을 시작한 애플은 IT 전체를 뒤집어 버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스포티파이는 음원 스트리밍으로 음악 소비를 바꾸고 있습니다. 음악을 스트리밍과 플레이리스트 공유 위주로 바꾸었죠.
이렇게 얻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음성비서와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어 거대 IT 기업들 사이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습니다. 편지를 쓰고, 소송을 진행하고, 싸우면서 말이죠. 음악산업을 뒤집으며 대형 IT 기업과 대결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표주자, 스포티파이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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