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동산·주식·암호화폐…. 그야말로 ‘투자 전성시대’다. 부동산 값은 지난해 말부터 들썩거리기 시작해 강남 아파트 평균 시세는 11억 원까지 올랐다. 올 들어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암호화폐도 하루 새 30%가량 급등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2000년대 초 ‘IT 버블’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열풍이 함께 일어난 듯하다. 이에 정부 규제도 나날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 앞으로 시중 자금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표준 단독주택 가격은 5.51% 상승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5%를 상회한 것은 2012년(5.38%) 이후 6년 만이다. 상승률로는 2007년 6.01% 이후 10년여 만에 최고치다.
특히 표준 단독주택 22만 가구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9억 원 초과 주택 수는 1911가구로 지난해 1277가구보다 49.6%나 늘었다. 표준 공시가격은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4월 발표되는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보유세 역시 오른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한다는 입장이라 현재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는 쪽으로 보유세 개편을 추진 중이다.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에 걸쳐 ‘거래소 폐쇄 검토’ 등 강도 높은 발언과 함께 금융권 계좌 개설을 옥죄어 암호화폐 잡기에 성공한 정부가 새 공격 대상으로 부동산을 겨냥한 셈이다.
이에 최근 가장 주목받는 투자처는 주식이다. 부동산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암호화폐는 리스크가 크며, 은행 예금금리는 아직 2%에 못 미치고 있어서다. 특히 정부는 주식 투자 활성화를 통한 기업 경기 부양을 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미 코스피는 지난 1월 29일 역대 최고치인 2598.19로 치솟았고, 코스닥도 15년 10개월 만에 920선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주식이 추가 상승할 거란 기대감은 높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월 31일 내놓은 ‘2018년 한국 부자 보고서(Korean Wealth Report)’에서 기대심리를 읽을 수 있다. 이 보고서는 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이용자 808명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만들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은 올해 목표 수익률을 지난해보다 높은 7.54%로 높여 잡았다. 주식시장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가장 선호하는 금융상품으로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신탁(ELT) 등 지수 연동형 상품을 꼽았다. 주식형펀드(공모)를 꼽은 사람은 36.3%로 지난해(15.8%)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응답자도 19.3%로 전년보다 5.9%포인트(p) 늘었다.
투자처로서 주식과 부동산의 방향이 꼭 정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열을 우려한 정부 규제가 시장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강남 재건축 열풍을 우려한 정부가 2006년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안을 내놓자 부동산 가격은 주춤했다.
당시 서울 삼성동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1억~2억 원 하락하는 등 규제안에 주춤했다. 이에 비해 코스피는 부동산 규제안이 나온 2006년 4월 5일부터 상승세를 이어갔다. 1388.77이었던 코스피는 이듬해 10월 31일 2064.85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도 증시는 두 달 새 100p가량 상승했다.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자 시세차익 등을 이용해 주식에 투자하는 등의 일종의 자산효과가 올해 증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면 자동차 소비가 늘고, 이후에는 생활가전제품의 판매가 늘어나듯 주식에 대한 투자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며 “부동산 규제로 인한 심리 위축이 증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양도세·종합부동산세 징수액은 각각 15조 1000억 원, 1조 7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부동산과 주식의 거래가 활발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일본 등 주요국 경기가 호황기를 맞아 덩달아 글로벌 증시도 뛰고 있는 점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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