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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잘되는 걸 밀어야…'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 중심 경제'가 사라졌다

일자리 창출 성과 어려워지자 외교·안보로 지방선거 돌파 움직임

2018.03.10(Sat) 11:47:29

[비즈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핵심 키워드인 ‘사람 중심 경제’가 최근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사람 중심 경제를 거론했다. 사람 중심 경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을 아우르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확대와 소득주도 성장의 근간이다. 

 

하지만 올 들어 문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람 중심 경제를 언급한 것은 신년사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실업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6월 지방선거의 승부처를 경제가 아닌 외교·안보에 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문재인의 경제비전-사람중심 성장경제’ 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낸 10대 공약 중 첫 번째로 ‘일자리 확대, 국민께 드리는 최고의 선물입니다’로 잡고 일자리 창출과 일·삶·가정 양립을 강조했다. 사람 중심 경제를 제 1과제로 꼽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이던 2016년 10월 6월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경제 패러다임 중심을 국가나 기업에서 국민 개인과 가계로 바꿔야 한다”며 사람 중심 경제 방향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5대 목표 100대 국정과제에서 1번째 목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로 사람 중심 경제를 골자로 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를 중요한 행사 때마다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도 국가 예산의 중심을 사람과 일자리로 바꾸는 중요한 노력이었다”고 밝혔고, 9월 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는 “우리 정부의 경제 정책은 사람 중심 경제”라며 “첫째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둘째는 혁신성장, 셋째로 공정경제라는 세 개의 축으로 사람 중심 경제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1월 1일 국회에서 가진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제출 시정연설’에서 “국민들과 함께 사람 중심 경제를 이뤄내면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고, 사람 중심 경제를 힘차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12월 5일 제 54회 무역의 날 기념사에서 역시 “양극화가 소비를 막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 중심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사람 중심 경제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사람 중심 경제 강조는 해외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의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 중 가진 한·미 비즈니스 서밋 기조연설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소개하겠다”며 “우리 정부의 새 경제정책은 사람 중심의 경제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9월 유엔 기조 연설과 미국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서도 연이어 “새 정부는 경제정책의 중심을 국민과 가계의 소득증가에 맞추고, 일자리가 주도하는 성장,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와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것을 사람 중심 경제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같은 해 11월 베트남에서 가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와의 대화에서도 ‘사람 중심 경제로 APEC부터 포용적 성장을 이뤄내자’는 주제의 연설을 했다. 

 

올 들어서도 문 대통령은 1월 10일 있었던 신년사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어 제일 먼저 한 일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는데 이는 사람 중심 경제라는 국정철학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람 중심 경제의 핵심에 일자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문 대통령의 연설에서 사람 중심 경제는 사라졌다. 노동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3월 5일에 엇비슷한 발언을 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사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노동시간과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으로 나아가는 대전환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사람 중심 경제 비슷한 말을 한 게 전부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라는 말을 각종 국내 행사나 회의 때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강조했는데 올 들어서는 사람 중심 경제라는 말 자체를 잘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가 지난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추가경정예산이나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관계와 북미 대화 연결에 집중하고 있는 점과 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난 점도 영향을 준 것 같다”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과가 없는 사람 중심 경제보다는 성과가 뚜렷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발언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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