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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부끄럽지만, '전관예우 구멍' 헌법으로 막자

법적 규제 '직업선택의 자유'로 빠져나가…헌법 개정안 '공무원의 공정성·청렴성' 신설

2018.03.26(Mon) 10:14:22

[비즈한국] 우리 헌법 총강에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규정이 있다. 공무원이 특정 정파가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을 법률도 아닌 무려 헌법에 규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불행한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수긍 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규정이 헌법에 신설된 시기는 자유당 독재정권을 국민의 피로 무너뜨린 4·19 혁명 후 수립된 제2공화국에서다. 이는 자유당 정권 말기 공무원을 부정선거에 동원하고, 그로 인해 4·19를 초래한 데 대한 반성의 소산이었다. 그런데 또 다시 지극히 당연한 공무원의 의무가 헌법에 신설되려고 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이 지난 20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지난 한 주는 3회에 걸쳐 소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큰 화제가 되었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 규범이므로 우리 삶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 지난 1987년 국민의 힘으로 이룬 직선제 헌법 개정 이래 31년 만에 구체화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뜨거운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결선투표제 등 통치구조의 변화는 물론 지방분권, 토지공개념 강화 등 향후 사회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이 상당히 많지만, 눈에 띄는 것은 헌법총강에 신설되는 ‘공무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공무원의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공무원의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은 지극히 당연한 의무이며, 국가공무원법 등 개별 법령에서 청렴 의무, 공정 의무 등과 같이 이미 이와 관련한 내용들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음에도 헌법에 신설한다고 하니 그 취지가 궁금할 수밖에. 이러한 궁금증은 김형연 법무비서관의 설명으로 간단히 해소되었다. 

 

“전직 공무원에 의한 현직 공무원에 대한 로비 문제가 법관의 전관예우 문제로 대표되듯이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그에 대해 국가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어서 그것을 반영했다. 이 규정을 두기 전과 둔 후의 차이점을 말씀드린다면 지금까지는 전직 공무원에 대해서 경제적 규제를 하게 되면 개인의 직업의 자유, 재산권 침해 문제로 위헌 결정을 받기 쉬웠다. 그 전에 비해 상당 부분 위헌성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 공적영역을 오염시켜왔던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신설한다는 취지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상고심 사건에서 차한성 전 대법관의 대리인단 합류에 대해 사회적으로 큰 비판이 있었으며, 그 요체는 전직 대법관의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으로 집중됐다. 차 전 대법관이 사임함으로써 더 이상의 논란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형사사건 변호가 몰리는 현상도 전관예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는 법원, 검찰 등 법조 전반에 걸치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부터 퇴직 전 최종 근무지의 관할 사건을 1년간 수임하지 못하게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시행됐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또는 검사장 이상 고위 공직자가 퇴임 후 3년간 대형 로펌에 취업할 수 없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여 2015년부터 시행 중이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8원 대법관, 헌법재판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등 법조계 고위 공직자들이 퇴임 후 2년간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법관이 변호사 경력 있는 자 중에서 임용되는 법조일원화를 시행하고 있는 점에서 법관 출신의 개업을 금지하는 ‘평생 법관제’는 반드시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가 제기되면 늘 등장하는 반박논리가 있다. 바로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법관, 검사들에 대한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법 제정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러한 위헌 주장이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김한규 변호사

이제 직업선택의 자유침해 주장을 재반박할 수 있는 헌법 규정이 신설될 전망이다. 우리 사회는 비단 법조만이 아니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공직 사회 전반에 걸쳐 전관예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능하면 전문 자격증을 지닌 공직 출신자들의 품위 있는 일처리를 보는 것이 건강한 사회겠지만, 이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 강제로라도 규제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듯싶다. 

 

전관 ‘예우’는 전관 ‘비리’라는 인식 때문에 지극히 당연한 일을 헌법에 또 다시 명문화하는 게 부끄럽지만 공무원의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은 헌법 개정 시 반드시 포함되기를 기원한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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