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 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5월 중순께 액면분할을 실시한다. 현재 250만 원대의 주식을 50 대 1로 분할해 주당 약 5만 원에 재상장하는 것이다. 발행 주식 수는 늘어나고 가격은 떨어져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용이해진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진정한 ‘국민주’로 거듭나는 한편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금이 더 유입됨으로써 주가에는 호재라는 긍정적인 관측이 주를 이룬다. 주가 상승의 전가의 보도처럼 받아들여지는 액면분할, 삼성전자 주가에 과연 득이기만 할지 따져봤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의 이유로 높은 주가에 개인투자자들의 진입이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손쉽게 살 수 있는 종목으로 거듭날 목적으로 주식을 쪼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국민기업으로서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개인투자자들의 지분 비중이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영권 공세를 방어하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삼성은 2015년 발생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공격에 곤혹을 치른 바 있다.
그렇지만 액면분할과 주가 상승 간에 항상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가격 때문에 사기 어려운 주식에 붙는 희소성 프리미엄이 사라져서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가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해 2015년 3월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유도했다. 주가가 388만 4000원까지 올랐던 아모레퍼시픽이 여기에 가장 먼저 동참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주식을 분할하며 주가를 38만 6000원으로 떨어트렸다. 액면분할 직후 개인투자금이 몰리며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43만 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주가가 꼭짓점에 왔다는 인식이 퍼짐과 함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로 중국 사업이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더해져 급락했다. 현재는 30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주가가 250만 원에 육박하던 롯데제과도 액면분할 이후 하락한 케이스다. 롯데제과는 몸값이 비싸고 유통주식수가 142만 1400주에 불과했기 때문에 희소성 있는 종목으로 통했다. 그러나 2016년 3월 액면분할로 발행 주식 수를 늘리고 주가를 26만 원대로 낮췄다. 액면분할 전 하루 평균 1000주에 불과했던 거래량은 액면분할 이후 일평균 10만 주 단위까지 거래량이 늘어났다. 주가는 현재 18만 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오리온홀딩스 역시 79만 8000원이던 주식을 액면분할 이후 3만 2900원으로 낮췄다. 현재는 2만 8000원대로 부진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은 분명 주가에는 좋은 소식이고 실제 시장에도 강하게 반영하지만 지속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업이 장기적인 실적 호조와 펀더멘탈을 가졌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당장은 추가 주가 상승의 여력은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9조 원, 영업이익 53조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경쟁사 애플이 같은 기간 올린 2292억 달러(약 244조 원), 영업이익 613억 달러(65조 원)에 육박한다.
그런데 글로벌 시총 상위 100개 회사의 시총 합계는 21조 5220억 달러로 27.5%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는 지난해 18위로 전년 대비 3단계 하락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상승률은 16.8%에 그쳐서다. 삼성전자의 호실적에도 한국 증시에만 상장돼 있어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률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추가 주가 상승의 기대감이 액면분할과 더해져 추가 상승동력을 만들 수 있다.
다만 개인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된다면 삼성전자 주가는 앞으로 시장 심리와 분위기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 그간 삼성전자의 주가를 움직여온 것은 기관과 외국인들이다. 큰돈을 굴리는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의 방향이 결정됐다. 이에 비해 앞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의 심리가 과거보다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삼성전자가 액면분할로 거래가 정지되는 동안 유가증권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코스피의 25%나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없는 상태서 국내 증시의 체력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시장 충격을 우려한 거래소가 액면분할로 인한 삼성전자 거래정지 기간을 종전 15거래일에서 삼성전자는 3거래일로 단축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장기간 매매가 안 될 경우 시장 충격과 환금성 제약, 파생상품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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