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장년 이상 세대라면 십중팔구는 공감하는 바람일 것이다. 립 서비스 차원에서 “동안이시네요”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프랑스의 국민 여배우 이자벨 아자니는 1955년 생으로 2018년인 올해 63세다. 출중한 연기력과 아름다운 외모로 유명한 이자벨 아자니는 60대의 나이에도 메이크업과 패션에 따라 30대, 심지어 20대로까지 보이는 믿기 어려운 동안의 소유자다. 이러한 젊고 아름다운 외모로 그녀는 세인들로부터 노화의 멈춤을 뜻하는 ‘하이랜더 증후군’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하이랜더는 잉글랜드와 합병되기 전 스코틀랜드 고지대인 하이랜드(Highland)에 살던 켈트족 주민들을 일컫는 말이다. 하이랜드 지방은 농경이 불가능해 수렵과 목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에 남성들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용맹한 전사로서 삶을 살아야 했다.
하이랜드 지방에서 유래되는 불로불사 전사의 전설을 영화한 것이 크리스토퍼 램버트, 숀 코네리 주연의 ‘하이랜더’(Highlander, 1986)다. 하이랜드 지방의 일부 남성은 어느 순간부터 늙지도 않고 목을 베이지 않는 한 죽지도 않는다. 모든 불사신 중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가 싸운다.
영화 ‘하이랜더’는 불로불사의 삶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며 이러한 운명을 가진 인간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흐르는 세월 속에 늙고 마침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삶은 저주받은 운명일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다.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영국 그룹 퀸(Queen)의 록발라드 ‘Who wants to live forever’는 제목처럼 심오하고 철학적인 가사와 애절한 멜로디로 영화를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노화의 정지를 뜻하는 ‘하이랜더 증후군’은 바로 영화 ‘하이랜더’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유사한 증상은 보고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이런 병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자벨 아자니가 하이랜더 증후군이어서 거짓말 같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은 그녀가 50대를 넘긴 2000년대 중반부터 회자됐다. 그녀가 50대 나이에 20대 역할을 맡기도 했으니 이런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자벨 아자니는 ‘하이랜더 증후군’과 무관하며 타고난 동안에 관리를 철저히 해 왔기 때문에 젊은 외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자벨 아자니는 프랑스의 영화감독 브루노 뉘텡과의 사이에서 낳은 1979년생 아들 바흐나베 뉘텡이 자녀를 가져 할머니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현재 이자벨 아자니의 모습을 보면 누가 그녀를 손주가 있는 할머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무관하다 해도 이자벨 아자니는 ‘하이랜더 증후군’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다.
알제리인 아버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자벨 아자니는 프랑스인의 피가 흐르지 않음에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로서 흔들림 없는 입지를 구축한 특이한 케이스다. 어려서부터 출중한 외모로 주목을 받은 그녀는 15세에 영화 ‘작은 장작가게’(Le petit bougnat, 1970)로 데뷔했다.
이자벨 아자니는 연기파로도 유명한데 그녀는 프랑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무려 다섯 번이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칸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젊은 시절의 그녀는 예민하고 다루기 힘든 성격이어서 영화 제작진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런 성격 탓일까. 대체로 젊은 시절 그녀가 빛을 발한 역할을 보면 아름답지만 광기 넘치는 복잡한 성격의 히로인 역이었다.
칸 영화제와 세자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퍼제션’(Possession, 1981)은 이자벨 아자니에게 처음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이었다. 장르는 공포영화인데 내용 자체가 너무나 섬뜩하다. 이 영화에서 1인 2인 역을 맡은 이자벨 아자니는 역할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실제로 한동안 정신병원 신세를 졌다고 한다.
베를린 영화제와 세자르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 1988)에서 이자벨 아자니는 타이틀 롤을 맡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까미유 끌로델은 천재 조각가 오귀스트 로뎅의 연인인자 제자로 스승 못지않은 천재성을 가진 조각가였다.
까미유 끌로델은 실연과 조각 작품의 저작권을 놓고 로댕과 다툼을 벌이다 점점 미쳐가고 결국 정신병원에서 30년간 갇힌 후 79세에 파란 많은 생을 마감한다. 이자벨 아자니는 이 영화에서 19세 소녀에서 정신병원에 수용된 49세까지 까미유 끌로델을 신들린 연기로 형상화했다.
이자벨 아자니는 ‘Ohio'란 노래를 통해 가수로서 활동한 적도 있다. 그녀의 음성은 매우 독특한데 영국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의 목소리를 연상시킨다. 원래 이 노래는 프랑스 샹송의 거목인 세르쥬 갱스부르가 그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제인 버킨에게 주려던 곡이었지만 결별하면서 비슷한 목소리를 찾던 중 이자벨 아자니가 부르게 된 것이다.
이자벨 아자니는 영화 감독 브루노 뤼탱, 메소드 연기의 대명사인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사이에 각각 아들 하나씩을 두고 있다. 그녀는 그 외 많은 남자들과 사랑을 했으나 현재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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