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흔히 허락보다 용서가 더 쉽다지만,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PS4 프로)만큼은 예외다. 일단 구입하고 나서 용서를 받으려고 해도 시중에 물건이 동났기 때문이다.
콘솔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성능 향상 모델인 PS4 프로 공급량이 부족해 지속적인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표준 모델인 플레이스테이션4(PS4) 역시 마찬가지. 프로를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PS4라도 구입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마저도 덩달아 물량이 부족하다.
PS4 프로는 기존 PS4에서 국제전자센터 등 복수의 게임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PS4 프로의 국내 공급량은 수요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 입고가 되더라도 소량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순식간에 팔려나가는 상황이다. 한우리, 겜우리 등 국제전자센터에 위치한 콘솔 게임 전문매장 관계자는 “현재 재고가 없으며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예약도 받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 ‘몬스터헌터 월드’ 역대급 흥행이 품절 주도
현재 TV 혹은 모니터와 연결해 사용하는 콘솔 게임 분야에서 PS4는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원’과 닌텐도의 ‘스위치’가 함께 경쟁하고 있지만, 누적 판매량이나 독점 게임 측면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작 위주의 공격적인 한글화 정책으로 인해 사용자층이 크게 늘었다. 과거에는 한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해외 대작이 예상을 깨고 속속 한글화가 이뤄지면서, 30~40대 올드 게임팬은 물론 모바일게임에 익숙한 20대까지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결정타를 날린 게임이 바로 일본 캡콤이 개발한 ‘몬스터헌터 월드’다. 그동안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 닌텐도DS 등 휴대용 게임기를 통해 출시되던 인기 게임 시리즈가 PS4로 출시되면서 게임 볼륨과 그래픽이 대폭 향상돼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한글화까지 이뤄지면서 PS4 판매량을 견인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현재 ‘몬스터헌터 월드’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750만 장을 돌파했다.
몬스터헌터 월드는 PS4 프로 모델에서만 구현되는 4K 해상도를 지원한다. 또한 움직임이 빠른 액션 게임이기에 자체 성능이 더욱 중요하다. 더욱 좋은 그래픽과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은 PS4 사용자들이 기존 제품을 처분하고 PS4 프로로 갈아타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S5 발표 임박…섣불리 공급량 확대 어려워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을 늘려서 이윤을 극대화 하는 것이 기업의 당연한 전략이다. 하지만 소니는 여전히 공급을 늘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소니가 가진 딜레마가 있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올해 소니가 후속작 플레이스테이션5(PS5)를 선보일 것이 거의 정설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그간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오는 6월 미국 LA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쇼인 ‘E3 2018’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르면 연내 출시까지도 점쳐진다.
신작 발표는 전작 판매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발표 직전까지도 극비에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소니가 PS5 출시를 앞두고 PS4 프로의 생산라인을 섣불리 확대할 수 없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기에 소니가 PS5에서 PS4 게임의 하위 호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PS4 프로는 더욱 설 자리가 없어진다. 신작인 PS5는 PS4 프로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유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애당초 PS4 프로는 4K 디스플레이의 급속한 보급에 발맞춘 임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소니가 PS5에서 PS4 게임 하위호환을 위한 특허를 획득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론 처음부터 정확한 수요 예측을 했더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PS4 프로는 PS4와 게임 구동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고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에 판매량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출시 초기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았고 미국, 유럽 등 서구 시장에서는 실제로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그간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 게임 시장에서 PS4 선전에 대해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의자에 앉아서 느긋이 즐기는 온라인게임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이 재편된 가운데, 다시 의자에 앉아 즐기는 완성도가 높은 대작 콘솔 게임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PS4는 지금까지도 월 1만 대 이상 꾸준히 판매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출시된 지 벌써 5년이 된 게임기라는 점에서 놀라운 반응”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측은 구체적인 판매량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IEK 관계자는 PS4 프로 공급 부족 현상에 대해 “시기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며 게임 출시 상황에 따라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핫클릭]
·
[CEO 라이벌 열전] '포털은 거들뿐' 네이버 한성숙 vs 카카오 여민수·조수용
·
[애잔툰] 시공간에 대해서 - On spacetime
·
[홍춘욱 경제팩트]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스마트 시티'의 마법
·
닌텐도 스위치, 성능으로 설명 안 되는 게임의 본질
·
카와우치 시로는 어떻게 '한국 게이머가 가장 사랑한 일본인'이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