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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감 빼앗긴 조선소에도 봄은 오는가 - 목포편

하청에 재하청 구조 대불산단…"일할수록 적자"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기

2018.03.22(Thu) 17:48:26

[비즈한국]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산업이자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핵심 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수주량이 급감하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아픔을 맛봐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지역 경제는 순식간에 황폐화 됐습니다. ‘비즈한국’은 특별기획 ‘일감 빼앗긴 조선소에도 봄은 오는가’​를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선사들이 몰려있는 도시를 차례로 돌며, 경영난과 수주 불황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와 현장에서 생업을 잇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1부 - 울산편

2부 - 거제편

3부 - 목포편​  

 

목포종합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15분.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목포와 영암을 잇는 삼호대교를 건너자 조선소에서 쓰이는 ‘골리앗 크레인’이 곳곳에 서 있었다. 바닷가가 아닌 350만 평(1152만 4000㎡) 육지였다. 

 

대불국가산업단지(대불산단)는 뱃머리, 조타실 등 ‘블록’(선박의 한 부분)과 기자재를 만드는 중소 업체 361곳(2018년 1월 기준)이 모여 있다. 한때 현대, 삼성, 대우 ‘빅3’가 감당하지 못하는 물량이 이리로 몰려들었다. 조선업 1위 ‘메이커’ 뒤엔 대불산단이 있었던 셈이다. 대불산단은 1989년 첫 삽을 떠 1997년 완공됐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세계 경기가 호조를 띠면서 물동량이 늘자 선박 발주가 쏟아졌다. 옆 동네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과 대한조선에서 대불산단으로 일감이 밀려 들어왔고 멀리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소도 마찬가지였다.

 

대불국가산업단지 내에 있는 조선업 협력업체. 공장은 텅 비어 있고 입구를 걸어 잠근 채다. 사진=박현광 기자

 

일반 노동자로 시작해 대불산단 경력만 18년인 2차 협력업체 대표​ 황 아무개 씨(47)는 “잘 될 때는 발주처에서 단가 맞춰줘도 일 많다고 안 했다. 그러면 발주처에선 급하니까 단가를 더 올려주고 빨리 좀 해달라고 사정하곤 했다. 내가 실제로 가져가는 돈이 월 1000만 원 이상이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2015년 조선업 불황이 닥치자 발주처는 가장 먼저 외주에 주던 물량부터 줄였다. 타격은 준비할 새도 없이 급격히 찾아왔다. 황 대표는 “3년 전부터 힘들었다. 여긴 경기 침체가 빨리 찾아왔다. 발주처에서 물량을 내부로 돌리고 줬던 것도 도로 가져갔다”며 “여기는 큰 하청업체 30여 곳이 발주를 받아서 2차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구조다. 발주처에서 단가를 후려치고, 중간 하청이 자기 몫 챙기니까 우리는 적자다. 실제로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불산단 고용인원은 2015년 1만 1116명에서 2017년 5594명으로 반 토막 났다.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 일당벌이가 대부분이고 외국인 노동자가 일했던 점을 감안하면 2만 명 이상 있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입주 업체는 2015년 299개에서 2017년 296개로 통계상으론 단 3개밖에 줄지 않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날 발견한 임대 광고가 붙은 공장만 5곳이었다. ‘사실상 중단’된 공장을 세는 것은 어려울 정도였다. 반면 기계 소리를 내는 공장은 손에 꼽혔다. 

 

한때 대불국가산업단지 내에서 가장 ‘잘나갔다’는 원당중공업 공장은 멈춰 있었다. 사진=박현광 기자

 

2차 하청업체 대표 남 아무개 씨(45)는 “손 털고 나간 업체가 작년 11월쯤 엄청 많았다. 공단 실제 가동률은 50%도 안 된다. 지금 여기에서 실제로 일하는 공장이 다섯 군데 정도”라며 “원당중공업은 현재 대불산단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곳이다. 여기서 가장 잘나가던 곳인데 지금은 텅텅 비어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트 관련 일을 하는 남 대표는 한때 직원을 90명까지 뒀다. 현재는 10명 남짓으로 줄였다. 일이 들어와도 받지 않는다. 일을 해도 적자이기 때문이다. 폐업하기도 쉽지 않다. 

 

그는 “지금 폐업을 하면 기술 있는 인원들이 다 다른 곳으로 간다. 나중에 호황이 왔을 땐 인원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한다. 지금도 여기서 관둔 사람들은 평택 건설 현장으로 다 간 걸로 알고 있다. 그 사람들 다시 불러오려면 인건비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일을 할수록 적자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부어가며 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최대한 버티는 중”이라고 답했다.

 

영암군에 등록된 삼호읍 인구는 1만 3463명이다. 삼호읍 상권은 대불산단이 들어서면서 생겼다. 동네 인구에 버금가는 노동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다 보니 주택가는 버려진 영화 촬영장 같았다. 원룸은 보증금 300만 원에 45만 원까지 시세가 올랐다가 보증금 30만 원에 월세 16만 원으로 내렸다. 인근 슈퍼마켓 주인은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말해 무엇하냐”고 말을 아꼈다. 

 

입구에 임대 광고가 붙은 공장만 다섯 곳이나 눈에 보였다. 사진=박현광 기자

 

이민식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 지사장은 “대불산단 지역이 활기를 얻기 위해선 가장 큰 원청인 삼호중공업이 살아나는 것이 급선무”라며 “수주 45척이면 대불산단이 원활하게 돌아갈 만큼이 된다. 삼호가 2016년 부진했기 때문에 하청업체도 올 하반기까진 상황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호중공업 관계자는 “삼호가 대불산단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2015년 4조 5000억 원 정도 수주했고 지난해에 2조 5000억 원 정도 했다. 정확한 발주량을 밝히긴 어렵지만 우리가 따낸 수주의 30~40%를 매년 대불산단으로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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