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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빅3 추격자' NH농협생명 서기봉 vs 미래에셋생명 하만덕

재무건전성 잡은 서기봉 사장과 PCA생명 인수 진두지휘한 하만덕 부회장의 전략

2018.03.19(Mon) 23:35:45

[비즈한국] 총 자산 64조 원에 육박하는 NH농협생명은 삼성·한화·교보생명, 이른바 ‘빅3’​에 이은 업계 4위의 생명보험사다. 지난해부터 농협생명을 이끌고 있는 서기봉 사장은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서 체질 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체질 개선으로 농협생명은 지난해 생보사 중 나 홀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다.   


미래에셋생명은 옛 PCA생명을 인수해 생보업계 5위로 떠올랐다.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은 PCA생명 인수를 진두지휘했고 합병을 마무리하고 친정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이 5위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합미래에셋생명 출범 전까지 생보업계 5위를 차지했던 ING생명이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KB금융과 신한금융 중 한 곳이 ING생명을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신한생명이 인수할 경우 미래에셋생명을 제치는 것은 물론 농협생명에 육박하는 자산 규모가 된다. KB금융이 인수해도 미래에셋생명을 제치기는 마찬가지다.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왼쪽)과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사진=각 사

 

# 핀테크 지휘-체질 개선 서기봉 사장, 수익성 개선 시급 

 

서기봉 사장은 1959년 전라남도 구례군 출신으로 구례농업고등학교(현 전남자연과학고등학교)와 농협대학교 협동조합과를 졸업했다. 그는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신용(금융) 부문에서 일해 왔다. 2012년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영사업을 분리하면서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자 그는 농협은행 농업금융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2015년 12월 농협은행 영업추진본부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농협은행 부행장 시절 서 사장은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결합)사업을 총괄했다. 그의 지휘아래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 계열사들에 범용으로 활용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올원뱅크’를 출시했다. 또한 핀테크회사를 지원하는 ‘NH핀테크 클라우드’도 내놓았다.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이 2017년 12월 온라인 보험 출시를 기념해 집무실 PC를 통해 NH온라인암보험에 가입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NH농협생명


2017년 1월 서 사장이 농협생명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 보험업 경력은 없지만 ‘올원뱅크’ 등 핀테크 사업을 이끈 점을 높이 평가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역시나 그는 농협생명의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와 온라인보험 서비스 강화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7년 12월 농협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연임이 확정됐다. 농협생명 사장의 임기는 1년이다.

 

먼저 서 사장은 2021년 1월 도입되는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는 방법으로 재무건전성을 강화했다. IFRS17은 만기 때 고객의 납입 납입한 보험료 원금보다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저축성보험을 매출이 아니라 부채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보장성보험은 만기 때 보험료 이하의 보험금만 지급하므로 저축성보험에 비해 자본 확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수익성도 높다. 

 

농협생명은 신규 계약 건수 기준 2016년 말 33% 수준이던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이 2017년 9월 말 기준 51%로 절반을 넘어섰다. 재무건전성 지표중 하나인 지급여력(RBC) 비율도 2016년말 186.5%에서 2017년 9월 말 기준 218.3%로 늘었다. 

 

아울러 서기봉 사장은 농협은행 부행장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보험 서비스를 강화해 젊은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농협생명은 2017년 12월 ‘올원뱅크’에 보험계약대출 등 다양한 보험 서비스를 탑재했고 연금저축보험, 암보험과 실손의료비보험 등 온라인보험 상품도 출시했다.  

 

두 번째 임기를 맞은 서기봉 사장은 농협생명의 수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농협생명은 2017년 당기순이익이 854억 원에 그쳐 전년 대비 44.7%나 줄었다. 농협생명의 순이익 급감은 2017년 전체 생보사들이 전년대비 63% 늘어난 3조 9543억 원의 순수익을 거둔 것과 차이가 크다. 

 

또한 농협생명의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가 2017년 다른 금융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전년대비 167.9%나 급증한 순이익 8598억 원을 거둔 것과도 대비된다. 농협금융지주의 2017년 실적은 2012년 출범이후 최대 폭이었다. 

 

농협생명은 2018년 경영목표를 ‘건전성·수익성 균형성장을 통한 경영체질 강화’로 세웠다. 서기봉 사장은 지난 1월 임직원과 산행에서 “2017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업인을 위한 보험’ 실천과 체질개선에 힘썼다. 2018년 성장과 핀테크 기술 확대를 이뤄내자”고 말했다.

 

# 하만덕 부회장, 통합 미래에셋생명 출범 귀환 

 

하만덕 부회장은 1960년 경남 산청군에서 태어났다. 미래에셋생명의 전신 SK생명에 입사해 2005년 미래에셋생명 출범 후 줄곧 영업 쪽 요직을 거치며 2011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30년 넘게 보험업에 종사한 보험영업 전문가로 손꼽힌다. 

 

하 부회장은 각자대표를 포함해 1년 임기의 미래에셋생명 대표직을 여섯 번 연임했다. 그는 2011년 대표로 선임된 후 2014년까지 영업관리를 맡았고 2015년부터는 경영관리 총괄업무를 맡았다. 하 부회장은 2016년에는 미래에셋생명의 경영을 총괄하던 최현만 수석부회장이 미래에셋대우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단독 대표를 맡았다.

 

그는 2016년 4월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같은 해 11월 PCA생명 합병을 진두지휘했다. PCA생명은 영국 프루덴셜그룹이 100%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미래에셋생명은 1700억 원을 들여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2018년 3월 5일 서울 강남 미래에셋생명 강남열성지점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통합법인 출범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생명


PCA생명을 흡수한 통합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3월 5일 공식 출범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기존 총자산 29조 원에서  PCA생명과 합병 이후 자산이 34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나 ING생명(31조 5000억 원)을 제치고 생보업계 5위로 올라섰다. 

 

합병에 따라 미래에셋생명이 강점을 가진 변액보험 자산도 10조 5500억 원으로 늘어나 빅3 생보사에 이어 변액보험 자산 10조 원을 넘어선 네 번째 생보사가 됐다. 변액보험이란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운용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하만덕 부회장은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 3월 미래에셋생명 대표로 재선임된 후 2017년 6월 원활한 합병 완료를 위해 PCA생명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지난 2월 말 미래에셋생명이 사내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하만덕 부회장과 김재식 부사장을 각자대표로 추천하면서 하 부회장은 친정으로 복귀했다. 

 

김재식 부사장은 미래에셋생명에서 2012년 자산운용부문 전무를 시작으로 가치경영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 6월부터 대표이사로 근무해왔다. 하 부회장과 김 부사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미래에셋생명 이사회와 정기주주총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하만덕 부회장은 영업총괄을, 김재식 부사장은 관리총괄을 맡을 예정이다.

 

하 부회장은 통합 미래에셋생명이 출범한 지난 5일 “통합 시너지를 통해 재무설계 기반의 보장자산과 글로벌 자산배분 기반의 안정적 연금자산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변액보험과 은퇴설계의 강자로 발돋움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규모의 성장에 맞춰 2014년부터 차별화 된 보장성과 변액보험의 투트랙 영업전략을 확대해 가치경영의 발판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보장성보험으로 대표되는 고수익 상품군과 안정적 운영수수료가 발생하는 변액보험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또한 은퇴설계부문 역량을 더욱 강화해 IFRS17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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