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 성공 여부가 오는 1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피말리는 표싸움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KT&G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절차상 문제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이유로 백복인 사장 연임을 반대하고 나서며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했다.
# 외부인사 배제 사장 추천, 검찰 수사 앞둬 논란
기업은행은 지난 2월 KT&G의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고 백 사장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사외이사 2명을 확대 추천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 2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백복인 사장 연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KT&G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백복인 사장 연임에 찬반을 검토 중이나 자문기관들이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어 기업은행 의견에 동조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T&G 노조는 성명을 통해 “기업은행은 그간 당사 사장 선임과 관련해 목소리를 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장 연임을 반대하고 사외이사진을 늘리려고 한다. 정부 주도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 조치로 본다. 정부는 기업은행을 통한 경영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이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 이유는 절차상 문제와 CEO 리스크를 꼽는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30일 오후 사장 공모를 발표한 이후 단 이틀간 지원 서류를 접수했다. 서류 심사는 하루 만에 마쳤고, 다음 날 면접을 통해 백복인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정해 이사회에 보고했다.
지원 자격도 전·현직 전무 이상 내부인사로만 한정했다. 이전까지 KT&G는 사장 공모 공시 후 5일간 서류를 접수받았고 지원 자격도 외부인사에게 열려 있었다. 백복인 사장 연임을 지원하기 위한 사장 공모 절차였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KT&G 관계자는 “사추위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사장 공모 절차는 사추위가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백복인 사장은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트리삭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이 부분이 CEO 리스크다. 백 사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그는 2013년 5월 경찰의 KT&G 비리수사 당시 핵심증인이었던 용역업체 N 사 강 아무개 사장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백복인 사장은 2010~2011년 마케팅본부 실장과 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광고대행업체로부터 광고대행사 선정과 광고수주 청탁명목으로 5500만 원을 받아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16년 6월 기소됐다.
백 사장은 1심과 2심 무죄와 검찰이 2017년 10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2015년 9월 KT&G 사장 공모에는 14명의 내외부 인사가 지원했는데 여권 내 유력 인사가 밀던 후보가 탈락하자 검찰이 ‘표적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KT&G 경영정상화를 바라는 전 임직원들’은 지난 1월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이중장부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백복인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KT&G는 2011년 7월 국민연금과 조성한 공동펀드인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펀드(코파펀드) 운용사 큐캐피탈을 통해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트리삭티를 1534억 원에 인수했다. KT&G가 트리삭티를 인수한 뒤 현지 법인의 세금 납부용과 대출용 등으로 따로 만들어진 이중장부를 발견했는데도 이를 유지했다.
또한 현지 회사인 ‘만디리’에 베트남 수출선을 무상양도하는 것에 관해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제기됐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 “배임과 분식회계혐의가 역력하다”며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지난 연말부터 금감원은 KT&G에 대한 회계감리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 감리 결과 회계처리기준 위반 및 감사 소홀에 대해 검찰 고발, 2월 이상 유가증권 발행제한(또는 상당 과징금), 2년 이상 감사인 지정, 감사인에 대한 등록취소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자문사마다 엇갈린 의견, 외국인 주주 손에 달려
2002년 민영화 된 KT&G는 외국인 지분이 과반을 넘어 민영화 된 공기업 중 그나마 정부 눈치를 덜 보는 곳이다. 민영화 이후 백복인 사장까지 KT&G 내부자 출신들이 대표로 취임했다. 백복인 사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어 16일 KT&G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주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KT&G의 이번 정기 주총 최대 이슈인 백복인 사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은 반대, 해외 자문사 찬성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는 연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문 의뢰에 찬성 입장을 최종적으로 전달했다.
ISS는 검토를 거쳐 “사장 공모 기간이 짧았지만 전체적인 과정이 사외이사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됐다. 인도네시아 자회사 분식회계와 관련한 금감원 감리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중대한 혐의는 없다”고 밝혔다. KT&G 측은 ISS가 전 세계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의견을 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하기 때문에 백 사장 연임을 기대하고 있다.
KT&G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백복인 사장 연임에 대해 아직 찬반 여부 검토단계지만 그 결정은 기관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월 20일 KT&G 이사회 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사추위 심사내용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국민연금은 주총 전에 투자위원회를 열고 찬반 의견을 확정할 방침이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는 서스틴베스트도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사추위가 내부인사로만 자격을 한정하고 단 이틀간 서류를 접수하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해 주총 의안분석 임무를 맡아온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백복인 사장 연임에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는 최근 KT&G 사장후보 선임 절차나 가치 불투명성 등과 같은 이슈에서 살펴보면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사장추천위원회의 사장후보 공모 절차가 완료된 이후 이달 3일까지 코스피는 3.1% 하락했으나, KT&G 주가는 14.3%나 떨어졌다.
기업은행 측은 KT&G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접촉해 백복인 사장 연임 반대해 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또한 기업은행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주통 대결에서 승산을 점치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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