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강남학군에 편리한 교통, 빼어난 자연환경, 주변 시세보다 3.3㎡당 1000만 원가량 저렴한 분양가. 서울 강남에 14억 원에 입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통했던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분양이 끝났다.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의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로 모델하우스는 장사진을 이뤘다. 그러나 분양을 전후해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조합 없이 건설한 탓에 아파트 건설에 실수요자의 요구를 꼼꼼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중도금 대출이 안 돼 계약 포기가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실제 청약이 기대와 달리 예상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건설사 보증의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수도권의 분양시장 과열을 식히기 위해 분양가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은 중도금 집단대출을 못 받도록 규제해서다. 이 단지는 중도금이 60%이다. 인기가 높은 84㎡ 중층의 경우 여섯 차례에 걸쳐 약 9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 가장 크기가 작고 저층인 경우도 중도금이 6억이나 된다. 잔금 30%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거액의 중도금을 현금으로 갖고 있지 않으면 청약에 참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당초 1순위 청약 경쟁률이 60 대 1에 달할 것이란 디에이치 자이 개포 분양사무소의 전망과는 달리 실제 경쟁률이 25 대 1에 그친 점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재력가가 자녀의 명의로 청약하는 등의 부당행위를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등을 동원해 증여·위장전입 여부를 철저히 심사한다. 청약자들을 전수 조사하는 한편 당첨자들에게는 자금 조달 계획까지 묻는 등 현미경 검증을 한다는 계획이다. 돈이 있더라도 청약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중도금을 연체해 현재 주거 중인 집이 팔리면 한 번에 몰아내겠다는 우회 전략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체이자율은 12%에 달해 1억 원가량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3번 이상 연체할 경우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영향으로 특별공급은 공급물량 458가구 중 444가구만 당첨돼 미분양이 났다. 중도금 납부에 부담을 느낀 청약자들이 청약 당일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동원할 현금이 있지만 자격이 안 돼 청약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한 40대 전문직 종사자는 “현재 저축한 돈으로 계약금을 내고, 보유 중인 지방의 아파트 두 채를 매각하면 중도금 납부가 가능하다. 잔금은 대출을 받아서 낼 것”이라며 “일반분양보다 미계약분 뽑기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정부의 중도금 대출 불가 정책이 결국 강남 부동산의 ‘그들만의 리그’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져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디에이치 자이 개포가 강남 명품 아파트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실수요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개포주공8단지는 공무원임대아파트로 사용됐는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1조 2000억 원에 사들여 자체적으로 개발에 나섰다. 재건축 조합이 없다는 뜻이다. 용적률 인센티브가 있어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 306세대를 보유하는 등 한 블록에 2000세대 대단지가 들어선다. 좁은 땅에 최고 35층짜리 아파트를 촘촘하게 배치할 수밖에 없다. 동간 거리는 약 30m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벌써부터 단지 안쪽 동 중층 이하는 햇빛이 안 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실제 토지 매입비보다 땅값을 비싸게 매겨 분양한다는 비판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 단지의 분양면적당 적정 토지비가 3.3㎡당 2150만 원이며, 적정 건축비는 3.3㎡당 600만 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컨소시엄이 입주자모집 공고에 제시한 아파트 토지비는 3.3㎡당 1억 2000만 원, 건축비 3.3㎡당 757만 원과는 차이가 크다. 경실련은 조합이 없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이윤을 과도하게 부풀렸다고 비판했다. 또 주택의 발코니 확장과 소음시공 등 건축 옵션 가격이 타 지역 단지보다 비싸고 건설사가 제대로 된 자재를 사용했는지 검증할 체계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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