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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 걸그룹 유닛 활동의 정석 '오렌지 캬라멜'

브랜딩의 기본은 콘셉트 도출과 그것을 밀고 나가는 추진력

2018.03.27(Tue) 10:05:56

[비즈한국]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보기 어렵다. 마블의 위대한 프랜차이즈 ‘어벤져스’도 2의 평가는 박하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걸그룹이 있다. 유닛이 본그룹보다 인기가 많아질 정도로 성공적인 활동을 이끌어냈다. 바로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 캬라멜’이다.  

 

오렌지 캬라멜은 지난 2010년 ‘마법소녀’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짧은 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소위 ‘센 언니’ 콘셉트로 노래를 부르던 애프터스쿨과 달리 오렌지 캬라멜은 만화 속 요정 캐릭터와 같은 발랄한 옷을 입고 귀여운 노래를 불렀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소위 ‘덕심’을 자극하는 콘셉트라 디씨인사이드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컬트적 인기를 누렸다. 

 

혹자는 유치하다고 비판했지만 당시 오렌지 캬라멜의 콘셉트는 누구도 따라하지 못했다. 사진=유튜브 ‘플레디스 아티스트’ 채널 캡처


오렌지 캬라멜은 성공적이었다. 애프터스쿨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리지와 나나는 이 유닛 활동을 통해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발랄했던 리지는 포인트 안무와 중독성 있는 후렴 위주로 꾸려진 오렌지 캬라멜의 노래에서 더욱 빛났다. 애프터스쿨에서 개인 단독 샷도 거의 받지 못한 나나는 오렌지 캬라멜에서 꾸준히 센터를 차지하며 그룹 내 에이스로 등극했다.  

 

단순한 전략이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군무를 무기로 내세웠던 애프터스쿨과 달리 오렌지 캬라멜은 ‘마법소녀’ ‘까탈레나’ 등 중독적인 후렴과 안무 위주로 짜인 노래를 선보였다. 이러다보니 대중적 히트곡이 적은 본체 애프터스쿨보다 유닛인 오렌지 캬라멜이 더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현상도 나타났다. 실제로 오렌지 캬라멜의 마지막 디지털 싱글인 ‘까탈레나’는 멜론 연간 차트에 들었지만 애프터스쿨의 마지막 정규 앨범인 ‘첫사랑’은 차트에 들지도 못했다.  

 

애프터스쿨 당시 구석에 있던 나나는 오렌지 캬라멜에서 센터를 차지했다. 사진=유튜브 ‘플레디스 아티스트’ 채널 캡처


유닛 활동은 멤버 수가 많은 그룹에게 필수적이다. 3~4분 남짓 짧은 무대로 모든 멤버를 비출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애프터스쿨처럼 콘셉트가 뚜렷한 그룹은 새로운 팬 유입을 위한 변신이 쉽지 않다. 이 점에서 유닛 활동은 멤버들의 다양한 매력을 끄집어내고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었다. 애프터스쿨을 필두로 ‘레인보우’ ‘소녀시대’ ‘EXO(엑소)’ ‘씨스타’ 등 다양한 그룹이 유닛 활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본그룹과 상반되는 콘셉트로 새로운 팬을 발굴한 그룹은 오렌지 캬라멜이 유일무이하다. 성공의 비결은 바로 기획력이다. 본그룹과 대비되는 것을 넘어 당시 한국 아이돌 시장에서 보기 드물던 콘셉트를 꺼내왔기에 가능했다. 시장 분석을 진행해 새로운 콘셉트를 도출했고 일관되게 밀고 나간 뚝심도 한몫했다. 

 

혹자는 유치하다고 비판했지만 당시 오렌지 캬라멜의 콘셉트는 누구도 따라하지 못했다. 타 걸그룹이 오렌지 캬라멜과 유사한 콘셉트를 내놓았지만 오렌지 캬라멜의 꾸준함을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브랜딩의 기본은 콘셉트 도출과 그것을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었던 셈이다. 오렌지 캬라멜은 아이돌 유닛 활동의 시초이자 브랜딩의 정석이었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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