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2014년부터 KT가 조직적으로 국회의원 수십 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상품권깡’을 통해 회사 돈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황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무마, KT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법안 통과 등을 위한 목적으로 국회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창규 회장의 소환이 임박한 가운데 2002년 민영화 이후 KT 회장의 연임 성공 이후 정권교체와 중도하차라는 악순환이 또 반복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2014년 1월 박근혜 정부 시절 취임해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연말 이후 KT 안팎에선 “황창규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연한 후 명예롭게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대두돼 왔었다. 하지만 정권 교체 후 현재까지 행보를 볼 때 황 회장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먼저 2017년 12월 황창규 회장은 KT 조직개편을 통해 매스총괄과 경영지원총괄을 폐지하는 대신 부문장 체제를 도입했다. 이를 두고 황 회장이 총괄을 거치지 않고 사업부문을 직접 챙기는 강력한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KT의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2월 23일 서울 강남구 소재 KT커머스 수서지점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런데 같은 날 KT는 이사회를 통해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소속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김대유 전 경제정책수석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앞서 지능수사대는 1월 31일 KT 분당 본사와 서울 광화문 사옥을 압수수색한 상황이었다.
KT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회장의 권한이며 결격 사유 없는 한 이사회 동의와 주주총회를 통해 선입된다. 이강철 전 수석은 정치인 출신이고 김대유 전 수석은 통계청장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통신 전문가가 아니다.
황창규 회장이 ‘CEO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 깊은 인사를 영입해 정권에 줄을 대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이사회 의결 없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미르·K스포츠 재단에 18억 원을 출연했다. 회사 공금을 쪼개어 국회의원에게 후원했고 이번 사외 인사에서 보듯 정치권 줄 대기 인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T는 민영화 이후 이용경 전 사장을 제외하면 연임에 성공한 남중수 전 사장과 이석채 전 회장은 정권 교체 후 불명예 퇴진했다.
이용경 전 사장은 2005년 연임의사를 밝혔다가 스스로 중도사퇴했다. 남중수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08년 11월 남품업체 선정과 인사 청탁의 대가로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된 후 물러났다. 이어 이석채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하고 9개월 후인 2013년 11월 131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KT 새노조는 “황창규 회장은 현재 자발적으로 물러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신변을 위해 조직개편과 인사 그리고 국민의 통신비로 벌어들인 돈을 쓰고 있다. 스스로 사퇴의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은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관련해 KT와 황창규 회장을 강압에 못이긴 피해자라는 논리로 불기소 처분했다”며 “이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강압에 의함이 아니다. 검찰과 다른 조직인 경찰이 수사를 맡고 있어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비즈한국’은 KT에 수차례 입장을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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