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카카오톡을 확인한다. 자는 동안 도착한 빨간 숫자들을 빠르게 처리한다.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타며 네이버 초록 창을 켠다. 오늘은 무슨 일이 생겼을까. 검색어를 훑으며 밤새 있었던 일을 확인한다. 약속장소 근처에 도착했다. 네이버 지도를 켠다. 처음 가는 곳이지만 문제는 없다. 회식이 끝난 저녁, 아무리 손을 들어도 택시가 잡히지 않을 때 카카오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간다. “내일 아침 7시에 깨워줘”라고 음성인식 스피커에 당부한 뒤 잠든다. 인터넷 포털 ‘빅2’ 네이버와 카카오가 없는 삶을 그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매출액 4조 6780억. 회원 수 4200만 명. 하루 순 방문자 2700만 명. 네이버는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톱’ 인터넷 기업이다. 그 뒤를 쫓는 업계 2위는 카카오다. 2017년 매출액 1조 9720억 원. 네이버 절반도 안 되지만, 하루 평균 80억 건 문자가 오가는 국내 대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보유한 카카오의 영향력은 네이버 못지않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네이버의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은 약 73%, 카카오가 운영하는 검색 엔진 ‘다음’은 약 8%다(인터넷트랜드 조사). 반면 지난해 10월 기준 총 사용시간으로 본 국내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은 카카오톡이 95%, 네이버가 운영하는 ‘라인’이 1%를 기록했다(와이즈앱 통계). 네이버는 검색 엔진 기반이 탄탄하고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사업에서 우세하다. 극명한 플랫폼 차이를 보이지만, 두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콘텐츠 생산 확대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공략과 인공지능(AI) 사업이 그것이다.
단적인 예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네이버프렌즈’와 ‘카카오미니’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시장에 내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두 기업은 이용자 삶에 최대한 가까이 위치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자사의 콘텐츠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이용자의 삶을 송두리째 ‘케어’할 기반이 마련된 상태다. 한 번 빼앗기면 사용자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밀리면 끝이라는 불안감이 미세먼지처럼 자욱하게 깔려 가실 줄을 모른다.
# 취임 1주년 이제 시작, 한성숙 네이버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51)는 민컴, ‘PC라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 국내 검색 포털사이트 중 하나였던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이 된다. 당시 한 대표는 ‘오픈 검색’을 도입해 네이버와 한판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데이터베이스 도용 논란으로 사업이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2007년 네이버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엠파스 관계자는 이를 두고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 대표는 네이버로 자리를 옮긴 후 검색품질센터 이사와 네이버서비스1본부장을 거치며 줄곧 검색 사업을 도맡아 왔다. ‘내 이름을 영어 철자로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는 검색 서비스’를 시작으로 인물 검색, 언어 사전 등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그는 2015년 1월 검색뿐 아니라 콘텐츠 생산과 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서비스 총괄이라는 자리에 올랐고, 2년 뒤 2017년 3월 국내 최대 포털 대표이사가 된다. 네이버로 옮긴 뒤 10년 만이다.
취임 후 1년 동안 그는 사업을 정비하는 한편, 해외 영역을 지속해서 넓히고 IT 플랫폼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등 해외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그 힘을 업고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을 확장해 수익을 냈다. 태국 점유율 1위 통신사 AIS와 네이버페이 제휴 계약을 맺는 등 공격적인 사업도 감행했고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스피커에 적용해 활용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국내 네이버페이 결제 가능 점포를 늘렸다. 이러한 노력은 IT 플랫폼 부문 전년 대비 80%가량 매출 증가로 나타났다.
뉴스 조작 사건, 검색어 조작 의혹을 받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는 중에도 매출을 전년 대비 16%가량 올리는 성적을 보였다.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웨일 등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4분기 투자금액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보다 올해 500억 원을 더 썼다.
지난 2월 개최된 ‘커넥트 컨퍼런스 2018’에서 한 대표는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7년 한 해 동안은 검색, AI 기술, 사업자 및 창작자 서포트 도구들의 기술을 고도화하는 시간. 즉 내부의 기본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며 “올해는 인공지능과 도구 기술 간의 연계, 검색 플랫폼과 인공지능 플랫폼 간의 연계를 도모하며 기술플랫폼으로서의 본격 발돋움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광고사업과 브랜드·디자인 시너지 기대하는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 내정자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한 뒤 3기 체제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 이름을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바꾼 뒤 2기 체제를 이끌었던 임지훈 대표는 오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다한다. 여민수 카카오 광고사업부문 총괄 부사장(48)과 조수용 카카오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44)이 공동대표로 내정된 상태다. 이 둘은 이미 1월부터 실질적으로 카카오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민수 부사장은 2000년부터 10년간 네이버 eBiz 부문장을 지냈고, 이베이코리아 상무, LG전자 글로벌마케팅 상무를 거쳤다. 광고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베이에 근무할 당시, 2010년 입점 업체들에 수수료를 완전히 면제해주는 플랫폼 ‘어바웃’을 내놓기도 했다. 수수료를 없애고 입점 점포와 방문자를 늘려 광고로 수익을 얻겠다는 계산이었다. 대형 포털에 밀려 결국 2013년 사업을 접었지만, 그의 존재를 업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 부사장은 2016년 10월, 임지훈 대표가 광고수익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 긴급 발탁되었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채널탭을 도입하고, 카카오톡만이 수집할 수 있는 특별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자동으로 광고주와 고객을 이어주는 ‘카카오광고’ 서비스가 그의 작품이다. 2017년 광고 매출을 전년 대비 13% 끌어올렸다. 특히 모바일 광고 매출을 29% 상승시켰다는 점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PC 광고 시장은 6% 성장률에 그치고 있지만, 모바일 광고 시장은 16%씩 크고 있기 때문이다.
조수용 부사장은 네이버 초록 창을 디자인한 인물로 유명하다. 2003년부터 8년간 네이버 마케팅·디자인 총괄을 할 때 일이다. 조 부사장은 네이버에 나와 컨설팅업체 제이오에이치(JOH)를 운영하던 중 2016년 12월 카카오에 합류해 임지훈 대표가 사들인 스타트업들을 카카오라는 이름 아래에 매끄럽게 섞어 내는 역할을 맡았다.
카카오택시, 블랙, 드라이버, 주차, 내비를 한데 묶은 ‘카카오모빌리티’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그의 역할이 주요했다. 카카오가 인수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웹툰 서비스 플랫폼 포도트리를 카카오에 잘 융합시키는 것이 그 앞에 놓인 과제로 보인다.
여민수 광고사업부문 총괄 부사장과 조수용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서로 어떻게 역할을 나눠 카카오를 운영해 나갈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도 두 공동대표가 이끄는 방향을 아직 알 수가 없어 지켜보는 중”이라며 “아직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다만 경영적 측면에서 광고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여민수 부사장에게 힘이 실리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여민수 부사장이 내놓은 카카오광고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라는 점에 미뤄 카카오 두 공동대표는 임지훈 대표가 설정해둔 O2O 플랫폼 확대 방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4일 카카오 보도자료에서 여 부사장은 “기술과 서비스로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수많은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며 편리하고 즐거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수용 부사장은 “대한민국 모바일 시대를 개척해온 카카오의 서비스와 브랜드 가치를 글로벌로도 확신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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