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3년 기준 전국 주택보급률은 103%다. 모든 가구가 거주할 집이 한 채 이상이기 때문에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는 주장이 있다. 논리적인 주장으로 보인다.
미분양 현장이 많은 것을 보면 주택수요가 충족되었다는 논지는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현상도 발견할 수 있다. 주택보급률이 가장 높았던 대구광역시는 2010~2015년 전국의 주요 분양 현장들 중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분양만 했다 하면 인근의 모든 중개업자들이 문을 닫고 모델하우스로 달려와 ‘떴다방’을 운영할 정도로 광풍의 분양권 프리미엄 거래시장이 형성됐다.
2016년 11·3 부동산 대책 이후로 떴다방 업자들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서울은 여전히 분양이 잘 되고 있다.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이 두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주택보급률과 주택수요는 반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보급률 100%의 의미는 모든 주택수요가 충족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보다 주택공급이 많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과거 대비 수요가 준 것은 맞다. 마이너스가 아니라, 여전히 플러스 상태이긴 하지만, 과거 대비 그 증가율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과거에는 한 해 50만 호 정도의 신규 주택이 필요했었다면, 지금은 1년에 약 30만 호 정도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은 현재도 신규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주택보급률의 속뜻을 꼭 염두에 두고 관심 지역의 수요와 공급을 따져야 한다.
현재 부동산 수요는 양적 수요가 아니다. 수요층이 복합적이다. 양적 공급은 기본이고, 질적인 요구까지 생겼다.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선배 세대는 웬만한 입지의 주택이면 수요 충족이 됐다. 아파트, 단독주택, 빌라, 다세대, 심지어는 하꼬방이라고 하는 블록 판잣집이든 거주만 하면 되는 시대였다. 현재 수요는 다르다. 질 낮은 주택에서 살려 하지 않는다. 아파트 수요층은 아파트 이외의 주택은 고려하지 않는다. 지하는커녕 반지하 주택도 거주하려 하지 않는다.
주택공급 총량은 100%가 넘지만, 살고 싶은 주택은 아직 부족하다. 현 부동산시장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이 공급되는 이유는 한꺼번에 많은 주택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 유형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살고 싶은 지역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인기 지역의 주택은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인기 지역은 비인기 지역보다 시세가 엄청나게 높지만 늘 공급량이 부족하다.
인기 지역, 희망 주택 유형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수요는 물리적으로 충족되기 어렵다. 따라서 총수요 대비 총공급이 충족되었다거나, 수요가 줄었다는 식으로 분석하면 안 된다. 그건 특정 목적을 가진 집단이 의도적으로 분석한 결과일 뿐이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자원 낭비를 지양하고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과잉 수요자들을 과잉 공급지로 유도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자. 서울 강남에 직장이 있는 사람에게, 집값이 싸고 공급이 남아도는 연천군이나 철원군에서 출퇴근하라고 하면 순순히 선택할까?
실제 시장의 예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강남구·서초구 주민들은 인접한 송파구·동작구에조차 가려 않으려 한다. 송파·동작의 집값이 더 싸고 새 주택인데도 불구하고, 더 비싸고 낡은 강남·서초의 주택을 다시 선택한다. 분당 주민들은 같은 생활권인 성남시 중원구·수정구, 용인시 수지구로 이사하길 꺼린다.
수요 추정을 정확히 하려면 실제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 구체적인 지역이 있어야 하고, 그 지역을 선호하는 사람과 주택 수치로 수요를 추정해야지, 경기도 평균, 서울 평균을 뭉뚱그려 분석하면 시작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서울의 경우, 최근 일산·분당·중동·김포·남양주 등에서 이동해오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특정 지역 보급률로는 지자체를 넘어오는 수요를 설명하지 못한다.
선진국의 주택보급률과 비교하면 이런 해석상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 주택보급률은 우리나라보다 높다. 몇몇 나라들은 주택보급률이 13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 그 선진국도 수요를 충족시킨 게 아니라는 의미다. 주택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신규 주택의 수요는 늘 존재한다. 서울처럼 아직 양적 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한 지역도 있다. 입지에 대한 수요보다는 적겠지만, 특정 유형의 주택에 대한 요구, 즉 질적인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같은 위상의 입지가 추가로 공급되지 않는 이상 이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살고 싶은 입지가 있을 것이다. 혹시 그 입지의 수요가 줄어들길 기다리는가. 혹은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낮아져 직접 구입하거나 혹은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로 들어가길 기다리는가. 안타깝게도 이 칼럼을 읽는 독자가 그 입지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여간해선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부동산시장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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