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여기가 1평(약 3.3㎡)당 20만 원, 549평이니까 1억 1580만 원이야. 2차선에 딱 붙어 있어서 위치가 좋고, 6·25 나기 전에 군청이 있던 곳이라 통일되면 무조건 개발되는 곳이야.” 부동산중개사이 보여준 땅은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읍내리, 일반인은 갈 수 없는 민간인통제구역에 위치한 논이었다.
그가 옛 군청 자리라고 가리킨 곳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앉았고, 그 뒤 산꼭대기에는 북한의 송악산까지 볼 수 있다는 도라전망대가 있었다. 그 주변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지만, 그 토지 실제 매매 가격은 3.3㎡ 당 20만 원으로 공시지가인 3.3㎡당 약 8만 5300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여긴 매물도 잘 안 나와. 사람들이 쥐고 안 내놓거든.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경계선) 안에 있는 땅은 가격이 무조건 올라. 떨어질 일이 없지. 통일만 돼 봐. 오를 일만 남았지 떨어지겠어? 사실 민통선 안은 아무 데나 사도 돼. 아는 사람은 땅을 보지도 않고 지도만 보고 사. 며칠 전에도 부산에서 올라온 의사 아가씨가 지도만 보고 1400평 사 갔어.”
민간인통제구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의해서 개발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일반인 출입이 통제돼 있지만, 영농행위가 가능해 영농인 자격을 획득한 사람은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만 들어갈 수 있다.
영농인 자격은 민통선 안에 있는 땅을 소유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부동산중개사가 영농인 자격을 획득해 둔 상태라 동행자 신분으로 민통선을 지키고 있는 위병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부동산중개사는 “나도 민통선 안에 3000평 정도 가지고 있다”며 “2005년쯤에 민통선 안에 있는 땅을 사려고 파주로 이사 왔다. 당시에는 지역 주민 아니고선 민통선 안에 있는 땅을 못 샀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민간인통제구역은 비무장지역(DMZ)을 경계 짓는 남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10km 부근을 가리키고, ‘38선’으로 잘 알려진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km 구역이 비무장지역이다.
“DMZ 땅도 살 수 있지. 근데 거긴 못 들어가 보고 지도만 보고 사야 하니까 민통선 쪽 땅보단 싸. 거긴 지뢰가 있을지 어떻게 알아. 나중에 공원 만든다는 소리도 있고 해서 아직 싸지. 근데 거기도 매물이 없기는 매한가지야.”
민간인통제구역의 땅은 3.3㎡당 10만~20만 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는 반면, 비무장지역에 있는 유일한 민간 마을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 부근(군내면 송산리) 땅값은 공시지가가 약 1만 5000원(3.3㎡ 당), 실거래가가 6만 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2015년쯤부터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지. 공무원, 의사가 주로 와서 땅을 사 갔어. 여기 땅은 대부분 외지인이 가지고 있다고 보면 돼. 한번은 중국에서 건설업을 30년 정도 한 사람이 왔더라고. 그 사람이 딱 와서 하는 말이 3년 안에 통일된다면서 땅을 사 가는 거야. 그런 사람은 정보력이 남다르잖아. 지금 올림픽 남북 단일팀 만들고, 대화한다고 하면서 땅값이 계속 올라. 요즘 쉴 틈 없이 바빠.”
지난해 10월 3.3㎡당 13만 3000원에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 파주시 군내면 점원리 부근(도라산역 근처) 토지가 현재 3.3㎡당 1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넉 달 새 시세가 12.8%가량 오른 셈이다.
“(남북 화해무드가 민간인통제구역 땅값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지. 아휴, 당연한 걸 물어보고 그래. 참여정부 그때 땅값이 엄청 올랐지. 그때는 통일된다고 일반인이 다 와서 땅을 사고 그랬으니까. 근데 그 다음 정권부터 확 내렸고. 그러다가 이제는 또 통일될 거 같으니까 아는 사람들이 와서 사간다고. 얼마 전에는 부산에서 관광버스 빌려서 둘러보면서 땅 사 갔다니까.”
지난 1월 한 달간 도라산역이 위치한 파주시 장단면 지역에서만 17건의 토지 매매가 성사됐다. 10년 전인 2009년 0건이었던 이 지역 토지 거래 건수가 2012년과 2015년 각각 22건을 기록하며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파주 지역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중개사는 “그쪽(민통선 안) 땅은 투자상품이라고 보면 된다”며 “직접 활용하기 위해서 사기보다는 나중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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