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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영업고수의 CU와 물류전문가의 GS25 '편의점 대전'

점포수·영업이익 앞서는 박재구 BGF리테일 사장 vs 매출 우위 조윤성 GS리테일 부사장

2018.03.21(Wed) 18:19:13

[비즈한국] 편의점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서 나홀로 성장 중이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공룡이 온라인 쇼핑 급성장으로 부진을 겪는 사이 유일하게 승승장구 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편의점 매출 신장률은 2016년 대비 평균 11.05%다. 같은 기간 백화점은 1.2%, 대형마트는 -0.2%를 기록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술’ ‘혼밥’부터 가성비, 가심비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새 소비 트렌드가 편의점 성장을 이끌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미래 전망도 낙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31.3%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온라인 쇼핑 성장세를 고려해도 오프라인 유통 채널인 편의점의 두 자릿수 성장 여력을 최대 2022년까지 보고 있다. 편의점은 이제 국내 유통업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는다.

 

# 점포수·영업이익은 CU, 매출은 GS25…치열한 1위 다툼

 

국내 편의점 업계는 BGF리테일의 편의점인 ‘CU’와 GS리테일의 ‘GS25’가 이끌고 있다.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굵직한 경쟁업체들이 있지만 점포수와 매출액, 영업이익 면에서 ‘빅2’가 독보적이다.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조윤성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문 대표. 사진=각 사 제공


CU와 GS25는 업계 1위를 두고 경쟁 중이다. ‘몸집’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점포수는 CU가 GS25보다 많다. CU는 1990년 1호점을 개설한 이후 부동의 1위를 지켜오고 있지만, 최근 GS25가 바짝 좇고 있다. 편의점 업계 집계를 보면 2월 말 기준 CU 점포수는 1만 2653개, GS25가 1만 2564개다. 

 

‘외형’과 ‘내실’면에서는 명암이 엇갈린다. ‘외형’인 매출은 GS25가 CU를 앞선다. 2016년 업계 최초로 매출 5조 원을 달성한 GS25는 지난해 3분기에도 누적 기준 4조 7127억 원을 기록하며 CU(4조 1315억 원)와 격차를 벌렸다. 반면 ‘내실’인 영업이익은 CU가 더 높다. 2016년엔 GS25가 앞섰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CU가 1841억 원, GS25가 1719억 원을 기록하며 순위가 뒤바뀌었다.

 

그동안 CU와 GS25의 경쟁은 ‘출점’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편의점은 점포수가 수익과 직결되는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이 예고된 데다, 빅2를 제외한 다른 경쟁업체들도 출점 경쟁이 한창이라 점포수가 빠르게 포화상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CU와 GS25는 PB(자체상표, Private Brand)제품 등을 통해 차별화 전략에 비중을 두고 있다. 경쟁업체는 물론 일반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 없는 자체 상품이다. 과거엔 ‘곳곳에서 모든 걸 다 판매하는’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새 소비 트렌드에 맞춰 ‘나만 판매하는’ 전략으로 변화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은 차별화에 더해 마케팅과 광고비를 줄일 수 있어 제조사 브랜드보다 원가가 낮다. 중간 마진 외에도 PB상품 판매에 따른 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최근 1인 소비 트렌드에 맞춰 자체 상품으로 차별화를 할 수 있고,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전략은 현재 편의점 업계가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전략”이라며 “다만 비슷한 전략을 가지고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빅2’ 업체 수장들이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상생과 융합, 차별화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이사 

 

빅2 업체 가운데 가장 어깨가 무거운 건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이다. 경쟁업체인 GS25와 아슬아슬한 1위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어찌됐든 CU가 1위 포지셔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 사진=BGF리테일


영업사원 출신인 박재구 대표는​ 지난 2013년 1월 2일 취임했다. 옛 보광훼미리마트(편의점 브랜드 ‘훼미리마트’)에서 BGF리테일(브랜드 CU)로 사명이 바뀐 지 7개월 만이다. 새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 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고 대표에 올랐다. 

