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아시아 썰매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와 한국 최초 컬링 은메달을 딴 ‘팀 킴’ 그리고 무한도전으로 봅슬레이에 입문해 은메달을 딴 봅슬레이 대표팀까지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걱정과 기상 악화로 인해 대회 운영에 차질이 생기리란 우려도 보기 좋게 극복했다.
평창 올림픽과 동시에 IEM 평창도 치러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발맞춰 치러진 대회였다. 올림픽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유럽과 북미는 물론,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예선을 치러 선수를 뽑았다. 16강으로 치러진 대회에 한국 대표팀은 주성욱과 김유진, 두 명이었다.
한국인이 아닌 다른 선수가 스타크래프트 2 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 대회가 한국에서 치러졌다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상상도 못한 드라마가 대회에서 펼쳐졌다. 한국 대표였던 주성욱이 8강에서 폴란드 출신으로 중부 유럽 대표 선수였던 ‘이레이저’에게 탈락했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이기에 당연히 한국 선수들의 결승전을 고대했기에 아쉬운 결과였다. 김유진과 캐나다 출신의 스칼렛이 결승에서 만났다.
스칼렛이 우수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그 누구도 김유진의 우승을 의심치 않았다. 별명이 ‘빅 가이’일 정도로 큰 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김유진이었다. 특히나 2017년 연말부터 경기력이 상승하고 있었기에, 많은 팬이 김유진의 우승을 기대했다.
드라마는 1경기부터 시작됐다. 스칼렛은 저글링으로 김유진의 멀티를 견제하고, 병력을 소모시켰다. 그 이후 이어진 한 방으로 1세트를 따냈다. 완벽한 수비로 2세트를 따내고, 깜짝 수송 전략으로 3세트를 따냈다. 김유진은 소수 유닛 컨트롤을 뽐내며 4세트를 따냈다. 하지만 이어진 5세트에서 스칼렛은 저글링 찌르기로 승기를 잡았고, 끝내 우승했다. 스칼렛 개인 커리어 중 최고 기록이자 한국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하지 못한 두 번째 대회였다.
한국에서 한국 선수를 꺾고 우승했다는 사실 이외에도 스칼렛이 주목받을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녀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했다. 즉, 여성 선수의 우승이었다. 이것만으로 주인공이 되기 충분했지만 그녀는 우승까지 차지했다. 무관중으로 치러지며 많은 팬에게 우려를 샀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트위치를 통해 결승을 관람했다.
스타크래프트 2가 아직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수많은 선수가 여전히 도전을 하고 있고, 이를 팬들이 애정 어리게 지켜보기 때문이다. 밸런스 패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해외 선수의 한국 리그 유입은 없었을 것이다. 해외 선수의 한국 유입이 없었다면 스칼렛의 우승은커녕 IEM 평창 개최마저 어려웠을 테다.
IEM 평창과 평창 동계올림픽은 끝났지만 우리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와 같은 취준생의 도전이 펼쳐지는 취업 시즌이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스칼렛의 도전이 스타크래프트 2를 이어갔듯이 우리의 도전이 우리 삶에 열매를 맺어줄 것이다.
많은 이가 한국 선수의 우승을 기대했지만 보란 듯이 이겨낸 스칼렛처럼 돌아오는 취업 시즌에도 안 될 거란 우려를 이겨내고 보란 듯이 성공해내자. 만국의 취준생들이여, 화이팅이다.
※ 이 칼럼을 마지막으로 ‘스덕일기’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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