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종구 금융위원회(금융위) 위원장은 30일 최근 사임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금감원) 원장 후임으로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을 임명 제청했다.
1966년생인 김 내정자는 1984년 경성고등학교, 1998년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했다. 당초 그는 대학 진학 생각이 없었지만 운동권의 길을 걷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교 2학년 때 출석미달로 제적당했고, 이후 다시 대학에 들어가 졸업장을 받았다.
# 참여연대 거쳐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 ‘정무위원회 저승사자’
김 내정자는 1994년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함께 참여연대를 창립했다. 1999~2007년 참여연대 정책실장, 2002~2007년 참여연대 사무처장, 2007~2011년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맡았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민주당계 일부 의원들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지지하는 것을 두고 “386세대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하면서 나름 인상을 남겼다.
2011년 말 김 내정자는 시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했다. 그는 당시 시민단체 ‘내가꿈꾸는나라’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내가꿈꾸는나라가 야권 통합에 참여하면서 김 내정자도 합류한 것이다. 앞서 2011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에서 내가꿈꾸는나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했고, 김 내정자는 박원순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특보를 지냈다.
김 내정자는 2012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의원 시절 ‘정무위원회 저승사자’로 불리며 재벌기업을 비판했다. 또 ‘자사주 취득 처분 제한’, ‘워크아웃 상시운영’, ‘소멸시효채권 부활금지’, ‘초고소득자 과세’ 등 개혁적인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위는 “김 내정자는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정책위원장 등으로 오랜 기간 재직해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과 개혁적 경제정책 개발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며 “제19대 국회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소관하는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금융 정책·제도·감독 등에 높은 전문성을 보유했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역시 논평을 통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환영의 입장을 밝힌다”며 “김 내정자는 모피아 등 관료 출신이나 금융에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가 아니고, 금융감독 개혁에 대한 식견과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금감원장의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인사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 긴장하는 금융회사들
김 내정자 선임으로 인해 일부 기업과 금융회사들은 긴장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금감원의 ‘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태스크포스(TF)’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재산을 61억 8000만 원으로 집계했다. 이 회장은 30억 원 이상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4개의 금융회사에서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증권사들은 “보관 기간 10년이 지나 당시 자료가 없다”고 했지만 금감원은 이 회장의 수사 내용을 발표하면서 “4개 증권사가 모두 별도로 당시 계좌 정보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방침이었지만 김 내정자가 취임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참여연대 측은 “주식 등의 거래현황이 자본주의의 근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금융회사들이 오직 삼성만을 위해 이토록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자행한 것 아닌지 의심 가는 대목”이라며 “과징금 부과와 관련하여 관련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국민과 금융당국을 기망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하나금융도 긴장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달간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선임, 채용비리 등으로 금융당국과 마찰이 있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사퇴한 이유도 과거 그가 하나금융 사장으로 재직할 때 채용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김 내정자는 의원 시절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했다. 따라서 은산분리 완화를 요구하는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카카오뱅크와의 충돌도 우려된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은산분리 완화를 찬성하고 있어 국회와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 1월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재계는 늘 규제개혁을 요구하지만 기존 규제를 통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은 포기하거나 양보할 생각이 없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은 기득권 혁파 없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의 평소 주장처럼 기득권 혁파를 통해 새로운 개혁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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