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아파트 중간 값이 7억 원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왜 이렇게 서울의 집값은 비쌀까. 이에 대해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글레이저 교수는 그가 쓴 책 ‘도시의 승리’에서 그 원인을 ‘네트워크 형성’의 이점에서 찾는다.
나가사키(일본)나 바그다드(이라크), 방갈로르(인도)처럼 국제적 교류를 전문으로 하는 도시들은 정보 수입에 능숙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을 육성한다. 그런 도시에서는 외국인들이 그곳 사회의 과학, 예술, 상거래의 샘플을 얻기에 편리하며 그 반대 역시 성립한다.
방갈로르 같은 곳들이 이룬 성공이 국제적인 지적 교류의 결과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이런 도시에서, 고용주들은 잠재 근로자들로 이루어진 대규모 풀(pool)에 매력을 느끼고, 근로자들은 풍부한 잠재 고용주들에 의해서 일자리를 얻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따라서 기업들은 엔지니어를 찾으러 방갈로르에 오고, 엔지니어들은 회사들을 찾아 나선다. 도시 규모 역시 근로자들의 이직을 훨씬 더 쉽게 만든다.(책 59쪽)
다시 말해 글로벌한 대도시에는 인재들이 모이며, 이 인재들이 형성한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위해 다시 경쟁력 있는 대기업·혁신기업들이 유입되어 점점 더 번영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에 읽은 흥미로운 책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에서 기획재정부의 조원경 국장은 다음과 같이 흥미로운 지적을 덧붙인다.
그런데 사실 도시의 매력을 떨치기 어려워요. 스마트폰 사용량이 증가하여 각종 정보가 모이고, 공유 경제도 발전하고, 창업하기 쉽습니다. 게다가 매력적인 이성도 만나기 쉽죠. 스마트 시티로 범죄도 감소한다면 더 좋죠. 이런 모든 게 종합되어 도시의 부가가치가 증가하는 것 같아요. 돈이 문제지, 잘 지은 도시는 얼마나 멋져요.(책 126쪽)
인용문구의 마지막 부분은 경제학의 ‘탐색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경제학에서 탐색이론(search theory)이란 현재로서 최선인 선택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계속 탐색할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사람들이 직면하는 문제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직장에서 ‘제의’가 왔을 때, 이 제의를 수용하고 취직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나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을 의미한다.
# 어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구직에 유리할까
인구 10만 명의 중소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과 인구 1000만의 대도시에 사는 사람의 구직활동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소도시에 사는 사람은 일단 취직 기회를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지적 능력과 근무 태도(Work Ethics)가 뛰어난 근로자를 손쉽게 확보할 수 없다면, 이 회사의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이다. 근로자의 시간은 무한정하지 않으니 어느 순간에는 탐색을 중단해야 한다. 결국 충분하게 직업을 탐색하지 못했던 사람일수록 미련이 남고, 또 취직한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구인정보’를 뒤적거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조원경 국장의 말처럼,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기 쉬운 곳이야 말로 괜찮은 직장을 찾기 좋은 곳 아니겠는가. 이상의 이점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여의도에 증권사들이 모여 있는 이유는 땅값이 싸서가 아니다. 여의도에 증권사와 주요 운용기관들이 집결되어 있기에 영업활동을 하기도 편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찾기도 쉽기 때문이다. 길 가다 마주친 사람과 커피 한잔하면서 “요즘 어때?”라고 말을 던지는 순간 쉽게 정보를 구하고, 또 이직 의사를 가진 동종 업계의 숙련 인력을 인터뷰할 기회를 가지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 도시 인구는 끝없이 집중될 수밖에 없나
이에 대해 조원경 국장은 “꼭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 한다.
영국의 물리학자 지오프리웨스트(Geoffrey B. West)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모든 도시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도시 발전 순환과 법칙을 발견했다.
“저는 왜 도시가 계속 팽창하는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붕괴하고 슬럼화되는지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도시가 팽창하는 이유는 도시가 커질수록 도시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임금, 일자리, 생산성과 같은 긍정적인 지표들이 개선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범죄, 에너지 사용량 증가 같은 비효율과 부작용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성장 한계에 도달하게 됩니다.”(책 126~127쪽)
웨스트는 도시 규모에 비례해 가구당 에너지 소비와 주택, 일자리가 증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제한다. 그러나 도시 GDP와 임금, 특허, 범죄 등은 도시의 규모보다 더 크게 증가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쉽게 이야기해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교통체증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범죄도 늘어나기 쉽다는 이야기다. 결국 어느 순간, 도시 집중의 이점보다 ‘악영향’이 커지며 경쟁력 있는 기업들부터 이탈이 시작되며 결국 미국의 디트로이트처럼 ‘버려진 도시’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 그러나 스마트 시티 기술 발달은 도시규모 확대에 따른 악영향을 억제할 수 있다
과거에는 교통 체증·전력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도로 확충이나 발전소 건설과 같은 물리적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스마트 시티는 도시 시설물에 설치된 센서·CCTV 등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네트워크 인프라를 기반으로 공유하고 수집한다.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 분석이나 소프트웨어 기반의 시뮬레이션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한다. 나아가 해당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물리적인 인프라를 자동적으로 조정해 관리한다.(책 131~132쪽)
이상과 같은 스마트 시티로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명절의 교통체증 감소다. 특히 최근에는 아예 연휴가 시작되기 이전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언제 가장 도로가 붐비는지 예측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적인 대도시 범죄율 하락 흐름도 스마트 시티로의 변화가 불러온 변화라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은 1990년 9.8명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4.9명으로 떨어졌다. 물론 스마트 시티의 출현이 범죄율을 얼마나 낮추었는지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의 경우에는 CCTV의 보급이 주요 강력 범죄의 예방 및 검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더 우세한 것 같다.****
스마트 시티가 불러올 변화는 이것만이 아니다. 우버(Uber)나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Chuxing) 등 세계적인 혁신 기업들이 주도하는 공유경제 비즈니스도 대도시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다. 도시에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교통체증과 그로 인한 공해인데, 자동차의 대부분은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이 보유한 차의 대부분은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만 잠깐 운행할 뿐, 대부분의 시간을 차고에 주차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고에 쉬고 있는 차들이 카풀 혹은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나 홀로 자동차’의 수가 줄어들어 도시 전체의 통행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이는 택시 등 운송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자동차 판매를 떨어뜨리는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레이저 교수의 지적처럼 ‘대도시 인구 집중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구의 밀집도가 높아질수록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될 것이며, 기계화하기 힘든 개인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들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 기술의 발달이 현재 추세대로 계속된다면, 대도시의 흥망성쇠 패턴이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디트로이트와 같은 ‘도시 쇠퇴’ 현상은 어쩌면 일반화하기 어려운 과거의 사례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KB국민은행(2018.3.2), ‘2018. 2. 월간 KB 주택가격 동향 조사결과’
** 폴 오이어(2014, 청림), ‘짝찾기 경제학’ 20쪽
*** 허핑턴포스트(2018.2.12) ‘빅데이터로 분석한 올 설 교통상황은 이렇다’
**** 아시아투데이(2013.3.16) ‘CCTV설치 확대…범죄예방 효과 '톡톡'’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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