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도 어김없이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9’이 발표됐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의 성능이 향상됐고, 증강현실(AR)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이모지, 실시간 번역 등 몇 가지 재미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이처럼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할 정도로 갤럭시S9은 전작인 S8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 외관 디자인도 거의 그대로다. 국내외 IT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봐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반응이다. “굳이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의 변화”,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옆그레이드”, “매년 스마트폰을 살 필요가 없는 이유” 등 기대 이하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유독 삼성전자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8 및 아이폰X를 발표했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다. 매년 새로운 스마트폰이 발표될 때마다 전 세계가 숨죽이고 지켜봤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갤럭시S9가 공개된 25일(현지시각), 공교롭게도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5.6% 하락한 4억 800만 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가트너가 스마트폰 매출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첫 감소세다.
삼성, 애플 같은 세계적인 전자 기업이 적잖은 인력을 투입해 사활을 걸고 신제품을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을 흥분시키는 이른바 ‘와우 팩터(Wow Factor)’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 스마트폰 성능과 기능, AP와 OS에 의해 좌우
스마트폰의 성능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두뇌에 해당하는 AP다. 삼성전자는 그간 자체 개발한 커스텀 AP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출시 지역에 따라 병용 탑재해 왔다. 두 AP의 성능이나 기반 기술이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AP의 이름을 별도로 밝히지 않고 코어 숫자나 동작 속도만 한다.
갤럭시S9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 845를 보면 직전 플래그십 제품인 835에 비해 기술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퀄컴코리아가 지난해 12월 자사 네이버 포스트에 소개한 스냅드래곤 845의 특징을 보면 카메라, 확장현실(XR), 음성 개인비서 등이 나열돼 있다. 정확히 갤럭시S9의 특징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특징은 확장현실이다. 머리나 몸의 움직임을 추적해 가상세계를 더 현실에 가깝고 직관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설명이 적혀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활용해 AR 이모지를 만들었다.
1초에 16메가픽셀 크기의 이미지 60장을 촬영할 수 있을 정도의 빠른 처리능력도, 갤럭시S9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슈퍼 슬로모를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삼성은 여기에 자체 개발한 고성능 이미지 센서인 ‘아이소셀(ISOCELL)’을 통해 더욱 강력한 성능을 완성했다.
아무리 스마트폰 제조사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싶어도 AP 설계 단계에서 함께 협의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을 뜯어보면 대부분 공간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가 차지하고, 그 외 핵심 부품이 담겨진 기판의 크기는 의외로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대부분의 기능을 AP에서 통합 구현하는 방식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갤럭시S9에는 안드로이드 8.0 오레오가 기본 탑재됐다. 오레오 역시 이전 버전인 7.0 누가와 비교해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 멀티태스킹을 위한 PIP(Picture in Picture)는 이미 과거부터 삼성전자를 포함해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체 제공하던 기능이다. 텍스트를 자동 추천해주는 ‘스마트 텍스트’ 역시 마찬가지. 그 외에 개발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추가됐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폰이 하드웨어(AP)와 소프트웨어(OS)의 합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자체 설계하지 않는 이상 모든 스마트폰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이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기술 전문기업인 ‘프리디’ 정상문 실장은 “AP와 OS를 직접 만드는 애플조차도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많은 부품들을 다른 기업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나 일반 기업이 원하는 획기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한 원천 기술이 아직까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진화는 이미 턱밑까지 왔다
애플은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와 달리 AP를 직접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A 시리즈가 바로 그것. 여기에 운영체제(OS) 역시 그 유명한 iOS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혁신을 가져온 주인공다운 차별화 요소다.
그럼에도 애플 역시 신작 아이폰8이 7과 비교해 몇 가지 기능을 제외하면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는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물론 아이폰X의 노치(Notch)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면서, 의외로 아이폰8이 잘 팔리기는 했다.
아이폰이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혁신(Innovation)을 가져온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혁신은 최초의 아이폰이 발표됐을 때 이미 끝났다. 그 이후로는 진보(Advance)만이 남았을 뿐이다.
스마트폰 초창기 소비자들의 관심은 ‘화면 움직임이 부드러운가’였다. 정확히는 ‘아이폰만큼 부드러운가’로 모아졌다. 지금은 아무리 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화면 움직임이 부드럽지 않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통신 속도 역시 마찬가지다. 2G에서 3G를 거쳐 4G LTE로 넘어오면서 이미 유선 인터넷과 속도 면에서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현재 소비자들의 유일한 불만인 배터리 사용 시간은 소모 전력과 충전 시간을 줄이는 형태로 진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계속 늘고 있는 반면, 배터리 기술 자체의 발전 속도가 더디다 보니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남은 진보 영역이다.
이러한 진보는 애플이 스마트폰의 혁신적인 개념을 제시한 이래,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수많은 후발주자들이 경쟁을 통해 차곡차곡 완성시켜왔다. 이제는 원천 기술이나 인프라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의 진화는 어렵다는 것이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박정훈 노키아 마케팅 상무는 “이제는 LTE 기반 하드웨어의 한계가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르면 2020년 5G 네트워크 기능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기기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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