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독일 최고의 악극 중 하나로 평가받는 ‘니벨룽의 반지’가 우리나라서 역사적인 막을 올린다. 연출, 오케스트라, 성악진 등 모든 면에서 오페라 애호가 들을 흡족하게 만들 역대급 스케일로 준비되고 있어, 국내서 ‘니벨룽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월드아트오페라는 7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제작 초연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준비상황을 보고했다. 총 연출을 맡은 독일의 최고 극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를 비롯해, 마티아스 플레츠베르거 예술제작감독, 베이스 전승현 등 주요 배우, 메인 후원을 맡은 BMW 코리아 볼프강 하커 전마케팅 전무가 자리를 함께했다.
리하르트 바그너가 26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 ‘니벨룽의 반지’는 오페라 애호가들로부터 꿈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황혼’ 등 총 4부작으로 이뤄져 있으며, 1부 라인의 황금이 오는 11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확정했다. 이어 오는 2020년까지 4부작을 모두 국내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총 러닝타임만 17시간, 편당 제작비가 3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 한·독 오페라 ‘드림팀’ 총출동
‘니벨룽의 반지’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명인 아힘 프라이어가 총 연출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즈’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오페라 연출가 중 가장 뛰어난 연출가’라는 극찬을 받은 아힘 프라이어는 화가, 무대미술가, 영화감독, 미술품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아힘 프라이어는 지금까지 미국 LA와 독일 베를린에서 두 번의 ‘반지’ 4부작을 연출했다.
1934년 동독서 태어난 아힘 프라이어는 예술적 자유를 위해 서독으로 망명한 예술가다. 베를린 국립미대 졸업 후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이자 서사극 이론의 창시자인 베르톨트 브레히트 문하로 들어가 지금까지 150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적잖다. 지난 2007년 뮌헨바이에른국립오페라에 위촉한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연출했고, 2011년 국립극장 초청으로 국립창극단과 ‘수궁가’를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무대에 올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극찬을 받았다.
지휘자로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와 취리히오페라 음악감독을 역임한 바그너의 거장 랄프 바이커트가, 예술제작감독은 오페라 지휘자로도 유명한 마티아스 플레츠베르거가 각각 맡았다. 오케스트라는 한국 음악인 50명, 유럽 음악인 30명이 연합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창립해 한 달간 리허설을 거쳐 공연에 나선다.
성악진은 아직 캐스팅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날 발표행사에도 참여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바그너 성악가로 유명한 전승현 서울대 성악과 교수(파졸트 역)를 비롯해, 보탄 역에 베이스 바리톤 김동섭, 프라이아 역에 소프라노 에스더 리 등 주요 역에 출연을 확정했다. 또 독일 성악가로는 안드레아스 샤거, 아놀드 베츠엔 등이 섭외가 성사됐다.
# 아힘 프라이어 “한국 분단 상황과 핵전쟁 위협 다룰 것”
독일의 영웅 서사시이자 대표적인 기사도 문학인 ‘니벨룽의 노래’를 토대로, 바그너가 28년에 걸쳐 악극으로 완성한 ‘니벨룽의 반지’는 오페라 애호가라면 누구나 설렐 만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같은 공연이라고 해도 연출가의 의도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는 남북 분단 상황과 핵 전쟁의 위협 등 한반도가 처해진 상황을 작품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힘 프라이어는 “정치적인 사건을 무대 위에서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에 대해서 예술적으로 전형성을 가지고 표현해야 한다”며 “한국의 분단 그 자체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인간은 분단되어서 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내한 공연 수준이 아니라 한국서 오페라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함께 준비된다. 국내 최초로 공연 전체를 4K 해상도로 촬영해 전 세계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며, DVD 역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베를린 슈타츠오퍼, 빈 슈타츠오퍼, 밀라노 스칼라 등 세계 각국의 메이저 오페라 극장에서도 함께 판매된다. 단순히 오페라를 찍는 것이 아니라 영화 방식의 촬영과 편집 기법으로 각 편이 마치 영화처럼 제작될 예정이다.
무대 역시 독일의 본 극장(Theater Bohn)과 공동 제작이 이뤄진다. 본 극장에서 직접 무대제작을 맡아 한국으로 공수하고, 또 2020년 공연 종료 후 해당 무대를 그대로 본으로 가져가 정기 공연이 이뤄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파격적인 티켓 가격정책도 눈길을 끈다. 30억 원 규모의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R석 20만 원부터 B석 5만 원까지 책정됐으며, 학생의 경우 C석 2만 원에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또, 2부 발퀴레부터는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지역의 대표공연장에서도 공연이 추진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여행상품과 연계해 해외반지 팬들에도 티켓을 판매할 예정이다.
에스더 리 월드아트오페라 단장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며 “이미 대관료를 완불하고 반지를 보고 싶어 하는 해외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이미 홍보할 정도로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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