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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해진 미러리스, 딜레마에 빠진 '풀프레임 DSLR'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공세…캐논·니콘 반격 카드 꺼낼까

2018.03.21(Wed) 06:41:03

[비즈한국]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 향상으로 디지털 카메라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휴대성을 무기로 하는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고, 그 여파로 스마트폰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화질을 필요로 하는 전문가 시장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일본 사진영상기기연합(CIPA) 통계에 따르면 2012년 디지털 일안반사식(Digital Single Lens Reflex, DSLR) 카메라 출하량은 2012년 1221만 대에서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573만대에 그쳤다. 사진을 취미로 찍는 아마추어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보급형 DSLR의 판매가 부진한 것이 전체적인 시장 감소세를 이끌었다. 이제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중급 이상 전문가용 DSLR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카메라 회사들이 ‘풀프레임’에 주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풀프레임’은 가로 36mm, 세로 24mm 크기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를 말한다. 35mm 필름과 판형이 거의 같을 정도로 이미지 센서가 크기에 훨씬 많은 광학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소니가 가장 최근 발표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α7 III’​. 사진=소니코리아 제공

 

반면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9에 탑재된 이미지센서의 가로 길이는 약 5.7mm(1/2.55인치)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격차다.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미지센서 크기가 깡패’라는 말이 통용돼 왔다. 그만큼 이미지센서 크기가 화질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캐논과 니콘이 지난 수십 년간 주도해온 전문가용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풀프레임’은 최고 기종의 상징과도 같았고, 가격은 1000만 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비쌌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업체 간 경쟁이 더해져 가격이 크게 내려, 이제 아마추어 사진가도 충분히 욕심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졌다.

 

이러한 양강 구도에 조금씩, 그렇지만 착실하게 균열을 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일본 최대 전자기업 소니다. 소니는 전문가용 카메라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카메라 규격에 주력하고 있다. 바로 DSLR의 필수 부품인 기계식 셔터박스를 제거한 ‘미러리스’가 그것이다.

 

# 미러리스? 그거 완전 초보용 카메라 아냐?

 

미러리스를 가장 먼저 제품화한 기업은 마이크로 포서즈 규격을 도입한 파나소닉과 올림푸스다. 하지만 이를 활용해 전문가 시장에 제대로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 소니다. 이후 삼성전자도 가세하고, 캐논과 니콘까지도 미러리스 카메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러리스의 최대 장점인 소형화를 앞세워 렌즈 교환이 가능한 고급 콤팩트 카메라 시장을 공략하기에 위해서다.

 

하지만 초창기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는 카메라 애호가들 사이에서 ‘짝퉁’ 혹은 ‘초보용’ DSLR 취급을 받았다. 렌즈를 바꿔 장착할 수는 있지만 뷰파인더가 없거나 혹은 전자식 뷰파인더(EVF)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렌즈 라인업 역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했다. 스트로보 등 필수 액세서리 역시 성능이 부족했다. 애당초 미러리스라는 용어 자체가 DSLR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거울에 반사되지 않고 렌즈를 통과한 광학 정보가 그대로 이미지 센서에 기록된다. 사진=소니코리아 제공

 

결정적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는 본체(Body) 내부에 거울(Mirror)를 제거했기에 소형화, 경량화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보조 거울을 사용해 위상차로 초점을 잡는 DSLR와 달리 움직이는 피사체를 빠르게 초점을 잡는데 취약했다. 피사체의 대비를 이용해 초점을 잡는 ‘콘트라스트 AF’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거울이 없기 때문에 오는 구조적 한계다.

 

소니조차 전문가용 카메라 시장의 진입을 위해 ‘위상차 AF’를 구현할 수 있는 DSLT(Digital Single-Lens Translucent)라는 반투명 미러 채용 제품을 내세우고, 미러리스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일반 사용자 및 여성 시장을 공략하는데 활용했다. DSLT는 α(알파)99 기준 ​초당 최대 12연사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노출값 등 여러 측면에서 DSLR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결국 소니는 2016년 ‘α99 ​’ 이후로 DSLT 신제품을 내지 않고 있다. 물론 이것이 소니가 DSLT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미러리스 한계 초월한 ‘α9’ 그리고 ‘α7 Ⅲ’

 

이 같은 미러리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번에 날려버린 제품이 지난해  출시됐다. 바로 소니 ‘α9’이다. α9을 시작으로 소니는 미러리스로도 충분히 캐논과 니콘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피사체 검출 방식을 더한 하이브리드 AF 성능 발전으로 DSLR 못지 않게 빠르게 피사체를 추적하며 초점을 맞추고, 그 외에 수많은 최신 기능을 빠짐없이 갖췄다.

