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계 경제가 호황세를 보이는 와중에 한국 경제만 뒤쳐지는 모습이다. 실업률은 계속 오르고, 기업은 물론 가계의 심리를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청와대 경제팀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월 취업자수는 2608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 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취업자 증가수는 8년 1개월 만에 최저 증가폭이다. 나빠지기만 하는 일자리 사정에 구직 자체를 단념한 이들은 54만 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5000명이나 늘었다. 또 3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 실사지수(BSI)는 74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떨어져 2016년 12월(7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BSI가 100을 밑돌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좋게 인식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청와대 경제팀의 움직임은 부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청와대 경제팀 내에 정통 거시경제 전문가가 없다 보니 최근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경영학 전공에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거시경제나 실물경제보다는 대기업 규제 쪽을 천착해왔던 탓에 한국 경제 전체를 조율하는 능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홍장표 경제수석이나 김현철 경제보좌관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홍 수석은 분배를 강조하는 학현학파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에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인물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과 실업률 상승 등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부작용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전공인 김 보좌관은 자신의 업무가 아닌 외교 문제에서 분쟁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인도-태평양 라인 전략에 대해 “우리가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해 외교적 혼선을 빚은 데 이어 올 1월에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와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추가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일자리 사정이 악화되면서 반장식 일자리수석의 역량도 도마에 오르는 분위기다. 반 수석은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물러난 이용섭 부위원장 대신 일자리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이후 일자리위원회가 ‘식물 위원회’가 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울 때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등이 지향점을 보여주며 경제를 이끌어야 하는데 그러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 때문인지 최근 들어 경제 정책의 힘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급격히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 경제팀이 내놓은 정책은 우리 경제의 폭탄이 된 가계부채나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부동산 규제와 법인세 인상, 대기업 규제,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확산, 공공부문 인력 확대 등은 일부 부작용을 나타낸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정 실장 등 청와대 경제팀은 연초에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영세업체 경영난이나 고용 감소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등 현장을 직접 찾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올 들어 청와대 업무 중심축이 외교·안보로 급격히 옮겨가면서 청와대 경제팀에 힘이 빠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 방북, 남북 정상회담 합의, 북미 정상회담 예정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이 급변하고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각종 회의가 외교·안보에 집중되면서 경제팀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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