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마블 신작 영화 ‘블랙팬서’의 흥행이 심상치 않습니다. 북미에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와 ‘라스트 제다이’에 이어 역대 3위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는데요. 세계적으로도 역대 5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파죽지세의 기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하나의 문화적 운동이라는 평도 많은데요, 우선 출연진의 대부분이 흑인입니다. 잠시 나오는 LA, 부산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장면이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지죠. 내용 또한 흑인 인권운동을 빗댄 신화적인 우화로 해석할 여지가 있죠.
이 영화를 마무리한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음악입니다. 흑인 인권운동과 아프리카의 기운을 가득 담은 영화답게 음악 또한 흑인음악으로 가득한데요. 재미있게도 이 앨범은 일반적인 영화의 사운드트랙 외에도 앨범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블랙팬서 더 앨범(Black Panther The Album)’인데요, 이 앨범은 어떻게 나온 걸까요?
영화 ‘블랙팬서’ 예고편. 빈스 스테이플스의 곡 ‘옵스(Opps)’가 배경 음악으로 활용했다. ‘블랙 팬서 더 앨범’ 수록곡이다.
블랙팬서의 감독 라이언 쿠글러는 영화에 참여할 뮤지션으로 래퍼 켄드릭 라마를 점찍었습니다.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 흑인 인권운동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 담대하고 예민하면서도 냉소로 빠지지 않는 긍정적인 바이브(Vibe). 모든 점이 영화 ‘블랙팬서’와 너무도 닮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켄드릭 라마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 음악을 참여하듯 두어 곡, 많으면 서너 곡 정도를 만들려 했습니다. 영화를 본 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강렬한 인상을 받은 그는 아예 앨범을 만들기로 합니다. 두어 곡 정도는 영화에 수록곡으로, 그 외의 곡은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채운 앨범이었습니다.
켄드릭 라마는 본인의 소속사 사장 탑 도그(Top Dawg)와 함께 앨범을 프로듀싱했습니다. 소속사의 스타 스자(SZA), 스쿨보이 큐(ScHoolBoy Q), 제이 락(Jay Rock) 등이 참여했습니다. 위켄드(The Weeknd), 칼리드(Khalid), 퓨처(Future), 투 체인즈(2 Chainz),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그리고 빈스 스타이플스(Vince Staples)등 화려한 힙합 스타들이 참여했습니다.
제이 락, 켄드릭 라마, 퓨처, 제임스 블레이크의 ‘킹스 데드(King's Dead)’.
앨범은 14개 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영화에 등장하는 곡은 3개뿐입니다. 나머지는 영화에 ‘영감’을 받은 곡이죠. 사실상 독립된 앨범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수록곡 모두 블랙 팬서의 스토리, 테마와 정확하게 맞물려 영화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블랙팬서의 노래이고, 영화와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요.
블랙팬서 앨범은 영화 홍보와 연계해서 진행했습니다. 켄드릭 라마의 싱글 ‘러브(Love)’ 뮤직비디오에서 팻말에 ‘블랙팬서 앨범이 나온다’는 메시지를 숨겨 두었습니다. 한국 아이돌도 즐겨 사용하는 ‘신곡 떡밥’ 마케팅을 사용한 거지요.
‘블랙팬서’ 영화 개봉 이전터 싱글이 차곡차곡 발매됐습니다. 1월에는 스자와 켄드릭 라마가 부른 곡 ‘올 더 스타즈(All The Stars)’가 발표되었습니다. 이후 영화 예고편에서 ‘옵스(Opps)’가 배경음으로 나왔습니다. 이후 두 번째 싱글 ‘킹스 데드(King's Dead)’와 세 번째 싱글 ‘프레이 포 미(Pray For Me)’까지 차례로 대중에게 공개되었지요.
위켄드와 켄드릭 라마의 ‘프레이 포 미(Pray For Me)’.
영화의 성공만큼이나 앨범도 굉장했습니다.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 1위로 데뷔했습니다. 싱글 성적은 더 훌륭합니다. 2월 24일 기준 8개의 곡이 빌보드 핫 100 차트에 들어왔습니다. 가장 높은 순위에 있는 곡은 ‘올 더 스타즈’며 ‘프레이 포 미’, ‘킹스 데드’, ‘엑스(X)’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사우디(Saudi)와 SOB X RBE는 빌보드 차트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켄드릭 라마와 블랙팬서 앨범이 발굴한 뮤지션인 셈이죠. 특히 앨범을 큐레이팅한 켄드릭 라마가 단순한 인맥으로 스타만 집합한 게 아닌 자신만의 예술적 비전을 위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한 센스까지 보여줬음을 증명한 셈입니다.
큐레이션이 전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 앨범에서 다양하게 활약한 켄드릭 라마의 위상이 크게 올랐습니다. 켄드릭 라마는 본인이 참여한 블랙 팬서 사운드트랙 5곡뿐만 아니라 본인의 싱글 ‘러브(Love)’와 피처링으로 참여한 리지 더 키드의 곡 ‘뉴 프리저(New Freezer)’까지, 핫 100 차트에 7개의 곡을 올리며 차트를 지배했습니다.
이 앨범의 성공은 바뀌어가는 앨범 시장 경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현재 빌보드 200의 탑 5개 앨범 중 3개가 영화 OST입니다. 최신 팝 음악을 토대로 만든 뮤지컬 ‘위대한 쇼맨’과 ‘50가지 그림자: 해방’이 그 주인공이지요. 위대한 쇼맨이 3위, 해방이 5위입니다.
켄드릭 라마, 스자의 ‘올 더 스타즈(All The Stars)’.
대중은 앨범이라는 포맷으로 음악을 듣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뮤지션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 팬덤이 아닌 대중이라면 더 그렇죠. 하지만 앨범 단위로 듣고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경우입니다. 영화를 통해 ‘맥락’을 알게 된 사람들은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마치 아이돌 팬처럼 영화에 특별한 감정을 가진 ‘팬’이 되어, 아이돌 팬덤이 앨범에 모든 음악을 듣듯 앨범 전체를 소비하는 거죠. ‘블랙팬서 더 앨범’처럼 훌륭한 음악에 한해서라면 영화의 마케팅을 돕는 역할도 합니다.
앨범을 점차 듣지 않는 시대라고 합니다. 오히려 클릭 하나면 음악을 들을 수 있기에, 수록곡이나 타이틀곡이나 공평하게 들을 수 있는 시대기도 하지요. 그게 가수에 대한 애정이든, 아니면 곡 사이에 맥락을 만들어주는 영화 스토리든 계기가 있으면 사람은 여전히 앨범이라는 ‘묶음’을 듣습니다.
그게 가수의 성장 서사든, 영화의 이야기든, 어쩌면 우리는 음악보다는 스토리를 듣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에 앨범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앨범, 블랙팬서 더 앨범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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