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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IB리그 격돌' NH투자증권 정영채 vs 삼성증권 구성훈

초대형IB 시대 개막 양사 대표 교체…정 사장 "플랫폼" 구 사장 "솔루션" 강조

2018.03.29(Thu) 16:46:05

[비즈한국] 올해 증권사들의 화두 중 하나는 초대형투자은행(초대형IB)이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5개 증권사를 초대형IB로 지정했다. 

 

현재까지 초대형IB 중 단기금융업을 인가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한 곳뿐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초대형IB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금융위원회에 상정해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단기금융업을 인가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초대형IB로 지정된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최근 대표를 교체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왼쪽)과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사진=각 사 제공


초대형IB로 지정된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최근 대표를 교체했다. 지난 21일 삼성증권은 임기 만료로 물러난 윤용암 전 삼성증권 사장의 후임으로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을 선임했다. 다음날인 22일, NH투자증권도 임기가 만료한 김원규 전 NH투자증권 사장의 후임으로 정영채 NH투자증권 부사장을 선임했다. 초대형IB 시대가 개막한 가운데 구 사장과 정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 ‘IB에 특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1964년생인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1986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1988년 1월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1997년 대우증권 자금부장을 맡은 데 이어 2000년 IB부장 및 인수부장, 2003년 기획본부장, 2005년에는 IB담당 상무를 맡았다.

 

그는 2005년 8월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2009년 2월 우리투자증권 전무에 올랐다. 2014년 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사명이 NH투자증권으로 바뀌었다. 정 사장은 회사 주인이 바뀐 후인 2014년 12월 NH투자증권 부사장에 오르면서 승승장구했다.

 

정 사장은 NH투자증권에 입사한 이후 줄곧 회사의 투자를 담당하는 IB사업부를 맡아왔다. NH투자증권이 초대형IB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증권업계에서는 이전부터 정 사장의 취임을 점쳐왔다. 그는 2010년 금융위원회 위원장상, 2013년 기획재정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증권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덕이다. 또 2014년 한국거래소 규제심의위원회 위원, 2017년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위원회 위원으로도 위촉됐다. 김원규 전 사장은 친박으로 꼽히는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형이기에 회사 입장에서 그를 연임시키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정 사장은 올해 IB부문 경상이익 1900억 원, 3년 안에 3000억 원 기록을 목표로 삼았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2017년 1월~9월 IB부문 영업이익은 1550억 원이었다. 정 사장은 “이런 목표와 관련해 (나는) 몽상가로 불리지만 꿈을 이룰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강조하는 다른 부분은 플랫폼이다. 그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B사업부에서 ‘원스톱 플랫폼’을 도입했는데, 사장에 취임했으니 회사를 플랫폼화하려는 생각이 있다”며 “고객별 맞춤형 상품과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 자본시장의 훌륭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 고객이 먼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자문, 부동산 투자 등에서 원스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 사장은 성공을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취임사에서 “모든 금융회사가 강조하지만 역설적으로 어느 금융회사도 제대로 얻어내지 못한 것이 신뢰”라며 “무엇을 팔까라는 고민에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2년의 정 사장이 고객의 신뢰를 얻고 초대형IB를 선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자산관리서 잔뼈 굵은’​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1961년생인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1984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6년에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87년 4월 제일제당 공채로 입사해 삼성그룹의 일원이 됐다.

 

그는 1993년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겼고 1998년에는 삼성생명에 합류했다. 이후 2004년 1월 삼성생명 투자사업부장 상무, 2009년 1월 재무심사팀장 상무, 2010년 12월 투자사업부장 전무를 거쳐 2012년 12월 자산운용본부장 부사장에 올랐다.

 

2014년 12월에는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에 취임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2014년 매출 1385억 원, 영업이익 572억 원을 기록했지만 구 사장 취임 후인 2016년에는 매출 1817억 원, 영업이익 698억 원으로 실적이 상승했다. 특히 삼성아세안펀드, 삼성인디아펀드, 삼성누버거버먼차이나펀드 등을 통해 해외 펀드 진출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사진=삼성증권

 

경력에서 알 수 있듯 구 사장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삼성생명 투자사업부에 오랫동안 근무했기에 IB부문이 약하다고 할 수도 없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IB에 특화된 인물이라면 구 사장은 WM과 IB에 두루두루 강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전통적으로 WM​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삼성증권 스스로도 “2003년 이후 자산관리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해 고객 기반을 넓혔다”며 “삼성증권은 현재 업계 1위 고객 기반, 업계 1위 금융상품 판매 수익을 기록해 개인 고객 대상 영업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삼성증권의 2017년 1~9월 영업이익은 2784억 원으로 NH투자증권(3860억 원)에 뒤처지고 KB증권(2482억 원)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구 사장은 WM​​부문을 강화하는 동시에 IB부문의 성장도 이끌어내야 경쟁사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직원들을 상대로 취임사를 하고 취임 기자간담회까지 개최한 정영채 사장과 달리 구 사장은 공식적인 취임식조차 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그룹이 여러 논란에 휘말리다 보니 언론에 떠들썩하게 나타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의 비전과 목표는 삼성증권 홈페이지 CEO 인사말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구 사장은 “삼성증권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고객의 다양한 재무 목표를 최적의 솔루션으로 달성하는 것”이라며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분석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에 맞는 최적의 상품과 포트폴리오를 찾아 지속적으로 컨설팅할 것”이라고 말했다. WM부문에서의 각오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한편 정영채 사장과 구성훈 사장은 이웃주민이기도 하다. 정 사장은 현재 용산구 R 아파트에 살고 있고, 구 사장은 용산구 S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두 아파트의 거리는 1km도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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