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 씨(47)는 며칠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는 3월 25일 중국 하이난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예약한 에어부산 항공편이 출국 2주 전 갑작스레 취소된 것. 1년 전부터 지인들과 골프여행을 준비한 그는 현지 호텔은 물론 골프장 예약 취소가 불가피해졌다. 4박 6일 일정으로 직장에 일주일 휴가까지 낸 상황이어서 더욱 당혹스러웠다.
에어부산의 취소 사유는 그의 화를 부채질했다. 에어부산은 A 씨에게 “사드 영향으로 주 4회 운항으로 맺은 계약이 주 2회로 변경돼 그 날짜에 배당이 안 됐다”는 것. A 씨는 “여행 전 일행들과 모여서 여행계획을 짜며 설레는 마음이 컸다. 나이 60세 되신 분은 해외여행 간다고 아이처럼 좋아하셨는데 갑자기 갈 수 없다고 하니까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과 여행사 등에 따르면 A 씨가 예약한 3월 25일 출항 예정 하이난 항공편은 하계 스케줄의 현지 슬롯 변경에 따라 지난 9일 취소됐다. 이 항공사의 하계 스케줄은 3월 25일부터 10월 27일까지로 기존(동계 스케줄) 주 4회 운항하던 항공편이 이 기간에 주 2회로 감편된 것. 에어부산은 하계 스케줄 슬롯도 동계 스케줄과 똑같이 확보될 것으로 생각하고 승객을 받았다가 슬롯이 감편되자 항공편을 취소한 것이다.
일방적 항공편 취소의 피해는 승객과 여행사에 돌아갔다. 승객들과 여행사는 항공사가 슬롯 확보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티켓을 판 것이 명백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발권까지 된 티켓이 취소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일이 생겨도 3개월 전엔 통보를 해준다. 현지 호텔, 골프장 등이 확정된 상황에서 취소돼 더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슬롯을 확보할 줄 알고 미리 고객을 받은 게 명백한 실수”라고 말했다.
대체 항공편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25일 항공편 취소에 따라 24일 항공편 변경을 요청했으나 남는 좌석이 없어 불허됐다는 게 여행사의 전언이다. 여행사는 차선책으로 자체 경비로 다른 여행지를 마련했다. 이 관계자는 “어찌됐건 승객들은 우리 고객이기도 하고 항공사에선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자체 비용으로 다른 여행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취소된 항공편의 탑승객은 150명으로 지금까지 환불 외에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에어부산의 국제운송약관에 따르면 항공사 사정에 의해 항공편이 취소됐을 경우 다른 항공편으로 운송하거나 환불하라고만 명시돼 있다.
다른 승객 B 씨는 “심지어 환불도 아직 안 해줬다”며 “고객이 취소하면 위약금을 받으면서 항공사의 일방적인 취소에 대해선 아무런 보상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에어부산 국제선 환불수수료에 따르면 승객이 2주(16일~30일) 전 항공편을 취소할 경우 2만 원에서 최대 5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에어부산의 이 같은 일방적인 취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이번 하이난 항공편 취소 전에도 4월 운항 예정이던 대만 타이베이 항공편을 취소해 승객들의 불만을 샀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관계자는 “그 경우는 올해 추진하던 항공기 도입 지연 문제로 여유 항공기 확보를 목적으로 운항을 중지시킨 것”이라며 “(하이난 항공편처럼) 슬롯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에어부산은 슬롯 미확보 상황을 예상치 못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환불을 해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동계·하계 스케줄 들어가기 직전에 슬롯 확정이 나는 상황이다. 확정 뒤엔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내에 티켓을 판매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어 선판매를 하고 있다”며 “자주 있는 경우는 아니고 특수한 상황이다. 여정변경 수수료, 환불 수수료를 면제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 항공편에 대해서는 “승객 대부분이 여행사 수요여서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일부 승객들에 한해 25일부터 바뀐 하계 스케줄에 따라 다른 날짜로 변경해드렸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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