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라이프생명이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실시한 3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불참으로 타이완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생명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3월 2390억 원을 들여 녹십자생명 96%를 인수해 현대라이프생명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현대라이프생명은 경영난을 겪어왔고 이번 유상증자로 푸본생명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현대라이프생명의 만성 적자와 현대모비스의 유상증자 불참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과거 녹십자생명 인수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위로, 금융 계열사인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을 이끄는 정태영 부회장의 의중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라이프생명 출범 당시 “2년 이내에 흑자 전환 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아 현대라이프생명 경영 전반에 관여해 왔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출범 이후 매해 수백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2012년 314억 원, 2013년 315억 원, 2014년 869억 원, 2015년 485억 원. 2016년 197억 원, 2017년 613억 원 등 현대라이프생명의 누적 당기순손실은 2800억 원에 육박한다. 현대라이프생명 출범 이후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퇴직연금 자산관리보험(DC·DB)’과 ‘개인연금보험’ 등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만성 적자다.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 도입해 유효했던 ‘혁신’을 현대라이프생명에도 접목하려 했으나 오히려 역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쉬운 보험’이라는 슬로건으로 소비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마트’에서 파는 보험상품 등 차별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계사들이 저가 상품을 팔다보니 낮은 수수료로 이탈이 발생했고 불완전 판매로 인한 해약도 늘어났다.
현대라이프생명은 2012년 10월과 2014년 6월 각각 1000억 원가량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섰다. 현대라이프생명의 주요주주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에도 자본 확충에 적극 나섰다. 2015년 6월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생명에 2200억 원가량을 투자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그럼에도 계속 적자가 누적되자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3000억 원 규모의 3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 전까지 현대라이프생명은 현대모비스(30.28%)와 현대커머셜(20.37%)이 합쳐 50%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 푸본생명은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라이프생명 출범부터 현재까지 2500억 원을 출자했다. 이번 현대라이프생명 유상증자에 실권 없이 참여할 경우 현대모비스는 900억 원을 투자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라이프생명 유상증자 불참을 결정했다. 현대커머셜과 푸본생명은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하면서 현대모비스의 실권주를 갖게 되며 푸본생명은 50%를 훌쩍 넘는 현대라이프생명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자동차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 당사는 자동차 부품회사로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자 이번 유상증자 불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의 유상증차 불참 원인에 대해 “만성적자인 현대라이프생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회사기회 유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 현대모비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이 10%에 육박하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현대모비스의 부담을 배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와 달리 현대커머셜은 정태영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이번 유상증자 참여가 예견돼 왔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자동차(50%), 정태영 회장의 부인 정명이(33.33%), 정태영 부회장(16.67%)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설상가상, 2017년 현대라이프생명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이재원 대표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보험설계사들과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400명에 달하던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고 전국 40여 개 정규 지점을 7개로 통폐합했다. 보험설계사도 2000여 명에서 150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9월 설립된 현대라이프생명 보험설계사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보험설계사에 지급하는 보험계약 수당을 50%까지 삭감하고 동의하지 않은 설계사를 해고하기로 했다. 설계사가 그만두면 잔여 수당도 받지 못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노조의 신고를 받고 사측의 이러한 규정에 대한 불공정성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일부 주주의 불참에도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성공이 확실시 된다. 정태영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이지만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의 지위에 있지 않다”며 “현재 보험설계사 노조와 원만할 해결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 노조가 문제를 삼은 규정에 대해 금융당국은 ‘문제 없다’고 해석했다”고 해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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