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편의점의 가장 큰 장점은 24시간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공정위가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편의점의 24시간 영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적자 또는 질병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심야 영업을 중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심야에 불 꺼진 편의점은 찾기가 힘들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과 저조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문을 닫을 수 없는 편의점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지난달 14일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운영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바로 365일 24시간 의무영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게 문을 닫을 수 없다보니 개인적인 경조사는 물론 명절에 제대로 고향에 내려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조사대상 편의점주 93.1% 즉 10명 중 9명이 심야 영업을 하고, 82.3%는 지난해 추석 때 정상영업을 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65일 24시간 영업에 상당수 편의점주들은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86.9%의 편의점 운영자들은 명절 당일 자율영업을, 62%는 심야 영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이 명절 하루만이라도, 10명 중 6명은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는 심야시간에 맘 편히 문을 닫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주택가에 편의점을 운영 중인 김 아무개 씨는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매출이 3만 원에서 10원 내외에 불과하다”며 “결국 낮에 벌어들인 수익을 저녁 인건비와 각종 관리비로 지출하는 셈이어서 밤에는 정말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현재 편의점이 심야시간에 문을 닫으려면 직전 6개월간 영업손실이 발생했거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해당 사유가 발생했다면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 동안만 심야 영업을 중단할 수 있다.
지난달 공정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가맹점주 부담을 줄이겠다며 심야 영업 제한 시간대를 오전 6시에서 7시 또는 8시까지 늘리려다 고객과 점주 모두에게 불만이 터져 나오자 개정안 수정에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직전 3개월간 해당 사례가 확인될 경우 심야 영업 7시간 단축이 가능토록 한다고 초안에 명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오전 1~6시로 돼 있는 심야 시간대를 오전 0~7시 또는 오전 1~8시로 바꾸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일반 시민 응답자의 71.4%는 심야시간 자율휴무제 시행에 찬성을, 65.3%는 명절 자율휴무제에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단,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명절 및 심야시간 순번제 영업, 편의점 영업시간 정보제공 앱 개발, 편의점 외부 ATM기 및 자동판매기 설치 등의 대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가맹점주들은 “문을 닫을 수 있는 시간을 정부가 강제하기보다 점주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전 7시에서 8시는 출근시간대 매출이 발생하는 시간인데 영업 제한 규정에 포함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부가 편의점 심야 영업과 관련해 개정안을 마련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심야시간에 문을 닫는 점포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강동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아무개 씨는 “저조한 심야매출이나 쉽지 않은 알바생 관리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편의점주들이 심야 영업 중단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본사와의 관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야 영업을 중단할 경우 최저수익 보장 금액과 전기세 지원이 중단되고 상품 공급시간을 본사 임의로 바꾸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야간영업을 이어나가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박 씨는 “편의점 매출은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매출이 다르게 발생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제한시간을 정하는 것보다 계약서 작성 시 자율조항으로 하고 이로 인한 차별 금지 조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실제 영업 중인 점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개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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