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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단일팀 한번 만들었다고?' 땅값 들썩인다는 민통선 가보니

현지 중개사 "평당 20만 원, 지도만 보고 사가"…실제 개발 가능할지는 미지수

2018.02.21(Wed) 17:44:14

[비즈한국] “여기가 1평(약 3.3㎡)​당 20만 원, 549평이니까 1억 1580만 원이야. 2차선에 딱 붙어 있어서 위치가 좋고, 6·25 나기 전에 군청이 있던 곳이라 통일되면 무조건 개발되는 곳이야.” 부동산중개사이 보여준 땅은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읍내리, 일반인은 갈 수 없는 민간인통제구역에 위치한 논이었다. 

 

3.3㎡당 20만 원 하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읍내리 토지. 왼쪽 빨간색 원안이 도라전망대. 오른쪽 빨간 원안이 군청 터 군부대. 사진=박현광 기자

 

그가 옛 군청 자리라고 가리킨 곳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앉았고, 그 뒤 산꼭대기에는 북한의 송악산까지 볼 수 있다는 도라전망대가 있었다. 그 주변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지만, 그 토지 실제 매매 가격은 3.3㎡ 당 20만 원으로 공시지가인 3.3㎡당 약 8만 5300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여긴 매물도 잘 안 나와. 사람들이 쥐고 안 내놓거든.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경계선) 안에 있는 땅은 가격이 무조건 올라. 떨어질 일이 없지. 통일만 돼 봐. 오를 일만 남았지 떨어지겠어? 사실 민통선 안은 아무 데나 사도 돼. 아는 사람은 땅을 보지도 않고 지도만 보고 사. 며칠 전에도 부산에서 올라온 의사 아가씨가 지도만 보고 1400평 사 갔어.”

 

민간인통제구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의해서 개발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일반인 출입이 통제돼 있지만, 영농행위가 가능해 영농인 자격을 획득한 사람은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만 들어갈 수 있다.

 

영농인 자격은 민통선 안에 있는 땅을 소유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부동산중개사가 영농인 자격을 획득해 둔 상태라 동행자 신분으로 민통선을 지키고 있는 위병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부동산중개사는 “나도 민통선 안에 3000평 정도 가지고 있다”며 “2005년쯤에 민통선 안에 있는 땅을 사려고 파주로 이사 왔다. 당시에는 지역 주민 아니고선 민통선 안에 있는 땅을 못 샀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민간인통제선을 지키던 위병소 군인이 신분증을 검사하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민간인통제구역은 비무장지역(DMZ)을 경계 짓는 남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10km 부근을 가리키고, ‘38선’​으로 잘 알려진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km 구역이 비무장지역이다.

 

“DMZ 땅도 살 수 있지. 근데 거긴 못 들어가 보고 지도만 보고 사야 하니까 민통선 쪽 땅보단 싸. 거긴 지뢰가 있을지 어떻게 알아. 나중에 공원 만든다는 소리도 있고 해서 아직 싸지. 근데 거기도 매물이 없기는 매한가지야.”

 

민간인통제구역의 땅은 3.3㎡당 10만~20만 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는 반면, 비무장지역에 있는 유일한 민간 마을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 부근(군내면 송산리) 땅값은 공시지가가 약 1만 5000원(3.3㎡ 당), 실거래가가 6만 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2015년쯤부터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지. 공무원, 의사가 주로 와서 땅을 사 갔어. 여기 땅은 대부분 외지인이 가지고 있다고 보면 돼. 한번은 중국에서 건설업을 30년 정도 한 사람이 왔더라고. 그 사람이 딱 와서 하는 말이 3년 안에 통일된다면서 땅을 사 가는 거야. 그런 사람은 정보력이 남다르잖아. 지금 올림픽 남북 단일팀 만들고, 대화한다고 하면서 땅값이 계속 올라. 요즘 쉴 틈 없이 바빠.”

 

군사분계선 부근 모식도. 그래픽=이세윤 PD

 

지난해 10월 3.3㎡당 13만 3000원에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 파주시 군내면 점원리 부근(도라산역 근처) 토지가 현재 3.3㎡당 1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넉 달 새 시세가 12.8%가량 오른 셈이다. 

 

“(남북 화해무드가 민간인통제구역 땅값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지. 아휴, 당연한 걸 물어보고 그래. 참여정부 그때 땅값이 엄청 올랐지. 그때는 통일된다고 일반인이 다 와서 땅을 사고 그랬으니까. 근데 그 다음 정권부터 확 내렸고. 그러다가 이제는 또 통일될 거 같으니까 아는 사람들이 와서 사간다고. 얼마 전에는 부산에서 관광버스 빌려서 둘러보면서 땅 사 갔다니까.” 

 

지난 1월 한 달간 도라산역이 위치한 파주시 장단면 지역에서만 17건의 토지 매매가 성사됐다. 10년 전인 2009년 0건이었던 이 지역 토지 거래 건수가 2012년과 2015년 각각 22건을 기록하며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파주 지역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중개사는 “그쪽(민통선 안) 땅은 투자상품이라고 보면 된다”며 “직접 활용하기 위해서 사기보다는 나중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가 명확하기 때문에 땅값이 오를 거란 기대감에 투자수익을 보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부동산학과 교수는 “​위험을 감수하고 사람들이 땅을 사는 건 그 지역 개발을 기대하기 때문인데, 개발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민통선 내 개인 소유 토지 규모를 파악하고자​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부가 부동산 관련 업무는 하지 않기 때문에 DMZ나 민간인통제구역 땅값을 지켜보고 있지는 않아 따로 밝힐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 역시 “​자료를 취합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즉답을 하지 못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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