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커피숍이나 해볼까?” 평소 직장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던 A 씨가 물었다. 한참 바리스타의 모습을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보던 B 씨가 “나도 하고 싶은데…”라고 대답했다. 옆에 있던 C 씨는 콧방귀를 뀌며 “커피 한 잔 팔아서 얼마 남겠어?”라며 비아냥거렸다. 덩달아 D 씨도 “요즘 커피숍이 포화상태라서 장사 안 돼”라며 C 씨의 말에 동조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숍 창업을 꿈꾼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없어도 가능해졌고, 타 업종에 비해 창업자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D 씨처럼 커피업계 전문가들은 커피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스타벅스를 비롯해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어 개인 커피숍의 설 자리조차 잃어가는 추세다.
그렇다면 브랜드 커피숍 가맹점을 창업하면 괜찮은 것일까. 7년 동안 T 커피전문점 가맹점을 운영했던 E 씨를 만나 브랜드 커피숍 가맹점 창업과 관련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맹점 위주의 브랜드 커피숍 홈페이지에는 가맹점 창업과 관련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T 커피전문점도 마찬가지로 자사 홈페이지에 창업절차와 함께 예상 투자비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데, 45평(약 148.5㎡) 기준 T 커피전문점 가맹점의 예상 투자비는 가맹비, 보증금, 교육비, 인테리어, 장비 등을 포함해 2억 3445만~2억 5455만 원 규모다.
2억 원 정도만 있으면 40평대의 T 커피전문점 가맹점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일까. E 씨는 T 커피전문점이 공개한 예상 투자비에는 기존 매장 세입자에게 지불해야 할 권리금이 제외돼 있다고 지적한다. 2011년 50평대 T 커피전문점 가맹점을 개점한 E 씨는 권리금으로 2억 원, 실 창업비용으로 3억 3000만여 원을 지급해 총 5억 3000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여러 브랜드 중 T 커피전문점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당시 인기 높은 카페베네와 T 커피전문점을 두고 6개월 동안 고민했다. 두 업체의 점포개발팀 담당자들이 공인중개사 못지않게 상권을 분석해서 다양한 후보지를 보여줬는데, T 커피전문점이 더 전문적으로 느껴졌다”며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관리한다는 점에 메리트를 느껴 T 커피전문점을 선택했다. 당시 업계 2위였던 카페베네를 선택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고 설명했다.
E 씨는 T 커피전문점 가맹점을 개점한 후 처음 2년 동안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개점 직전까지만 해도 브랜드 커피숍이라는 이유로 손님이 몰릴 줄 알았는데, 단골 고객이 생기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당시 E 씨는 매달 200만 원 정도밖에 벌지 못했다.
“일반 직장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매장에서 보냈지만 돈벌이는 사회 초년생 월급 수준에 불과했다. 돈을 벌고자 장사를 시작했는데, 저축 한푼 못 했을 정도였다. 가맹점을 접을까 고민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도 “놀랍게도 2년이 흐른 후부터 매출이 2.5~3.5배로 늘었다. 가게를 접은 지난해까지 이 정도 수준이 꾸준히 유지됐다. 돈을 모아 서울권 아파트도 하나 매입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E 씨가 운영한 가맹점은 일 매출 110만~120만 원이 꾸준히 유지돼 월평균 매출이 3500만 원 정도에 달했다. 장사가 잘 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셈. 5년 동안의 E 씨가 챙긴 순이익을 추산해보면 3억~4억 2000만 원이다.
T 커피전문점 본사에 불만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E 씨는 “큰 불만이 없었다”면서도 “2014년 커피 판매가가 인상된 이후 최근 4년 동안 인상되지 않았다. 반면 원두 가격은 1kg당 2만 5000원에서 3만 3000원으로 올랐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는데 커피 판매가는 동일하다 보니 순이익은 줄 수밖에 없었다. 장사가 점점 잘 되다 보니 불만이 크지는 않았다”고 얘기했다.
장사가 잘 됐음에도 E 씨는 올해 초 가맹점을 타인에게 명의이전 해줬다. 장사를 접은 이유를 묻자 “장사는 내 꿈이 아니었다. 꿈꾸던 일로 생계가 어려워 잠깐 장사를 하려던 것이었는데, 하면 할수록 꿈에서 점점 멀어졌고, 더 이상 안 된다고 판단해 장사를 접었다”며 “6년 동안의 장사로 아파트도 장만하고 저축도 상당 부분 해놨기에 미련은 없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 씨는 지인이 커피숍을 하겠다면 “적극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50평대의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선 평균적으로 직원 2명과 아르바이트생 10~12명이 필요한데,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시나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 관리였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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