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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부러지면 '소비자 과실'? 끊이지 않는 '아이코스' 불만

청소하다 부러져도 보증기간 무관하게 교환 요청은 단 1회…사설 수리업체도 등장

2018.03.02(Fri) 18:14:33

[비즈한국] 지난해 6월 출시된 아이코스(IQOS)를 필두로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잦은 기기 결함과 불편한 애프터서비스(AS) 등은 출시 이후부터 줄곧 문제로 지적돼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아이코스는 특수 제작된 담배(히츠스틱)를 충전식 전자장치(홀더)에 꽂은 뒤 고열을 가하는 방식이다. 담뱃잎에 직접 불을 붙여 태우는 일반담배보다 냄새가 덜 나고 몸에도 덜 해롭다는 이유로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인기를 방증하듯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국내 담배시장에서의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비중도 전월보다 3.0%포인트(p) 증가한 9.1%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아이코스(IQOS)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잦은 기기 결함과 불편한 애프터서비스 등은 출시 이후부터 줄곧 문제로 지적돼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아이코스 홈페이지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선점한 아이코스 출시 이후 현재까지 기기 결함, 히츠스틱 불량 등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아이코스 출시 전인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접수된 전자담배 관련 상담 건수는 월 평균 18.3건이었다. 아이코스 출시 이후인 7월부터 경쟁제품 릴(KT&G), 글로(BAT) 등이 출시되기 전인 11월까지 월평균 상담 건수는 43건에 달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불만은 ‘히팅 블레이드(스틱을 가열하는 부분) 파손’과 ‘배터리 방전’ 등 문제였다. 특히 블레이드 파손은 대부분 홀더에 낀 이물질을 청소하다 부러진 경우여서 제품의 내구성이 지적된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본사 정책과 소비자 과실로 선을 긋고 있어 소비자 불만은 출시 이후 끊이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직장인 이재영 씨(27)는 “구입 2주도 안 돼 기기 청소 중 블레이드가 부러져 새 제품으로 교환했는데 두 달 뒤에 또 부러졌다. 고객 부주의로 인한 교환은 한 번만 된다고 해 교환받지 못했다”며 “부주의는 인정하지만 담배 꽂는 기계에 담배를 꽂다가 파손됐는데 고객 탓이라고 하는 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아예 타 제품으로 바꾼 사람도 있었다. 강 아무개 씨(33)는 “평소 습관대로 담배를 돌리다가 블레이드가 부러진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아이코스는 (블레이드가) 얇은 판으로 돼 있어 쉽게 부러지는 것 같다”며 “블레이드가 못처럼 돼 있는 다른 제품이 내게 더 맞는 것 같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코스 사용자는 기본 6개월, 정품 등록 시엔 1년 등 정해진 무상보증기간 내에 제품 결함일 경우 횟수 제한 없이 제품을 교환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불만이 호소되고 있는 히팅 블레이드 파손과 관련해선 1회만 가능하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말부턴 추워진 날씨로 배터리 방전 문제를 지적한 사용자들도 있었다. 평소 사이클을 즐겨 하는 A 씨는 “자전거를 타면서 중간 휴식시간에 담배를 태우고 싶은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코스가 작동을 안 해 그 다음부턴 일반 담배를 챙겨갔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사용 적정 온도는 영상 8~50℃​”라며 “기기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준 온도를 벗어나면 일시적으로 작동이 멈추도록 설계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아이코스 사용자는 기본 6개월, 정품 등록 시엔 1년 등 정해진 무상보증기간 내에 제품 결함일 경우 회수 제한 없이 제품을 교환할 수 있다. 히팅 블레이드 파손 등 소비자 귀책사유에 해당될 경우 보증 대상에선 제외되지만 선의 차원에서 1회 무상으로 교환하는 ‘굿윌(Goodwill)’ 정책을 운영한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앞 사례처럼 2회 이상 소비자 귀책으로 인한 파손이 발생하면 새 제품 구매 외 다른 방법은 없다. 이 경우 9만 7000원 상당의 아이코스 기기가 고장나면 홀더 비용으로 6만 70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서비스센터 스토어에 상주한 엔지니어가 소비자 과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그에 맞게 정책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소비자 정책에 불만에 가진 이는 더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아이코스를 구입한 직장인 A 씨도 최근 아이코스 홀더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려다 블레이드 부분이 파손되는 현상이 발생해 교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책상 국내에선 수리가 불가하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A 씨는 “현지 영수증 등 증빙서류가 필요하다는 말만 돌아왔다”며 “벤츠를 해외에서 사면 국내에선 수리가 안 된다란 말과 뭐가 다른가”라며 “적은 돈도 아니고 10만 원짜리가 수리를 못해 새로 구매해야 한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담뱃잎에 해당하는 히츠스틱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국내 판매되는 히츠 제품은 총 5종(실버·엠버·​그린·​블루·​퍼플). 대부분 니코틴 흡입력이나 맛에 대한 불만이었다. B 씨는 “1갑(20개피)에 불량이 4~5개는 되는 것 같다”며 “같은 박스에 든 담배임에도 어떤 건 매운맛, 어떤 건 맨솔맛이 날 때가 있다. 흡입감이 전혀 없는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제조과정에서 포장이 다르게 되거나 스틱 자체가 부러진 상품 등 SNS 상에 제기된 히츠스틱의 불량 종류는 다양했다.         

 

교환정책에 대한 불만은 히츠스틱 관련해서도 나타났다. 온라인 고객센터에 히츠스틱 불량으로 인한 교환을 신청하면 택배를 통해 일대일 맞교환하는 방식이 이뤄진다. 고객센터나 직접 구매한 판매처에선 교환이 불가능하다. 또한 불량 담배와 담뱃갑, 담뱃값의 일련번호가 없으면 교환이 어렵다. 정상 제품을 수령하기까지는 평균 일주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에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나라마다 문화나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굿윌 등 소비자 정책의 큰 틀은 본사 가이드라인을 기본적으로 따르게 돼 있다. 사용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선 사용설명서에 적시해 놓고 있다​”며 “​불만들도 하나씩 들어주긴 하는데,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내부적으로 그런 불만들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기기 외에 히츠스틱 제품에 대한 불만도 찾을 수 있다. 사진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각기 다르게 포장된 히츠스틱 제품.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이렇다 보니 온라인상에선 사용자들이 ‘올바른 홀더 청소법’ ‘히츠스틱 올바르게 피는 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엔 아이코스 사설 수리업체까지 등장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이코스가 국내 시장을 선점하다 보니 소비자 불만도 더 부각된 게 있다. 아직 릴이나 글로의 경우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코스만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각 사 제품의 수명이 1년밖에 안 되므로 올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사용자들의 연쇄 이동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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