 

특히 그동안 미러리스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것들을 모두 해결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월등한 면을 보여준다. 메모리 적층형 이미지센서는 초당 20매 연사를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셔터박스 자체가 없기에 뷰파인더에서 발생하는 ‘블랙아웃’ 현상도 전혀 없다. 최대 감도(ISO)도 51200에 달하며, 확장시 102400까지 가능한 데다, 초점영역도 693개나 구현해냈다. 초점영역은 오히려 DSLR이 구조적 한계상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물론 이러한 숫자들이 카메라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650만 원(최저가 기준)에 팔리는 캐논의 최상위 기종인 ‘EOS 1DX Ⅱ’와 최소 동급이거나 상회하는 사양인 것만은 확실하다. 소니 α9의 현재 가격은 40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귀가 밝은 여우는 기계식 셔터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100% 전자식으로 작동돼 무소음으로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사진=소니코리아 제공

 

이렇듯 소니가 사양을 크게 끌어올리고도 가격을 묶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러리스 카메라에 셔터박스와 같은 기계식 부품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셔터박스는 수십만 회의 촬영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정밀하게 제작될 뿐만 아니라 이를 보호하기 위해 바디 자체의 강성도 뒷받침 돼야 한다.

 

게다가 연사, 뷰파인더 시야율 등 사양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계식 부품의 성능도 함께 향상돼야 하는데, 이때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크기나 무게 면에서 더욱 불리해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미러리스는 이러한 물리적 한계 없이 전자식 기술로도 충분히 해결해낼 수 있다. 소니는 전 세계 이미지 센서의 50%를 생산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원가 경쟁력 면에서 더욱 유리하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소니는 지난 19일 ‘α7 Ⅲ’를 발표하고. 곧장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α9의 메모리 적층 이미지센서와 앞서 출시된 고해상도 모델 ‘α7R Ⅲ’의 기술 및 사양을 고스란히 이어받고도 가격을 249만 9000원으로 크게 낮춘 제품이다.

 

20일 진행된 α7 Ⅲ 예약 구매는 마치 인기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를 방불케 했다. 예약 페이지에 구매자가 폭주하면서 한때 접속이 중단되는 등 거센 비난도 샀다. 요즘 같은 시기에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압박…캐논·니콘 대응에 주목

 

이러한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전략이 압도적인 가격대 성능비로 경쟁사들을 압박한다고 해도, 캐논과 니콘이 주도하는 기존 전문가용 DSLR 카메라 시장에 당장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그만큼 전문가용 카메라 시장이 보수적인 데다, 단순히 바디의 성능만 가지고 성패가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메이커를 바꾸기 위해서 바디뿐만 아니라 렌즈와 각종 액세서리를 전부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사진 전문가들은 자신이 평생 써오던 인터페이스가 달라지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 소니의 한 관계자는 “과거 언론사 보급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연 행사를 열기도 했지만, 경력이 많은 기자에 비해 젊은 기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다”며 “오랜 사용으로 익숙한 조작 방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소니는 전문가 카메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래로 줄곧 지적되던 렌즈군 부족 문제를 끊임없이 개선해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캐논과 니콘의 렌즈군을 넘어서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적어도 렌즈가 발목을 잡는 수준은 넘어섰다는 평가다. 사진=봉성창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미러리스는 ​‘짝퉁 DSLR’​에서 완전히 벗어나 ​‘​DSLR의 미래’​로까지 여겨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니콘 고위 관계자는 중국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해 출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캐논 역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출시 관련 루머가 이따금씩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양사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공식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시장을 굳건히 선점하고 있는 입장에서 섣불리 전선을 넓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특히 소니 α7 Ⅲ가 중상위 모델뿐만 아니라 100만 원대 보급형 풀프레임 DSLR 판매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나카 켄지 소니 렌즈교환식카메라 총괄사업부장은 19일 발표 현장에서 “전 세계 카메라 시장의 두 가지 화두가 미러리스와 풀프레임”이라며 “이를 통해 전체 카메라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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