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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카카오 빙자 ICO 사기 극성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개발진 백서 사칭에 영업형 사기 사례까지…투자자 보호 장치 전무

2018.03.23(Fri) 16:55:27

[비즈한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ICO(암호화폐공개) 시장으로 옮겨붙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나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각종 사기가 성행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관련기사 사실상 '유사수신 행위'…기업의 새 자본조달 방식 ICO의 명암).

 

ICO란 암호화폐를 활용한 새로운 자금 조달방식이다. 프로젝트나 사업을 기획하고 이곳에서 쓰일 자체 토큰(Token), 즉 새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투자자를 모집한다. 발행한 암호화폐의 최초 가격은 개발자가 정한다. 대부분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기존 암호화폐를 활용하지만, 최근에는 실제 화폐인 현금을 받는 곳도 적잖다.

 

ICO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가 2017년부터 2018년 2월까지 자금 모집에 나선 암호화폐 관련 기업 527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ICO로 유치한 자금은 4조 8474억 원으로 전통적인 자금 조달 방식 가운데 하나인 벤처캐피털(1조 4003억 원)을 넘어섰다. 기존 기업공개(IPO) 방식처럼 증권거래소나 금융회사 등을 거치지 않아도 자금 조달이 가능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의 ICO 참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ICO는 상장 후 시세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상장에 실패해 투자금을 모두 날리거나 처음부터 사기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동시에 투자자들의 관심도 ICO로 쏠린다.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거래가 위축된 최근의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어서다. 투자한 새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되고, ‘떨어질 만한’ 시세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적은 투자금으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기업과 투자자들의 시선이 ICO 시장에 몰리면서 사기와 의심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가장 최근 사례는 유명 기업들을 사칭한 사기판매다. 텔레그램이 발행한 ‘TON’과 일명 ‘카카오 코인’이 대표적이다. 

 

텔레그램은 올 2월 ICO를 진행해 8억 5000만 달러(약 9187억 원)를 조달했다. 이 ICO는 비공개로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만 진행됐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텔레그램을 사칭한 가짜 사이트가 만들어져 투자금을 받는 형태의 사기가 발생했다. 가짜 사이트는 개발자들의 사진과 코멘트, 백서 등으로 그럴듯하게 꾸며, 암호화폐에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까지 속을 정도로 정교했다.

 

일명 ‘카카오 코인’은 사전접수 예약 형태로 각종 암호화폐 커뮤니티나 SNS에서 유포됐다. 새로 발행될 카카오 코인을 이더리움과 교환해준다는 방식이다. 그러나 카카오 측에 따르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사업 내용만 정했을 뿐 암호화폐 발행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 카카오 코인 투자 모집과 관련한 정보는 모두 사기라는 얘기다.   

 

최근까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알리바바 코인 ICO. 안면인식 기술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블록체인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밝히며 투자자들을 모집했지만, 스캠(scam) 코인으로 드러났다. 중국 기업 알리바바와 관계없으며 개발자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밝혀졌다. 백서에도 기술보다는 수익률과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사진=알리바바코인 홈페이지 캡처


유명 기업을 사칭한 사례는 기업 홈페이지만 접속해도 사실 여부 확인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해외에서 진행되는 ICO나 신생 스타트업이 발행한 암호화폐다. 금융당국이나 거래소 등이 ICO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개발자 정보와 프로젝트나 사업 계획이 적힌 백서(White Paper)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공지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사기를 완벽히 피할 수 없다. 개발진 사진과 경력, 백서 등을 도용하고 사칭하는 사례까지 발견되고 있어서다. 

 

최근 ICO를 하는 스타트업이나 기업 개발진은 링크드인(Linkedin, 구인·구직 이력 검색사이트) 등에 학력과 직업, 경력 등 정보를 상세히 기재해 놓는다. 직업과 학력, 업계 영향력이 알려질수록 일반 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자까지 확보할 수 있어서다. 다른 개발진 영입에도 도움이 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활동도 같은 일환이다. 

 

투자자들은 이를 토대로 개발진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사기 사례를 보면, 이를 그대로 옮기거나 단어 몇 가지만 바꿔 가짜 정보를 올려 투자자를 모집한다. 코인 개발에 참여하지도 않은 IT업계 관계자 정보를 사칭하기도 한다. 백서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도용된다. 가짜 정보를 믿고 투자해도 코인이 지급되지 않거나, 지급되더라도 허위 코인이 돌아온다.

 

‘영업형 사기’ 사례도 빈번하다. 타깃은 블록체인이나 ICO 정보를 잘 알지 못하는 투자자나 50~70대 중장년층이다. 암호화폐 커뮤니티 등에서 만들어진 SNS 단체 채팅방에서 앞서와 같은 가짜 정보를 흘려 투자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특히 발행 예정도 없거나 존재하지도 않은 회사를 언급하며 “새로 발행될 암호화폐는 현재 일반 투자는 불가능하고 기관투자만 가능한 상황이지만, 지인이 운영하는 법인에 할당된 것의 일부를 받아왔다”는 식으로 설명하며 ‘당신만 특별히 투자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일부는 확인되지 않은 전직 금융회사 임원이나 정부기관 실명을 거론하며 신뢰도가 높은 암호화폐라는 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ICO는 별다른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 국내에선 ICO가 금지된 데다, 암호화폐 거래업 자체가 통신판매업으로 규정되어 IPO와 달리 투자금을 날려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도 없다. ICO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서기 전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해외 ICO에 대신 투자해주겠다는 사례까지 발견된다. 사기 수법을 확인하는 방식은 확실한 사기 피해 예방법이 될 수 없다”며 “홈페이지나 개발진, 백서 존재 유무만 확인할 게 아니라 진위까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의심 사례가 발견되면 개발진은 물론 관련된 기관이나 협회 등에 이메일을 보내 검증하는 것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서 역시 기술 위주 설명이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과 그에 따른 수익성 위주로 작성된 경우가 있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ICO로 일반인에게 투자를 받을 땐 통상 프로젝트 코드를 공개하는데, 코드 공개가 없는 부분도 의심해봐야 한다. 개발자가 투자자 수에 따라 코인 공급을 조절하는 모습도 정상적인 ICO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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