 

그동안 치열했던 편의점 업계 출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건 박 대표가 취임한 이후다. BGF리테일이 1호점을 개설한 이후 20여 년간 출점한 점포수는 약 8000곳(연평균 365곳)이었지만, 박 대표 체제 이후 3년 만에 2000곳(연평균 670곳)​을 더 늘렸다. 출점 속도가 두 배나 빨라진 셈이다. 2016년 6월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점포 1만 개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박 대표가 강조하는 경영은 상생과 융합, 차별화다. 가맹점주와 소통과 다른 채널 또는 업종과 제휴 확대, PB상품 개발 등이다. 실제 박 대표는 출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PB상품 판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출점을 한계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박 대표는 무리한 양적 경쟁보다 점포 수익을 위한 내실 경영과 차별화에 중점을 두라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두드림(Do Dream) 행사’다. 이 행사는 연 2회 가맹점주의 의견과 업계 트렌드를 반영해 매회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데, 최근엔 편의점을 점포 입지에 따른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변화하기 위한 컨설팅을 하기로 했다. 아파트에 위치한 점포는 쇼핑공간형,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는 휴식공간형, 학원이나 원룸가 점포는 식사공간형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점포 경영과 차별화를 한꺼번에 챙기는 전략인 셈이다.

 

다른 업종과 융합도 박 대표가 추진하는 경영 전략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맺어 진행하는 카셰어링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빌딩 뒤편이나 골목길 주차장 등에 위치한 카셰어링존을 편의점 주차장으로 옮긴 형태다. 노래방 편의점은 오픈 직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래방 이용객과 일반 유동객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점포 형태다.

 

PB상품의 경우엔 제품 출시와 함께 브랜딩 작업으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BGF리테일은 2015년 업계 최초로 편의점 PB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 밖에 CU가 개발한 자체 상품인 즉석원두커피(Cafe GET)은 출시 이후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로 늘고 있다. 

박 대표는 1992년 보광훼미리마트에 입사했다. 이후 영업부 부장, 상품본부 본부장, 개발본부장 등을 거쳐 2010년 보광훼미리마트 영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멀티플레이어 조윤성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문 대표

 

GS25는 조윤성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문 대표(부사장)가 이끌고 있다. 조 대표는 GS리테일에서 여러 가지 부문의 업무를 동시에 해결하는 ‘멀티형 인재’로 꼽힌다. GS리테일 물류부문장과 경영지원부문장(CFO)을 거치는 과정에서 업무 환경 개선과 함께 IT시스템을 융합해 물류 부문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높다. 

 

조윤성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문 대표. 사진=GS리테일


조 대표가 물류부문장으로 부임한 2004년 당시 물류는 4D(Difficult, Dirty, Dangerous, Distance)업종으로 분류됐다. 부서 발령도 꺼렸고, 구성원 자부심도 낮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물류센터 등 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불필요한 동선을 줄이고 직원 편의성을 높이는 등 업무 환경 개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진행된 당시 GS리테일 복합 IT시스템 구축은 조 대표의 대표적인 성과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기존 운송관리시스템이나 창고관리시스템 등을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한편, 경영관리와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 등도 구축했다. 

 

당시 조 대표와 함께 근무했던 전 GS리테일 관계자는 “(조 대표가) 물류 고도화, 효율화가 유통사업의 핵심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당시 구축한 시스템이 자리 잡은 이후엔 물류서비스 수준을 상징하는 미출, 오출 지표 등 다양한 서비스 지표가 일본 세븐일레븐 시스템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조 대표의 ‘멀티 플레이’는 최근 GS25 경영 전략으로도 이어진다. GS25는 항공권을 예약하고 발권할 수 있는 ‘멀티키오스크’ 복합기를 편의점에 도입했다. 24인치 터치스크린에서 실시간으로 항공권을 예약하는 방식이다. 일부 점포에서는 편의점 당일 택배 서비스를 활용해 여행 가방을 공항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빨래 서비스는 지역 세탁소와의 상생과도 연결된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세탁물을 접수하고 GS25에 맡기면, 제휴된 세탁물 네트워크 업체가 가까운 골목 세탁소와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PB상품의 경우엔 판매 영역을 해외로 넓혔다. 대만지역 약 5000개 세븐일레븐 점포에 GS25 PB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향후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 10여 개국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하고 기존 PB 음료수, 스낵류 외 다른 상품도 수출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1985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 LG상사 경영기획팀, LG유통 생식품 상품구매 총괄 등을 거쳐 2010년 GS리테일 경영지원본부 본부장(전무)으로 GS리테일 사업부에서 재직하고 있다. GS리테일에서 편의점 사업부문만 담당했던 조 대표는 2014년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영업1부문장(부사장)과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6년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대표로 선임됐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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