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3년 우리나라에 진출했지만 택시업계 반발로 2015년 서비스를 중단한 우버가 다시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린다. 우버가 떠난 지 3년, 국내 카풀 업체들과 택시업계가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우버는 전략을 바꿔 한국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는 최근 택시업계와 공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량공유 사업이 불법으로 지정된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바니 하퍼드 우버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지난 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북아시아 지역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 경쟁이 아닌 협업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공격적인 경쟁에서 ‘협업’으로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다. 이는 지난해 최고경영자(CEO)가 트래비스 캘러닉 공동창업자에서 다라 코스로샤히 CEO로 바뀌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우버가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지난 1월 싱가포르에서 출시된 ‘우버 플래시’. 향후 동북아시아 지역의 사업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버 측의 입장이다.
우버 플래시는 우버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반 소비자가 택시 또는 우버 차량을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사용자가 앱을 켜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버 차량 또는 택시가 검색된다. 다만 우버 플래시에 참여하는 택시는 미터기를 끄고 우버 앱을 통해 책정된 요금을 받아야 한다. 자체 알고리즘으로 계산한 탄력 요금제가 적용되는데 차량이 부족할 때는 요금이 비싸지고 차량이 많을 때는 저렴해지는 식이다. 이용자가 택시 기사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미리 등록한 결제 수단으로 자동으로 요금이 지급된다는 점 등도 기존 우버 서비스와 똑같다.
우버는 지난 1월 싱가포르에서 우버 플래시가 실시된 후 한 달간 우버 택시 운전자 수입이 19% 올랐다고 밝혔다. 미터기 요금 대신 우버의 탄력요금제로 인해 출퇴근 시간에는 비싼 요금을 받고 손님이 뜸해 빈 차로 다니는 시간대에는 싼 요금으로 손님을 끌어들여 오히려 수입을 늘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많아지고 택시도 고객군을 확대해 ‘윈윈’ 할 수 있다는 게 우버 측의 설명이다.
우버는 2013년 국내에 도입됐지만 2년 만에 한국시장을 떠났다. 당시 우버는 24시간 일반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X’ 서비스를 운영해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승객과 운전자 간 상호평가를 실시해 서비스 질을 높였고, 요금은 탑승 후 입력한 카드 정보로 자동결제돼 요금분쟁도 없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 속에 서울시가 24시간 운영을 불법으로 규정, 2015년 3월 서비스가 중단됐다.
우버가 떠난 3년 동안 차량공유 사업에서 카풀업계와 택시업계는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해 11월 국내 카풀 업체 ‘플러스’는 이용시간을 기존 출퇴근 시간대에서 낮시간대로 확장하려 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불법이라며 제재를 가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는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알선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예외사항으로 ‘출퇴근 때’에 한해 허용한다.
최근 한국형 우버를 꿈꿨던 현대자동차도 택시업계의 반발로 차량공유 산업의 국내 투자를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통해 라이드 셰어링을 비롯한 다양한 차량공유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는 차량공유 사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택시업체들이 현대차의 주고객이다 보니 반발에 막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이후 우버가 한국을 떠난 걸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버는 지속적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2016년 프리미엄 콜택시인 ‘우버 블랙’을 시작했고 지난해 9월부터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출퇴근용 카풀 서비스인 ‘우버 셰어’를 운영 중이다. 우버 셰어는 다른 카풀 서비스와 비교해 운영시간을 짧게 설정하는 등 ‘몸을 사리며’ 운영하고 있단 평이다. 식당과 연계해 음식을 배달해주는 ‘우버 이츠’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우버 플래시를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사업 개시를 위해서는 택시업계의 협력이 있어야 하는데, 택시업계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만약 카카오T처럼 택시 연계 서비스라면 환영하겠지만 예전 우버X처럼 자가용이나 렌터카로 승객 운송을 하는 것이라면 반대”라며 “미터기 대신 자체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것도 현행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어 어떤 식으로 협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53)도 “개인택시의 경우 하루 10~12시간 일하는 중 가장 손님 많이 태울 때가 출퇴근 시간 때”라며 “서울시에서도 택시를 계속 줄이려는 추세인데 우버가 또 등장하면 서로 죽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또 다른 운전기사 성 아무개 씨(60)는 “출근시간 때야 수요가 많지만 그 외 시간엔 손님 한 명이 아쉬운 빈 택시들이 시내를 돌아다닌다. 그것이 도로정체 원인이 되기도 하고 낭비되는 부분이 있다”며 “우버가 국내 도입돼 만약 콜 들어오면 출발하는 식으로 이용률도 높이고 기사들의 수입을 우버에서 직접 관리해준다면 기사들 입장에선 윈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와 협력한다 하더라도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하는 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이 있어 우버 영업은 불법이다.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할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 택시업계가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혀 법 개정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버의 북아시아 홍보를 총괄하는 최유미 이사는 “우버 플래시는 우버X 서비스가 선제돼야 하기 때문에 현재 한국에서 곧장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카 셰어링을 금지하는 법 개정이 이뤄진 뒤에야 도입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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