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963년 4월, 30대 초반의 덴마크 청년 칼 투스비(Karl Toosbuy)는 코펜하겐에서 하던 신발공장 책임자 일을 그만두고, 독일 국경에 인접한 덴마크 서부 해안의 브레드브로로 이주했다. 자신만의 신발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집까지 팔아 가동이 중단된 신발공장을 인수한 것이다.
투스비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6명의 직원들과 함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조 방식을 도입해 혁신적인 신발을 개발해 나갔다. 마침내 수세기 동안 이어진 제화 전통을 깨고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제조해내는 최초의 슈메이커가 됐다. 오늘날, 칼 투스비가 만든 신발 브랜드 에코(ECCO)는 전 세계 50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슈즈 브랜드로 성장했다.
# 마스터스에서 화제가 된 프레드 커플스의 맨발 골프화
에코 골프화가 화제의 중심에 선 건 2010년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 경기 때였다. 프레드 커플스 선수가 양말을 신지 않은 채 에코 골프화 ‘골프 스트리트’를 신고 나왔던 것이다. 스타플레이어가 맨발로 골프화를 신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에코 골프화 ‘골프 스트리트’는 스파이크가 없고, 고무 돌기가 장착됐기에 골프팬들 사이에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지면과의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스파이크를 장착해온 기존 골프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일상에서도 쉽게 착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양말을 착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편안한 점 또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에코골프화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무장한 에코골프
에코골프는 많은 특허기술을 가지고 있다. ‘디렉트 인젝션’과 ‘하이드로맥스’ 기술이 가장 대표적이다. ‘디렉트 인젝션’은 신발의 갑피 부분을 금형에 끼운 후 폴리우레탄을 고압·고열 처리해 합체하는 방식이다. 이는 좀 더 가볍게, 좀 더 편안하게, 좀 더 견고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하이드로맥스’는 염색 단계에서 하이드로포빅이라는 코팅 염료를 더해 가죽 섬유 하나 하나를 코팅 처리하는 방식이다. 반복적인 염색과 드라이 과정을 거치면서 가죽을 강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런 가공을 거치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고 습기에도 강해 강력한 방수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에코는 가죽 생산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지휘하며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가죽 생산 능력은 세계 톱5위권이며, 루이뷔통 등의 명품 브랜드에 질 좋은 가죽을 공급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되기에 2002년 평가 기관인 랭크마크(Rankmark)의 테스트에서 골프화 7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09년 만들어진 에코의 심볼 마크인 4닷(4개의 점)은 품질(Quality), 편안함(Comfort), 기술력(Technology), 스타일(Style)을 상징한다.
최근 에코가 설립 초기부터 윤리적인 방법으로 동물의 가죽을 사용해온 점이 알려지며 ‘착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에코는 경량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신발을 만들기 위해 야크가죽을 주로 사용하는데, 타 기업과 달리 동물과 환경을 먼저 생각해, 살생으로 가죽을 얻지 않고, 자연사한 야크가죽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경영을 이어온 에코는 현재 전 세계 50개국, 2100여 개 매장을 운영할 만큼 글로벌 브랜드로 성공했다.
류시환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기자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골프 브랜드 스토리] 단조 아이언의 단조로움 깬 '마법 지팡이' 로마로
·
[골프 브랜드 스토리] 타이거 우즈가 선택한 퍼터, 스카티 카메론
·
[골프 브랜드 스토리] 처음엔 수동기구와 연철블록밖에 없어 '수제' 티피밀스
·
[골프 브랜드 스토리] "드라이버 0811 야전포병 지원 바람" PXG골프
·
[골프 브랜드 스토리] '쓰리볼' 실패 딛고 '투볼'로 초대박, 오디세이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