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집값 고공행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전통적인 성수기를 맞은 데다, 강화된 정부 부동산 규제, 역대 최대 규모 분양 물량 등 안정화 기대감을 높여줄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지만 집값에 대한 시선과 목소리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가득 차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설연휴는 일종의 전환점으로 꼽힌다. 통상 비수기인 겨울철에 숨고르기를 한 뒤, 최대 성수기인 봄 이사철 3월을 앞두고 서서히 시장 열기가 올랐다. 업계에선 설 이후 집값 움직임을 중심으로 1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가늠하기도 했다.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초대형 부동산 규제책을 내놨지만, 역설적으로 비수기인 겨울철부터 시장이 과열되면서 서울 강남 등 집값이 이미 천정부지로 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3월부터 부동산 시장이 전환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아파트 공급과 4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등을 앞두고 있어서다. 다만 방향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내리막길만 남았다”며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한편, 앞서의 요인에도 집값 안정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 나올 만한 다주택자 매물, 이미 다 나왔다
다주택자 정책은 2018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혀왔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당근과 채찍을 나눠 들고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고 종용해와서다.
오는 4월부터 다주택자는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더 내야한다. 2개 주택 보유자는 10%, 3개 이상 보유자는 20%의 가산세가 붙는다. 현행 양도세 기본 세율은 최고 40%다. 다주택자들은 4월 이후 집을 팔 때 차액의 최고 60%에 달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지난 1월부터 적용된 새로운 DTI(총부채상환비율)도 다주택자들에겐 압박이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집을 샀던 다주택자들의 추가 대출 한도가 줄었다. 기존 주택을 담보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출받아 집을 샀던 방식의 투자가 어려워졌다. 다만 정부는 2019년부터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다주택자들에게 건강보험료와 재산세, 소득세, 양도세 등을 대폭 깎아 주기로 하면서 출구를 열어줬다.
이러한 정부의 다주택자 정책으로 오는 3월 매물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오히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2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472건으로, 지난해 2월 전체 거래건수를(4661건) 넘어섰지만, 1월 거래량(9617건)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에 견주면 거래건수는 여전히 많지만, 1월 말과 비교하면 거래건수는 서서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건수는 신고일 기준으로 집계된다. 신고는 거래 계약 후 60일 이내까지 해야 하지만 잔금 지불, 등기 이전까지 통상 두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2월 거래량의 실제 거래는 12월에 이뤄진 것이다. 즉, 집을 내놓을 사람들은 이미 다 내놨고 거래도 끝나 점점 줄고 있다는 뜻이다.
여전히 집을 내놓지 않은 다주택자들도 있지만, 이들은 4월 이후에도 쉽게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들일 수 있지만 ‘안 팔면 세금 안 낸다’고 생각하는 보유자일 수도 있다”며 “강남 다주택자들은 노후 자금 마련 등을 위해 투자 개념으로 주택을 매입한 사람들이 상당수다. 이 경우 수십 년 뒤를 계획하고 부동산을 매입한 만큼 세금 때문에 집을 내놓진 않는다. 앞으로 보유세 개편이 남아있어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3월부터는 일시적인 급매물을 제외하면 다주택자 매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매물이 줄어들면 안정화와 반대로 집값이 되레 더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부동산 관계자는 “수요가 많아 매도자 우위 거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물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매물은 더 적기 때문에 집값은 당분간 이대로 유지되거나 다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 역대 최대 아파트 분양…공급 늘지만 가격 안정은 ‘글쎄’
건설사들은 오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분양 물량을 쏟아낸다. 특히 지난해 조기 대선, 부동산 규제, 추석연휴 등으로 밀린 물량에 올해 계획까지 겹쳐 공급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총 7만 5851가구로, 200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집값 과열의 진앙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도 줄줄이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개포주공 8단지 자리에 짓는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가칭), 서초동 우성1차 재건축 단지, 반포동 삼호가든 3차 재건축 단지 등 국내 10대 브랜드 아파트들이 예정돼 있다.
건설사들은 일단 주변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를 다소 낮게 책정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값 급등을 우려해 제동을 걸어서다. 다만 분양가가 낮은 만큼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어 일명 ‘로또 아파트’로 구분된 데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우선선발권 폐지 등 새 정부의 교육정책 시행까지 본격화하면서 분양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공급이 늘지만, 3월 분양 결과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재건축 시장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정부가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환수제) 예상액 공개와 동시에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하고 있지만, 시장 열기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일시적으로 출렁이긴 했지만, 여전히 수요는 많고 가격 상승 기대감도 높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한다. 앞서의 공인중개사는 “재건축부담금 예상액 공개 이후에도 집값은 내려오지 않고 있다. 문의 전화도 여전하다”며 “약 세 달 전과 비교해 2억~3억 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정부의 추가 규제가 나와도 거래 의사가 있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허용되는 장기 보유자 매물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반포 주공 1단지(140.13㎡)는 43억 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월 30억 원 안팎에 거래된 이후 꾸준히 가격이 올랐고, 재건축 규제 여파에도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한 강남 부동산 관계자는 “매물이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몇 건의 거래가 시세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 강북 ‘마용성’에 옮겨 붙은 투자 열기
강남 집값이 오르면서 열기는 강북으로 옮겨 붙었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하면서도 강남과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비강남권 서울 아파트 가격은 모두 평균치(0.3%)를 웃돌았다. 용산구가 0.98%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성동구(0.49%), 광진구(0.41%), 마포구(0.45%)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일명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불리는 세 곳이 강북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 용산은 지난해 9월 대규모 개발이 확정되면서 최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고, 대표적인 ‘강북 대장’으로 꼽히는 성동구와 마포구는 매물 부족으로 상승세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강남 재건축시장이 흔들리고 강남권 집값이 크게 올라 관심이 강북 등 주변으로 확산된 것”이라며 “추가 재건축 규제가 나오면 이쪽(강북) 집값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북의 일부 아파트는 10년가량 더 재건축을 기다려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아파트값 과열양상의 주범으로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지목하며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상향할 뜻을 내비치면서 졸지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강북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앉아서 당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시장 혼란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넘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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