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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확산 와중에 버젓이 팔리는 '여성흥분제' 실태 추적

사이트 주소, 법인 주소, 발송처 모두 달라…반품 요청하자 연락 두절

2018.02.28(Wed) 16:43:40

[비즈한국] 최근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투 운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도 그렇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 고백을 통해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사회 분위기가 무색하게 온라인에서 ‘여성흥분제’​를 쉽게 구입 할 수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흥분제란 여성의 성적 욕구를 늘려주는 약으로 최음제라고도 불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그가 2005년 출간한 저서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했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여성흥분제는 범죄에 쓰일 소지가 다분하다. 여성흥분제를 판매하는 T 사이트는 사용 대상으로 “오늘밤 꼭 여자를 안아야하는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한 제품의 설명에는 “술에 타서 먹이면 15~20분 후 정신 못 차리고 몽롱하게 당신의 품을 기다리는 상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술자리에만 능력껏 안고 원하는 상대를 100% 제압”이라고 적혀있다. 후기게시판에는 “나이트클럽에서 사용해봤더니 효과가 대박이었다”는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포털에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쉽게 여성흥분제 판매처를 찾을 수 있다.

 

포털에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쉽게 여성흥분제 판매처를 발견할 수 있다. ‘비즈한국’은 T 사이트에서 직접 주문을 시도해봤다. 문의를 위해 T 사이트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대신 채팅창을 통해 상담원과 상담이 가능했다. 상담원은 “당일 배송, 다음날 수령이 가능하다”며 “둘러보고 문의사항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전했다.

  

여성흥분제를 판매하는 T 사이트.

 

T 사이트​는 카드 결제를 받지 않고 계좌 입금만 가능했다. 입금 계좌는 A 사 명의의 계좌였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A 사의 사업목적은 ‘의료 도소매업’과 ‘(여성의류 상·하의) 전자상거래업’이다. A 사 사무실은 충청남도 천안시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 사이트는 회사 주소지를 경기도 안성시로 소개했다. 또 A 사 법인등기부에 나타난 대표이사와 T 사이트에 적힌 대표이사의 이름은 달랐다. T 사이트가 밝힌 안성시 주소는 국내 바이오회사 P 사 소유의 건물이다. ‘비즈한국’이 T 사이트로부터 받은 상품에는 보낸사람의 주소가 적혀있지 않았다. 영수증 동봉을 요청했지만 영수증도 받지 못했다.

 

‘비즈한국’은 지난 27일 오후 4시께 안성시 건물을 방문했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창문이 가려져 있어서 건물 내부도 볼 수 없었다. 건물 경비원은 “약 1년 전부터 한 업체가 이곳에 월세로 들어왔는데, 그 업체가 어떤 업체인지는 모른다”며 “이곳 직원들은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3시 조금 넘어서 퇴근한다”고 전했다.

 

P 사 관계자는 “우리 자회사인 M 사가 그곳에 입주해 있고 그곳에서 생활용품과 건강식품 유통을 담당하며 불법 약품과는 관계가 없다”며 “예전에 국세청으로부터 타 법인 수신 우편물이 온 적이 있는데 주소를 잘못 기재한 줄 알고 반송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비즈한국’은 주문 다음 날 여성흥분제를 수령했다. 보낸사람의 주소는 적혀있지 않았다. 영수증 동봉을 요청했지만 영수증도 받지 못했다. 운송장 번호를 추적한 결과 보낸이는 ‘로OO’였고, 제품의 첫 출발지는 서울특별시 종로구였다.

 

수령 전, 환불이 가능한지 문의하자 상담원은 “약효를 보지 못하면 환불해주겠다”며 “우리 제품은 전부 정품이며 효과는 보장하겠다”고 전했다. 상품 수령 이후 다시 환불을 문의했지만 “담당자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 한 뒤 연락이 오지 않았다.

 

T 사이트는 “관세법 등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불법물품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또 여성흥분제는 국내에서 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 의약품”이라고 전했다.

 

T 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여성흥분제. 사진=박형민 기자

 

실제 효과가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온라인을 통해 불법 판매 중인 성기능 관련 제품을 검사한 결과 흥분 효능을 표방하는 제품들은 흥분제 주성분으로 사용되는 ‘요힘빈’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의 경우 제조 및 유통 경로를 알 수 없고, 낱알 상태로 유통되는 등 이물질과 유해성분이 혼입될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요힘빈은 인돌알칼로이드(분자에 인돌형 환구조를 가지고 있는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혈관확장작용이 있어 성기의 혈관확장을 일으킨다. 대량 투여하면 어지럼증과 경련을 야기한다. 식약처는 요힘빈을 유해물질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관세청 통관금지 품목이다.

 

T 사이트로부터 구입한 여성흥분제에는 성분명이 적혀있지 않았다. T 사이트는 해당 제품을 일본산으로 소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불법 의약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단속 하고 있고 해외에 IP를 둔 곳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속 차단을 요청하고 있다”며 “1년에 차단하는 건수는 2만 건이 넘으며 SNS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판매는 수사기관에 의뢰를 한다”고 전했다. 

 

‘비즈한국’은 식약처에 T 사이트 신고를 의뢰해봤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넣으면 우리가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며 “경찰에 곧바로 신고해도 된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할청에 방문해서 고발장 혹은 진정서를 작성하면 관련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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